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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세' 신격호, '동주·동빈' 때문에 3번째 이사짐 싼다

“소공동→잠실→소공동“...막장 드라마 연상하는 롯데 창업주의 반전인생

[퍼스트경제=서연옥 기자]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이 신동주, 신동빈 두 아들의 경영권 다툼 여진으로 또 다시 이삿짐을 싸게 됐다. 백수를 바라보는 치매 노인이 1년 반만에 이사짐을 3번이나 싸는 셈이다.

 

신 명예회장은 19일 법원의 결정에 따라 조만간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월트타워 아파트에서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현 이그제큐티브타워) 34층으로 거처를 옮겨야한다.

 

앞서 신 명예회장은 현재 롯데월드타워 49층 시그니엘 레지던스에 기거했다. 이 곳은 신 명예회장이 거주하던 소공동 롯데호텔 집무실과 같은 모양으로 월드타워 집무실을 리모델링한 거주공간이다. 신 명예회장은 이사온 잠실에서 잘 적응하며 비교적 안정을 되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 명예회장의 경우 치매 때문에 정신이 맑지 않은 상태이나 식사나 수면 등 일상생활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롯데 주변의 전언이다. 신 명예회장의 이번 소공동으로 거주지를 다시 이전하면 지난해 초 소공동에서 서울 잠실로 거처를 옮긴 지 1년 5개월 만에 3번째 이사짐을 싸는 셈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백수를 앞둔 고령인 신 명예회장이 1년 5개월 만에 또 거주지를 이전해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지만, 법원의 결정에 따를 수 밖에 없다"며 "30년 가까이 거주했던 곳인 만큼 소공동 생활에 잘 적응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 명예회장은 주민등록상 1922년생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1921년생으로 나이가 99세다. 백수를 바라보는 신 명예회장은 요즘 치매가 심해 주변 사람 조차 제대로 알아보지 못할뿐 아니라 스스로 거동조차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건강이 좋지 않은 신 명예회장이 1년 반만에 이사짐을 3번이나 싸야하는 고초(?)를 겪는 것은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간 감정싸움 때문이란 게 재계의 관측이다. 두 형제는 그동안 경영권 분쟁을 벌이며 감정의 앙금이 쌓일때로 쌓였다. 최근 신동주發 화해의 바람이 부는듯했지만 이번 신 명예회장 이사 문제로 두 형제간 다툼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사실 신 명예회장의 거주지 셔틀게임(?)은 2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17년 7월부터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 개보수 공사가 시작되자 당시 한창 경영권 분쟁을 벌이던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부친 신격호 명예회장의 거처 문제를 놓고 충돌했던 것이다. 롯데 일가의 정통성을 노린 형제간 감정섞인 힘겨루기 성격이 강하다는 게 재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당시 형제가 첨예하게 대립하자 신 명예회장의 한정후견을 담당하는 사단법인 선은 가정법원에 거처를 직권으로 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재판부는 현장검증 후 신 명예회장의 거처를 잠실 롯데월드타워로 옮기라는 결정을 내렸다.

 

법원 결정 후 지난해 8월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신 명예회장의 거처 문제를 다시 제기했다. 임시거주지 결정시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의 리모델링 공사가 끝나면 거주지를 소공동으로 다시 이전하도록 지정한 단서조항을 내세워 신 명예회장의 소공동 복귀를 주장한 것.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측은 이같은 신동주 측 주장에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신동빈 회장 등은 신 명예회장이 워낙 고령이어서 잦은 거주지 이전에 따른 부담이 크고 본인과 가족들도 잠실 생활에 만족하고 있어 현 거주지 유지가 바람직하다는 게 거주 이전을 반대한 신동빈 회장측 주장이다.

 

결국 이 문제는 다시 법원으로 넘어갔고 지난해 11월 장은영 서울가정법원 가사 20단독 판사는 앞선 결정을 번복할만한 특별한 사유가 없다며 신 명예회장의 소공동 롯데호텔 복귀를 결정했다.

 

이번 신 명예회장 거처 이전 문제를 두고 재계 일각에선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거의 정리된 마당에 치매를 앓는 99세 부친의 거처 문제를 놓고 대립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강한 안따까움을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