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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조원대 퇴직연금 '쩐의 전쟁' 예고

신한 '수수료 제로' 선언 신호탄...시중은행 이어 보험업계도 전투태세

[퍼스트경제=최현지 기자] 200조원 규모의 퇴직연금 시장을 놓고 치열한 '쩐의 전쟁'이 예고되고 있다. 일부 은행에선 수익을 내지 못한 퇴직연금에 대해 ‘제로 수수료’를 선언하는 등 수수료 인하 전쟁을 선언한 상태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퇴직연금 모집 쟁탈전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생명 등 보험업체들도 퇴직연금에 군침을 흘리는 등 큰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퇴직연금 쟁탈전이 자칫 금융권 전체로 확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신한금융지주 퇴직연금 사업부문은 내달 1일부터 손실이 난 퇴직연금 계좌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전액 면제하는 방향으로 수수료 체계를 개편한다.

 

또 10년 이상 장기 가입자는 운용·자산관리수수료를 최대 20%, 일시금이 아닌 연금 방식으로 수령하면 연금 수령 기간 운용관리수수료를 30% 감면하기로 했다. 만 34세 이하에 가입하면 운용관리수수료를 20%까지 깎아주기로 했다.

 

이뿐 아니댜. 신한은행은 사회적 기업에게는 운용 및 자산관리수수료 50% 우대 혜택 및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30억원 이하 기업과 IRP 1억원 미만 고객에게는 운용관리수수료를 0.10~0.20%포인트 깎아주기로 방침을 세웠다. 신규뿐 아니라 기존 고객에게도 적용한다는 게 신한은행의 전략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이번 수수료 개편을 시작으로 선진화된 퇴직연금 서비스를 기대하는 고객 요구에 계속해서 부응해 나갈 계획”이라며 “그룹 역량을 하나로 모아 고객들의 안정적 노후 지원 및 사회적 책임경영을 다하며 퇴직연금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사들도 수수료 인하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말 DB형 최대 0.08%포인트, DC형은 0.05%포인트 내린 데 이어 올해 추가 인하를 검토중이다.

 

우리은행은 기존 연금신탁사업단을 연금신탁그룹으로 격상시키고 IRP와 확정기여(DC)형 상품의 수익률을 높이는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퇴직연금 부서에 있던 수익률 전담팀을 퇴직연금 자산관리센터로 확대·개편할 계획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하나금융지주도 이에 질세라 20~34세 사회초년생과 55세 이상의 은퇴 세대에 대해 수수료를 최대 70%까지 할인하는 내용의 수수료 개편안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하나금융은 연금자산관리 전용 플랫폼 ‘하나연금통합포털’, 퇴직연금 가입자에게 일대일 맞춤 자산관리와 수익률 컨설팅을 제공하는 ‘연금손님자산관리센터’를 신설하는 등 대대적인 조직정비에 들어갔다.

 

앞서 IBK기업은행의 자회사 IBK연금보험도 지난달 DB형은 최대 0.25%포인트, DC형은 최대 0.1%포인트 수수료 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NH농협은행은 올해 1월 ‘퇴직연금 10조원 달성 및 사업추진 활성화’ 행사를 열고 퇴직연금 수익률 향상과 상품라인업 확대를 선언했다.

 

퇴직연금 조직 강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자산관리부문 아래 연금본부를 신설, 그룹 전체 연금고객의 사후관리, 은퇴와 노후 서비스 등을 관장한다. 또 연금기획부를 신설해 지주, 은행, 증권, 손보 등 4개사를 크러스트 조직으로 묶어 움직이고 있다.

 

금융회사들이 치열한 선점 경쟁을 펼치는 이유는 퇴직연금시장이 ‘미래 먹거리’로 각광받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적립금은 작년 말 현재 190조원 상당이다. 이는 전년(168조4000억원)대비 12.8%가량 늘어난 규모다.

 

다만 시장이 계속 커지는 데 반해 수수료 체계 등 내부적으로 손봐야 할 부분이 많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금융사들은 연 0.5% 수준의 수수료를 받고 있지만 수익률은 정기예금 금리(1.99%)에도 못 미치는 1%대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퇴직연금의 지난해 연간 수익률은 1.01%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규모에 비해 퇴직연금의 수익률이나 수수료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많았다”면서 “대형 금융사간 경쟁이 본격화하면 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