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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두산그룹 '인프라코어’ 매각한다는 데...왜?

그룹 핵심 자금줄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에도 채권단 지원금 밑돌아
두산인프라코어 이어 두산밥캣도 매각 리스트에 넣어야 지적 팽배
두산그룹 자구안 채권단 냉소적…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 ‘큰 차이’

[퍼스트경제=서연옥 기자] 두산그룹이 캐시카우로 불리는 두산인프라코어를 결국 매각한다. 두산그룹 측은 “인프라코어는 팔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지만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제시한 자구안으론 경영정상화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아래 결국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쪽으로 방향을 급선회했다.

 

두산이프라코아가 매물로 제시되면서 인프라코어와 함께 두산그룹의 또 다른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에 대해서도 채권단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두산밥캣은 당초 경영정상화를 위한 매물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은 계열사다. 하지만 최근 두산인프라코어에 이어 두산밥캣까지 매각해야 자금난을 털어낼 수 있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실정이다.

 

두산그룹이 핵심 캐시카우중 하나인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을 결정한 주된 이유는 자구안이 시장에서 냉소적이기 때문이다. 채권단에서 두산인프라코어를 매각하지 않고선 현금성 자산을 충분히 확보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당초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 두산큐벡스 주식을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하고 두산타워와 두산솔루스, 두산모트롤BG, 골프장 등을 매각하는 내용의 구조저정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하지만 1조원을 원했던 두산솔루스는 2차례나 매각에 실패한데다 두산타워를 팔아도 기존 차입금과 보증금을 제외하면 확보되는 자금이 1000억원 안팎에 그치게 된다.

 

◆그룹 핵심 캐시카우 통하는 인프라코어 매물로 내놔=두산인프라코어가 우여골적 끝에 M&A 시장에 나왔다. 경영정상화를 노리는 두산그룹 입장에서 현금성 자산 확보가 시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산밥캣을 빼고 두산인프라코어만 단독 매각할 경우 확보될 자금이 채권단의 기대치에 크게 못미친다는 지적이 많다.

 

두산그룹의 경우 지주사인 ㈜두산→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사슬을 형성하고 있다. 두산밥캣의 실적이 연결 재무제표 형태로 인프라코어로 흡수되는 방식으로 연결됐다. 지난해 인프라코어의 경우 연결 기준으로 영업이익은 8404억원,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은 각각 10.27%, 4.83%를 기록했다.

 

하지만 밥캣 등 34개의 종속기업을 제외한 별도 재무제표는 성적표가 신통치 않다. 실제로 같은 기간 인프라코어 영업이익은 1782억원, 영업이익률 5.74%, 순이익률은 1.71%에 그친다. 두산밥캣은 영업이익 1371억원으로 인프라코어보다 낮지만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은 각 79.19%, 63.89%다. 두산밥캣이 두산그룹의 ‘황금알 거위’로 분류되는 계열사인 셈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재무상태도 양호한 편이 아니다. 지난해 차입금은 2조9000억원에 달한다. 올해 두산인프라코어의 영업이익은 2442억원으로 추정된다. 차입금이 영업이익의 12배에 달하는 셈이다. 중국법인중국법인(DICC) 지분매각과 관련, 7196억원 규모의 소송도 진행중이다.

 

두산인프라코어 단일 매각이 어필하지 못하는 이유중 하나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건설기계부문 연결 영업이익의 62.9%를 차지했던 두산밥캣을 분리할 경우 두산인프라코어는 매물로서 매력이 상당히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 동시매각 필요한 이유=두산그룹이 두산밥캣을 매각 리스트에 넣지 못한 이유는 두산밥캣과 두산인프라코어 두 회사가 두산그룹내 차지하는 영업이익 비중이 무려 56%에 달하기 때문이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의 동시 매각은 두산그룹의 성장판을 잃는 최악의 시나리오인 셈이다.

 

두산그룹이 자구안으로 제시한 매물로는 충분한 자금 확보하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실제로 두산그룹이 제시한 매물은 두산솔루스(8500억원), 모트롤BG(5000억원), 두산메카텍(3000억원), 클럽모우골프장(1000억원대), 두산인프라코어(7000억원) 등이다. 이들 계열사를 매각할 경우 자금확보 규모는 2조5500억원 수준이다. 채권단 지원금 3조6000억원엔 1조500억원 가량이 부족한 실정이다.

 

하지만 두산밥캣을 매각할 경우 부족한 금액을 상당부문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채권단 안팎에서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을 동시 매각해야 두산그룹을 살릴 수 있다는 말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이유다.  

 

한편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등 산은 관계자들이 최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갖고 “두산중공업이 추진하고 있는 자산매각은 자율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산은이 두산에 신속한 자산매각을 강요한다는 우려에 대해 “채권단이 강요할 일이 아니고 실익도 없다”며 “두산그룹이 제시한 자구안이 잘 이행된다면 조기 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이 ‘신재생 에너지 기업’으로 사업을 재편한다는 계획에 대해 최 부행장은 “기존 사업을 버리는 것은 아니다”며 “원천기술을 확보한 사업을 바탕으로 사업을 넓혀가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그는 이어 “올해 9월까지 외부 컨설팅 검증을 통해 두산중공업이 사업부 개편을 진행하기로 했다”면서 “그 과정을 지켜 볼 것”이라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