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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주식·채권·파생 등 수익형 상품 강화

4대 은행 '트레이딩' 자산 190% 급증...예적금 영업 끝
한은 기준금리 0.50% 인하 사실상 제로금리시대 진입

[퍼스트경제=김근식 기자] 시중은행들이 '트레이딩 자산'을 경쟁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예적금 사업을 통한 이자수익이 신통치 않을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은행의 트레이딩 자산은 상장된 주식이나 채권, 파생상품 등 단기간에 이익을 보기 위한 금융투자 상품 등에 투자한 것을 뜻한다.

 

올해 1분기중 4대 시중은행이 늘린 트레이딩 자산은 18조9239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증가액(6조5326억원)에 비해 무려 190%(12조3913억원) 급증했다. 올해 첫 3개월 동안 트레이딩 자산의 증가폭이 작년 동기에 비해 3배 더 커진 것이다.

 

이에 올 3월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총 트레이딩 자산 규모도 86조444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자산중 트레이딩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5.5%(단순 산술 평균)로 작년 1분기에 비해 1.2%포인트(p) 올랐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의 증가액이 가장 컸다. 우리은행의 1분기 트레이딩 자산 증가폭은 7조1085억원으로 작년 동기(9628억원)에 비해 7배 넘게 불어났다. 이에 우리은행의 3월 말 트레이딩 자산 규모는 16조2327억원으로 경쟁 은행들과의 격차를 크게 좁혔다.

 

지난해 12월 말 우리은행의 트레이딩 자산 규모는 9조1287억원으로 3위인 하나은행에 비해서도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각 은행들은 저금리 기조의 심화로 인해 이자이익에 의존한 수익구조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 4대 은행이 영업으로 벌어들인 이익(총영업이익) 가운데 이자자산에서 얻은 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90% 육박할 정도다.

 

한국은행은 최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하한 0.50%다. 사실상 ‘제로금리’시대가 열린 셈이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이자자산에 대한 수익성 지표(NIM)가 당분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작년부터 주요 은행들의 NIM은 하락하고 있다. 올해 1분기에도 4대 시중은행의 NIM의 단술산술 평균치는 1.44%로 작년 4분기 말(1.46%)에 비해 0.02%포인트 하락했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비이자이익을 늘리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현재 은행권 상황은 좋지 못하다. 최근 은행권에서는 신탁을 포함한 자산관리(WM) 부문에서 여러 악재들이 겹치고 있다.

 

작년 하반기는 은행이 주도적으로 판매한 해외 주요국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가 대규모 원금 손실을 불러오면서 투자자들의 피해를 키웠다. 작년 말부터는 라임자산운용의 펀드가 환매연기되는 사태가 발생해 라임펀드를 판매한 은행들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에 은행들은 WM을 통한 수수료이익을 거두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실제로 1분기 4대 은행들의 신탁 수수료이익은 작년 동기에 비해 7%감소했다. 특히 금융당국은 은행의 신탁 부문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한 상태다.

 

금융당국은 작년 12월 은행이 판매할 수 있는 공모형 주가연계증권 신탁상품(ELT)은 주요국 대표 주가지수 5개만 기초자산으로 삼는 상품으로 제한했고 판매 허용 규모도 37조∼40조원 이내로 선을 그었다. ELT는 전체 신탁에서 이익 비중이 가장 큰 특정금전신탁 상품중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수익률도 으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트레이딩 부문은 은행의 비이자부문 사업 가운데 하나다"라며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위험회피 등의 목적으로 파생 상품 등이 늘어난 측면도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트레이딩 자산을 늘리면 시장의 급격한 변화로 인한 위험에 더욱 크게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코로나 19 확산으로 금융시장 불안전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시점에서 투자수익을 늘리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훈 한은 금융시스템분석 부장은 ‘우리나라 은행산업의 미래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국내은행이 비이자이익 확대를 통해 안정적인수익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시장변화에 민감한 투자수익보다는 수수료·신탁관련이익이 확대돼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