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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동차업계 '하이퍼 전기차' 주목

젊은 CEO '마테 리막', 부가티 품고 고성능 전동화시대
전동화 대세...슈퍼카 강자 람보르기니, 페라리 행보 주목

[퍼스트경제=서연옥 기자] 최고급 자동차 브랜드 부가티가 ‘부가티-리막’으로 재단장한다. 변화의 중심에는 바로 33세의 젊은 CEO 마테 리마츠가 있다. 마테 리마츠는 2009년 크로아티아에서 전기 슈퍼카 메이커인 ‘리막 오토모빌리’(이하 리막)을 설립하며 자동차 시장에 입성했다.

 

지난해 9월부터 뜨거웠던 리막의 부가티 인수 관련 소식은 현실이 됐다. 부가티-리막 전체 합작투자사에서 리막이 55%, 포르쉐가 45% 지분을 차지한다. 기존 폭스바겐 산하였던 부가티의 지분은 자연스럽게 포르쉐와 리막이 가져가면서 부가티와 리막은 하나의 회사로 거듭나며 ‘리막 연합’을 강화했다.

 

◆연합체제로 나서는 ‘부가티-리막’, 전기차의 새로운 흐름 열까=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유럽시장은 테슬라 VS 리막 연합의 양강 구도”라는 평도 흔하다. 리막은 자사 완성차뿐만이 아니라 타 완성체 회사에 파워트레인과 충전 시스템을 납품하며 성장해왔다.

 

2017년에 유럽 공식딜러를 설립하고 제네바 모터쇼에 나섰다. 현재 자사의 고성능파워트레인을 메르세데스-AMG, BMW M, 포르쉐 등 고성능 스포츠카 대상으로 공급하고 있다. 부가티-리막의 본사는 리막의 기존 소재지인 크로아티아다. 부가티의 프랑스가 아닌 리막의 본고장으로 시작한다는 점에서 리막 주도하에 운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수합병 방식의 합작사 설립 배경에는 부가티와 리막의 윈-윈 전략이 돋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400마력 이상을 지닌 스포츠카들이 ‘슈퍼카’라는 명칭으로 마케팅을 하던 시절, 부가티는 1000마력 이상의 ‘하이퍼카’를 내놓으며 고성능 스포츠카의 대명사로 나아갔다.

 

현재 부가티는 판매확대를 위한 안정적인 공급망이 필요한 상황이다. 부가티는 소규모 판매를 이루고 있기에 새로 시장을 개척 중인 리막과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포르쉐의 지원과 함께 리막 자체가 타 완성체 기업들과 ‘공급 연합’이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리막은 ‘리막 네베라’의 양산을 앞두고 있다. 네베라는 최대 출력 1914마력, WLTP 기준 1회충전 주행거리 550km, 제로백(시속 100km까지 가속 시간) 1.97초, 최고 시속 412km의 하이퍼카다. 리막이 안정적으로 이 차를 양산하기 위해선 자금과 생산 인프라가 필요하다. 부가티가 부족한 축을 메울 것으로 보인다.

 

◆리막 지분 12%의 현대차, 전기차 고성능화 투자효과 톡톡히 누릴까=하이퍼카의 시초로서 내연기관 기술력을 확보한 전통의 부가티, 전기차 기술력으로 하이퍼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리막의 시너지는 업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다. 향후 부가티-리막은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전기차 모두에 해당되는 기술협업을 통해 다양한 신차종을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그와 동시에 현대차와 기아도 영향을 받을까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나타난다. 2019년 리막의 가치를 알아봤던 당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8000만유로의 투자를 통해 리막의 대주주로 올랐다.

 

2018년부터 10%의 지분을 확보하며 리막 투자자로 합류했던 포르쉐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분 13.8%에 밀려났다. 하지만 포르쉐는 2019년 9월 추가 투자로 리막 지분을 15.5%까지 끌어올렸고 올해 3월에는 7000만유로를 더 투자하며 24%의 지분을 확보했다. 현재 리막의 최대 주주는 37% 지분을 보유중인설립자인 마테 리마츠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분은 현재 12%로 포르쉐와 격차가 더 벌어졌다.

 

포르쉐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것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부가티의 소유자라고 할 수 있다. 부가티-리막으로 개편하면서 현대차와의 협력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애초에 정의선 회장은 고성능 N 브랜드의 신차 개발을 목적으로 리막에 투자했었다.

 

부가티-리막의 주요역할로 급부상하지는 못했지만 현대자동차가 최신 스포츠카 기업과 연결점을 갖는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향후 현대자동차의 고성능 N 브랜드와의 긴밀한 협력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슈퍼카 內 전동화 선도주자 포르쉐, 전기차 도발에 다른 강자들은 두문불출?=고성능 엔진의 배기음이 질주하던 슈퍼카 시장에서 전기차의 등장은 달갑지만은 않았다. 내연기관이야말로 고급스포츠카들의 상징이자 자존심이었기 때문이다.

 

포르쉐는 선제적인 리막 투자와 더불어 2019년 ‘포르쉐 타이칸’을 공개하며 슈퍼카 시장을 도발했다. 타이칸은 준대형 전기 스포츠 세단으로 포르쉐가 설계하고 개발을 도맡았다.

 

슈퍼카의 전동화에 기존 강자들은 미진한 반응을 보였다. 작년까지만 해도 람보르기니는 “지금 당장은 하이브리드에만 집중하겠다”고 전했고 페라리도 “5년 이내에는 전기 슈퍼카를 내놓을 계획이 없다”고 언급했었다.

 

올해가 되면서 슈퍼카 업계도 전동화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람보르기니는 지난 5월에 전동화 계획을 발표했다. 브랜드 최초로 하이브리드 모델을 2023년에 출시하며 2024년까지 모든 라인업의 전동화에 나선다. 2020년대 말에는 순수 전기 슈퍼카 공개를 목표로 두고 있다.

 

페라리 역시 지난 6월 반도체·전자 전문가 베네데토 비냐를 최고경영자로 영입을 발표했다. 페라리는 9월부터 시작되는 이번 인사개편으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대를 준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기존 완성차 업계에 비해 슈퍼카 기업들이 뒤늦은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이에 대한 새로운 시선도 있다. 새로운 흐름에 맞춰서 전동화 부문도 준비를 하긴 하지만 슈퍼카 입장에서 전동화는 여전히 관심 대상이 아닐 수 있다.

 

자동차 산업이 전동화로 완전 개혁이 끝나면 슈퍼카가 고집하는 내연기관의 희귀성과 가치가 더욱 올라갈 것이라는 관점이다. 슈퍼카는 효율성과 합리성을 따지고 구매하는 상품이 아니라 고급화와 차별화에 기준을 두고 있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내연기관이 종말되더라도 지금과 같이 내연기관 슈퍼카를 고집하는 고객들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라며 “기존의 럭셔리 슈퍼카들은 그 고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