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포커스]“LG가 달라졌어요“ 구광모號 출범 1년

순혈주의 타파, 신사업 추진 등 승부수...체질개선·실리주의 행보

[퍼스트경제=최현정 기자] 40대 젊은 총수인 구광모 LG 대표이사 회장이 29일 취임 1년을 맞았다. 구 회장은 선대 고(故) 구본무 회장이 숙환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지난해 6월29일 그룹의 수장 자리에 올랐다.

 

구 회장은 지난 1년간 LG그룹이 70여년의 역사 동안 만들어온 '정도경영'과 '인화'의 DNA에 '변화'와 '혁신'이라는 새로운 색을 입히기 위한 초석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규모 투자와 발 빠른 사업재편 등 안정적인 경영능력을 보여주는 등 총수로서의 능력을 검증받았다.

 

◆'인화'에서 '변화'로 궤도수정..순혈주의 타파=구 회장이 인사를 통해 '변혁'을 시도한 것은 그룹의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혁신' 작업의 일환이다. 4차산업혁명의 여파로 생활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함에 따라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새로운 사업에 인재들을 선제적으로 배치해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띈 변화는 '혁신적 인사'다. 구 회장은 취임 6개월도 되지 않은 지난해 11월 대규모 파겨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당시 LG는 LG화학·LG이노텍·LG상사·LG경제연구원 등 8개 계열사 CEO를 신규 선임했다. 신임 임원 승진자도 134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구 회장은 그룹의 핵심적 요직에 외부인사를 전격 영입하는 파격적인 조치를 취했다. 구 회장이 오랫동안 지속된 ‘내부발탁’ 전통을 깨트렸다는 평가다. 실제로 구 회장은 ㈜LG에 그룹내 사업전략 등을 담당하는 경영전략팀을 신설하고 홍범식 베인&컴퍼니 코리아 글로벌디렉터 대표를 팀장으로 전격 발탁했다. 외부 인사에게 그룹의 조타수를 맡긴 셈이다.

 

구 회장은 이어 LG화학의 대표로 신학철 3M 수석부회장을 영입했다. 신 부회장을 통해 LG화학을 석유·화학 중심의 회사에서 전기차 배터리, 신소재, 바이오 사업 등 신사업을 함께 영위하는 회사로 변화시킨다는 '밑그림'을 그리겠다는 포석이다.

 

이중 LG화학은 신 부회장 취임 이후 사업조직을 기존의 기초소재, 전지, 정보전자소재, 생명과학사업본부 및 재료사업부문에서 석유화학, 전지, 첨단소재, 생명과학사업본부로 개편했다. 구 회장은 또 자동차 부품팀을 신설하고 김형남 한국타이어 연구개발 본부장을 부사장급 팀장으로 영입했다. 그룹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꼽힌 차량용 전장(전자장비)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다.

 

◆과감한 M&A와 사업철수 등 사업구조 재편 승부수=구 회장은 신성장 사업 추진의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인수·합병(M&A)도 가속패달을 밟고 나섰다. 또 미래형 사업엔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느 등 승부사적 기질도 발휘했다.

 

주요 투자 분야는 자율주행, 인공지능, 로봇,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바이오·소재,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 유망 스타트업 부문이다. 구 회장은 AI(인공지능), 5G, 로봇 등을 신성장동력으로 선정, 집중적 육성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CJ헬로비전 인수와 스타트업 투자다. LG유플러스가 케이블TV 1위 업체인 CJ헬로의 주식을 8000억원에 인수했다. 또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통해 미국 스타트업에 1900만달러(216억원) 이상의 투자했다. 반면 구 회장은 경쟁력이 부족한 사업을 정리하는 과감한 결단도 내렸다. 지난 2월 LG전자는 LG화학, ㈜LG 등과 함께 출자한 연료전지 회사인 'LG퓨얼셀시스템즈'를 청산했다.

 

자동차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조명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일반 OLED 조명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연료전지 사업을 접고 전기차 배터리와 전자 계열 전장부품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결단이다. 구 회장은 또 지난 2월 소모성자재구매(MRO) 사업체인 서브원 경영권도 매각했다. 적자 투성인 LG전자의 MC사업본부는 스마트폰 생산 공장도 베트남으로 이전했다.

 

◆수평적 리더십 통한 구광모式 기업문화 창조=수평적 리더십도 구광모號 출범후 달라진 LG의 모습중 하나다. 그동안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정도경영을 추진해 온 LG는 구광모호 출범 후 ‘실리주의’와 ‘미래’를 강조하는 방식의 신정도경영을 도입하는 등 전략 변화를 단행했다.

 

구 회장은 지난해 취임 직후 경영진을 향해 자신을 '회장' 직급 대신 '대표'로 불러달라는 당부도 한 바 있다. 구 회장은 1년에 두차례 진행되는 사업보고회의 형식도 '일방적 보고'에서 '토론 형식'으로 변경해 보수적인 기업문화를 자율적·창의적인 모습으로 바꾸려는 시도를 해왔다.

 

40대의 젊은 리더인 만큼 구 회장 취임 이후 LG의 '일하는 분위기'도 변화했다. 직원들의 '복장'부터 달라졌다. LG는 구 회장 취임 후 직원들의 자율복장제도를 전면 시행하고 있다. LG는 구 회장의 지시에 따라 직원들이 직급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소통하는 '살롱 드 서초'와 '다락' 공간이 서초R&D캠퍼스와 여의도 트윈타워에 각각 설치 운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