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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동남아 금융시장 진출 경쟁

국내 마이너스 성장 예고...저금리, 업체간 과열경쟁 등
동남아 7~8 고성장 등 블루오션 금융시장 선점 경쟁

 

[퍼스트경제=김근식 기자] 초저금리 시대가 성큼 다가온 가운데 시중은행들이 동남아 금융시장 진출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이 직면한 마이너스 경제성장과 초저금리, 은행간 과열경쟁 등 트리플 악재가 맞물리면서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위해 인도네이시아, 미얀마 등 동남아 신흥국가 금융시장으로 방향키를 돌리고 있다.

 

동남아 금융시장에 주목하는 은행은 국민은행을 비롯해 하나은행, 신한은행 등이다. 이들은 동남아 각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주요 도심을 중심으로 점포망을 구축하는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현지에 진출한 국내기업은 물론 현지 기업을 상대로한 마케팅도 한창이다.

 

◆동남아 금융시장 진출 러시 “공격 앞으로”=국민은행은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의 승인을 얻어 부코핀은행 인수를 위한 법적·행정적 절차를 마무리했다.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인수를 위해 2억 달러(2415억원)를 이미 현지에 송금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수가 진행되면 국민은행은 부코핀은행의 보유지분을 50%이상 소유하게 될 전망이다. 지난 2018년 기준 부코핀은행은 인도네시아에서 자산 기준 14위의 중형은행으로, 지점망 320여개를 보유했다.

 

국민은행은 작년 말부터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동남아 금융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캄보디아 1위 소액대출금융기관(MDI)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 지분 인수를 결정하고 올해 4월 지분 70%에 대한 매매대금 6억300만달러를 지급했다.

 

국민은행은 또 같은 4월에 미얀마 중앙은행으로부터 현지 법인 설립 예비인가를 받았다. 지난 2014년 처음 시장 진출을 시도한 후 3수 끝에 사업 허가를 획득했다.

 

최근엔 신한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이 업무협약을 맺고 글로벌 사업에서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이에 두 그룹의 최대 계열사인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앞으로 동남아 지역에서 금융사 인수합병(M&A)를 공동으로 진행하는 등 협력 사업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국내 은행 해외법인 실적 1,2위를 달리고 있다. 이번 협약으로 두 은행은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거센 도전을 뿌리치고 글로벌 시장을 나눠 갖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금융시장 먹구름 예고...마이너스 성장 불봇듯=최근 국내 경제는 저성장 국면 속에 코로나19 충격이 겹치면서 침체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말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0.2%로 2.3%포인트 낮췄다.

 

한은이 마이너스 성장률을 전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이 한창이던 지난 2009년 7월 이후 처음이다. 국제통화기구(IMF)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1.2%로 예상했다.

 

또 저금리 기조의 심화로 은행의 수익성은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 3월 기준금리를 0.75%로 인하하면서 ‘제로금리’ 시대를 사상 최초로 열더니 지난달에는 0.25%포인트 추가 인하했다.

 

기준금리의 하락으로 1분기 4대 시중은행의 이자자산에 대한 수익성 지표(NIM)의 평균치는 지난해 말에 비해 0.02%포인트 하락했다. 이같은 지표 하락세는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점쳐진다. 

 

은행의 전체 이익 가운데 이자이익은 80%가 넘는다. 이자자산에 대한 예대마진이 영업의 기본인 시중은행 입장에서 금리 인하는 전체 수익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국내에서 은행들 간의 치열한 경쟁 구도는 이미 한계치에 올라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훈 한은 금융시스템분석부장은 ‘우리나라 은행산업의 미래와 시사점’ 보고서를 내고 “수익 구조가 이자이익에 편중된 상황 하에서 저금리 기조 지속으로 순이자마이 축소되고 있는 데다 국내 자산시장 협소 및 해외진출 제약, 규제 강화, 저성장 등으로 인해 대출자산 규모 확대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내은행들이 처한 문제를 지적했다.

 

◆7~8% 고성장하는 동남아...금융시장 매력적 요소 갖춰=금융시장 사장이 넉넉하지 못한 국내 에 비해 동남아 금융시장은 블루오션이다. 여전히 성장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동남아 금융시장으로 손을 뻗치는 이유다.

 

우선 시중은행들은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 아세안 5개국을 겨냥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4.8%로 중국 다음으로 높아 금융시장 발전 가능성이 점쳐지기 때문이다.

 

캄보디아의 경우도 지난 2010년부터 작년까지 연 7~10%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면서 시중은행의 ‘동남아 금융벨트’의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미얀마 역시 지난 2018년 6.8%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고공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코로나19 충격으로 IMF는 아세안 5개 국가의 경제성장률을 -0.6%로 예상했지만 이는 전세계에서 가장 양호한 수치다.

 

대출 금리도 국내 시장에 비해 높게 유지되고 있다. 베트남 은행의 예금금리는 7~8%, 대출금리는 두 자릿수를 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은행 대출금리가 5%대를 기록하고 있다. 캄보디아와 미얀마도 대출금리는 보통 연 10%대를 웃도는 등 매력적인 고금리 시장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국내 금융시장 영업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는 위기 상황에서 시중은행들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동남아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 개척과 현지화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는 등 영토 확장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