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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 열전]<3>아모레퍼시픽 vs LG생활건강, “K-뷰티 지존은 누구?”

아모레, 매출 늘고 영업익 줄고 '흐림'...LG생건, 사상 최대 실적 '맑음'

[퍼스트경제=서연옥 기자] K-뷰티의 영원한 맞수인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과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 진검승부를 펼친다. 실적에선 최근 LG생활건강이 뷰티시장의 철옹성으로 인식된 아모레퍼시픽을 제치고 1위자리에 올랐다.

 

LG생활건강은 1위 지키기에 올인하는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1위탈환을 노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양사의 자존심 대결도 치열하다.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의 진검승부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LG생활건강은 럭셔리 화장품의 글로벌 시장을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지역으로 확대하는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동남아와 미국, 호주 등으로 눈을 돌리는 등 탈중국 전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2분기 성적표 희비...아모레 ‘흐림’ vs LG생건 ‘맑음’=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실적은 희비가 분명하다. 아모레퍼시픽은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감소하는 외화내빈의 성적표를 받았다. 반면 LG생활건강은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 3개부문 모두 성장폭이 가파랐다. 이로써 LG생활건강은 아모레퍼시픽을 실적경쟁에서 앞질렀다. 차석용 부회장의 매직파워가 제대로 빛을 보인 셈이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그룹의 경우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이 1조5689억원, 영업이익은 110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각각 전년동기대비 매출은 1.0% 증가, 영업이익은 35.2% 줄어든 성적이다. 당기순이익은 41.2% 줄어든 746억원이었다. 이는 사드 배치로 중국 정부가 한국으로의 단체 여행을 금지한 '한한령' 이후인 2017년 2분기보다도 저조한 실적이다.

 

같은 기간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의 매출은 3.7% 증가한 1조3931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39.8% 감소한 878억원에 그쳤다. 국내 사업 매출만 놓고 계산하면 2% 증가한 8919억원이다. 영업이익은 21% 감소한 735억원에 그쳤다.

 

문제는 해외사업이다. 해외 실적이 신통치 않다. 해외 사업 매출은 7% 증가한 5121억원, 영업이익은 56% 줄어든 201억원에 머물렀다. 아시아와 북미를 중심으로 매출이 성장했으나 글로벌 성장을 위해 브랜드와 유통 채널을 확대하면서 영업이익이 줄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법인의 경우 공격적인 마케팅 비용 지출이 있었지만 매출 증가율은 2~3% 수준에 머무르는 등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반면 LG생활건강은 또 다시 사상 최대 반기 실적을 기록하면서 이른바 '차석용 매직' 효과를 이어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LG생활건강은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연결기준 전년 동기대비 10.9%, 12.8% 증가해 각각 1조8325억원과 3015억원을 달성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부분에서 경쟁사인 아모레퍼시픽을 앞질렀다.

 

1·2분기를 합친 상반기 매출은 3조7073억원, 영업이익 6236억원으로 같은 기간 각각 11.9%, 13.2% 증가했다. 반기 실적으로는 사상 최대다. 특히 주력 분야인 화장품 부문은 2분기 매출 1조1089억원, 영업이익 2258억원을 달성했다.

 

◆‘차석용 매직’ 중국 넘어 미국으로...'서경배 뚝심' 2025년 50개국 진출=우선 차석용 LG생건 부회장은 럭셔리 화장품의 글로벌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사드 여파에도 럭셔리 화장품의 인기로 성장세를 이어가는 만큼 해외 진출 국가를 늘려 성장세를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차 부회장은 최근 미국 화장품사인 뉴에이본의 지분 100%를 1억2500만 달러(145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뉴에이본은 세계 최대 화장품 판매 회사인 에이본이 분리한 북미사업 부문으로 현재 미국, 캐나다, 푸에르토 리코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차 부회장이 뉴에이본 인수에 나선 것은 미국 시장의 파이가 크기 때문이다. 미국은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가 각각 50조원에 달한다. 차 부회장은 미국을 교두보로 삼아 주변 시장인 캐나다와 남미, 유럽까지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LG생활건강의 기술력과 북미 인프라를 활용해 럭셔리 화장품을 미국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도 승부수를 던졌다. 서 회장은 오는 2025년 50개국 진출한다는 아모레퍼시피의 청사진을 그렸다. 서 회장은 이를 위해 해외 영토 확장에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불안한 중국 시장 외에도 국내 시장 역시 포화 상태에 이른 만큼 해외 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는 게 서 회장의 글로벌 전략이다.

 

서경배 회장은 지난해 미국과 호주 시장에 공략에 집중했다. 지난해 초 호주 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6월 이니스프리의 첫 매장을 멜버른에 냈다. 라네즈도 호주 세포라에 입점해 19개 매장을 확보했다. 라네즈는 미국에서도 단독 매장보다 세포라와 같은 유명 유통망을 활용해 254개 판매망을 확보했다. 2017년 144개 였던 미국 내 라네즈 매장은 1년새 100여개 늘었다.

 

서 회장은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공략에도 힘을 쏟았다. 서 회장은 지난해 8월 마닐라에 필리핀 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11월에는 마닐라 최대 쇼핑몰 ‘SM몰 오브 아시아’에 글로벌 자연주의 브랜드 이니스프리 1호점을 오픈했다.

 

지난 5월 싱가포르 ‘타카시마야’ 백화점에 단독 매장을 오픈한 헤라는 향후 싱가포르를 거점삼아 동남아 공략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