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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조원태의 역습..."조현아 그림자 지운다”

호텔 부지·왕산레저 등 매각...KCGI “경영진 신뢰 못해”

[퍼스트경제=김근식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누나인 조현아 전 부사장을 향해 반격을 개시했다. 

 

조 부사장이 주관하던 호텔과 레저 사업 등의 부지를 매각키로 하는 등 사실상 조 최장이 한진그룹내에서 조현아 그림자 지우기에 나선 것이다. 명분은 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경영쇄신이다.

 

이처럼 조 회장이 조 부사장을 향해 반격에 들어간 것은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여동생인 조현민 전무)의 지지를 얻는 등 응원군으로 합류하며 조 회장에게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호텔부지 매각 등 경영쇄신안 전격 발표=6일 대한항공은 서울 중구 서소문 사옥에서 이사회를 열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송현동 부지와 왕산마리나 매각 등을 포함한 주주총회 안건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7성급 호텔 건립 계획이 무산된 종로구 송현동 부지(토지 3만6642㎥, 건물 605㎥) 매각과 인천시 중구 을왕동 소재 왕산마리나 운영사인 ㈜왕산레저개발 지분 매각을 추진한다.

 

앞서 한진그룹은 지난해 2월 경영 안정성 및 수익성 향상 달성을 위해 발표한 ‘비전 2023’에서 송현동 부지 매각을 약속했다. 송현동 부지는 대한항공이 호텔 건립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왕산레저개발은 2016년 준공된 해양레저시설인 용유왕산마리나의 운영사로 대한항공이 100% 지분을 소유중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비수익 유휴자산과 비주력사업을 매각하는 것은 재무구조 개선의 적극적 의지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이사회에서 의결된 매각안이 조현아 전 부사장이 애착을 갖고 있던 사업이다. 사실상 이번 개선안은 조 전 부사장의 흔적 지우기가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호텔과 레저사업 등은 ‘남매의 난’을 초발시킨 진원지다. 따라서 조 회장이 제시한 이번 개선안이 조 전 부사장의 그룹 복귀를 원천 봉쇄하겠단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조현아·KCGI·반도건설 등 반대파의 반격=조현아·KCGI·반도건설은 7일 한진그룹의 이사회 결의에 대해 “현 위기상황에 대한 진지한 검토와 문제 의식 없이 단지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들의 표를 모으기 위한 대책”이라고 비난했다.

 

송현동 부지 매각에 대해 이들은 “KCGI가 2019년 2월, 한진그룹의 재무구조 개선계획에 포함됐던 것인데 마치 새로운 주주가치 제고방인 양 포장하는 것은 주주들을 기만하는 처사”라고 밝혔다.

 

한진그룹의 위기상황도 강하게 지적했다. 이들은 “대한항공은 2019년 적자가 5708억원에 이르고 진에어도 542억원의 적자를 보였다”며 “"항공산업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대한항공의 900%가 넘는 부채비율과 적자규모는 세계 주요 항공사들에서 찾아보기 힘든 참담한 수치"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경영권을 사수하기 위해 실질적 내용 없이 과거 대책을 개선안으로 내놓으며 주주들을 호도하는 행위는 이사회가 특정 대주주를 위한 거수기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KCGI·반도건설 등 반대파의 셈법은?= KCGI 측은 조 회장 측이 대한항공 재무구조 개선안 발표 전날 “주주를 회사의 주인이 아닌 거추장스러운 외부 세력으로 보는 시각을 유지하는 경영진의 방안에 진정성이나 신뢰성을 부여하기 어렵다”고 했다.

 

조 회장 측의 경영개선안을 평가 절하하기 위한 선제적 공세인 셈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과 KCGI·반도건설 3자 연대는 오는 14일 전에 조 회장을 견제할 만한 내용의 주주 제안을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조 전 부사장과 반(反)조원태 연합을 구성한 반도건설도 한진그룹의 부동산을 활용한 개발 사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조 회장은 이번 결정으로 조 전 부사장 측에 타격을 주는 동시에 주주들이 요구하는 재무구조 개선에 부응한다는 명분도 취할 수 있다"고 풀이했다.

 

이에 대해 KCGI는 지난해 2월 주주 제안으로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한 송현동 호텔 부지 매각'을 요구한 바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이 KCGI, 반도건설 등과 연합하면서 '경영권을 가져오면 왕산레저개발을 자신이 갖겠다'는 내용의 이면 계약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