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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살균제 증거 은닉' 애경산업 前대표 실형

검찰 재수사 후 첫 사법판단…특조위, SK 애경 회장 청문회 증인 채택

[퍼스트경제=서연옥 기자] 가습기살균제 '가습기 메이트' 판매업체인 고광현 애경산업 전 대표가 유해성 관련 자료를 은닉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애경산업은 가습기 살균제 사태 때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낸 제품인 가습기 메이트의 판매 회사다.

 

또 이날 서울에선 ‘가습기살균제’ 사건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기자회견을 가졌다. 특조위는 회견을 통해 최태원 SK 회장, 장영신 애경 회장 등 가습기 살균제 사건 관계자 80여명의 청문회 증인 채택을 공개했다. 법원의 애경산업 가습기 살균제 사건 관련 선고와 특조위의 청문회 증인 채택 등 ‘가습기 살균제’ 관련 2제를 들여다봤다.

 

◆애경산업 전 대표 징역 2.6년 등 실형 선고=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홍준서 판사)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 증거인멸 교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광현 애경산업 전 대표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또 증거인멸을 실행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양모 전 전무에 대해선 징역 1년을, 애경산업 현직 팀장인 이모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고 전 대표에 대해 "아랫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증거인멸을 했다는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을 하고, 당사자들이 당시 상황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을 구실삼아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상식에 반하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이어 "우리 사회에 문제를 야기한 가습기 살균제의 생산·유통에서 형사 선고를 하고 범의를 판단할 증거가 인멸돼 실체 발견에 지장을 초래했으므로 죄질이 무겁다"며 "초범이라 해도 실행으로 행위에 상응하는 선고를 해야 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번 판결은 지난해 말 검찰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재수사한 이후 관련자들에 대해 첫 번째 사법적 판단이다. 앞서 이들은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되던 2016년부터 최근까지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한 자료를 숨기고 폐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2016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을 꾸리고 수사를 벌여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원료로 가습기 살균제를 만든 옥시, 롯데마트, 홈플러스 책임자들을 기소했다. 이들은 최고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당시 원료 물질인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의 유해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애경산업을 비롯한 여러 제조·판매기업들이 책임을 피해갔다. 이후 CMIT와 MIT의 유해성에 대한 학계 역학조사 자료가 쌓이고, 환경부가 관련 연구자료를 제출함에 따라 지난해 말 검찰이 재수사에 들어갔다.

 

검찰은 8개월간의 수사 끝에 SK케미칼 홍지호 전 대표, 애경산업 안용찬 전 대표 등 관계자 34명을 기소하고 현재 1심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가습기 특조위, 최태원, 장영신 등 줄줄이 청문회 증인 채태=장완익 가습기살균제 사건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위원장은 23일 서울 중구 명동 포스트타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증인들은 청문회에 출석해 진실을 말해 달라"고 촉구했다.

 

특조위가 채택한 증인은 최태원 SK 회장과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락스만 나라시만 옥시래킷밴키저 영국본사 최고경영자(CEO) 내정자, 차석용 LG생활건강 대표, 조명래 환경부 장관, 윤성규 전 환경부 장관, 임채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기업인과 관료 80여명이다.

 

특조위는 ▲가습기살균제 개발경위 ▲참사 발생 이후 대응 과정내 문제점 규명 ▲제품의 안전성 검증 과정 ▲기업과 전문가 집단의 문제점 규명 ▲2016년 국회 국정조사 당시 출석 증인 위증 여부 확인 ▲피해 협의 과정 지원상 문제점 규명 및 향후 계획 등 질문할 예정이다.

 

특조위 측은 “최 회장 등 기업 총수들은 출석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김철 SK케미칼 대표와 최창원 전 SK케미칼 대표, 채동석 애경산업 대표,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박동석 현 RB코리아 대표 등 48멍 정도가 참석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장 위원장은 "기업은 참사의 1차적인 책임자"라며 "참사의 발생 및 대응 과정에서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따져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