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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상장사의 딜레마...인건비 '초고속' vs 고용 '저속'

한국CXO연구소, 작년 1000大 상장사 고용 1.6%↑…인건비 6.4%↑

"고용은 거북이처럼 느린 반면 인건비는 토끼처럼 빨리 뛴다."

 

최근 3년간 국내 1000大 상장사의 인건비 증가속도가 고용보다 4배가량 빠르다는 분석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이같은 결과는 한국CXO연구소가 ‘국내 1000大 상장사 3년간 고용과 인건비 상관관계 분석’ 조사 결과에서 도출됐다. 이번 조사는 국내 매출액 기준 1000대 상장사(금융업·지주사 제외)를 대상으로 각 기업 사업보고서에 명시된 직원 급여총액(인건비)과 직원 수를 파악해 분석이 이뤄졌다.

 

조사 결과 1000大 상장사의 최근 3년간 고용 인원은 지난 2016년 129만 219명이었다. 이듬해엔 130만 6184명으로 1.2%(1만5965명↑)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엔 전년보다 1.6%(2만 1199명↑) 증가한 132만7383명으로 집계됐다. 고용 증가 현황별로는 2016년 이후로 조금씩 좋아지는 양상을 보였다.

 

이 기간 인건비 조사에선 지난 2016년 1000대 기업 인건비는 85조5463억원에서 2017년 88조 6153억 원으로 3.6%(3조689억원↑) 뛰었다. 2018년 인건비는 94조2640억원으로 전년보다 6.4%(5조6487억원↑) 상승했다.

 

앞서 결과를 토대로 비교해보면 2017년 대비 2018년 인건비(6.4%) 상승 속도는 고용(1.6%)보다 4배 정도 빠른 것으로 파악됐다. 2016년대비 2018년을 비교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고용이 2.9% 증가할 때 인건비는 10.2% 높아진 셈이다.

 

인건비가 고용 증가 속도보다 3.5배 빨랐다. 인건비는 많이 늘었지만 더 많은 직원을 채용하기 보다는 기존 직원들에게 더 높은 급여 등을 지급하는데 쓰여진 것으로 풀이된다.

 

1000대 상장사에서 2017년대비 2018년에 증가한 5조6487억원의 인건비는 연봉 5000만원을 받는 직원을 11만2000명 정도 고용할 수 있는 규모다. 이와 달리 실제 고용은 2만1000여명 증가에 그쳤다. 인건비가 크게 늘었지만 고용 증가 재미는 크게 보지 못한 셈이다.

 

1000大 상장사 고용증가 속도가 더딘 데에는 매출 상위 100大 기업의 고용 영향력이 다소 부진한 요인도 한몫 했다. 1000大 상장사중 상위 100대 기업이 차지하는 고용 비중은 지난 2016년부터 2018년 3개년 평균 62.8%다. 이와 달리 인건비 비중은 1000대 기업의 72.1%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 보다 인건비 영향력이 10% 정도 높았다. 이는 기존 100대 기업 직원에게 돌아가는 인건비는 많은 반면 고용 책임은 상대적으로 덜 지고 있다는 의미가 강하다.

 

이익을 많이 낸 대기업이 자사 직원들에게 더 많은 보상이 돌아가게 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고용을 늘려 경제 선순환 구조로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국가 경제 차원에서 본다면 큰 효과를 보지 못한 셈이다.

 

2017년 대비 2018년에 늘어난 고용중 상당수는 1만명 이상 직원을 채용하고 있는 이른바 ‘슈퍼 고용기업’에서 책임진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1000대 상장사 중 ‘슈퍼 고용기업’은 지난 2017년 20곳에서 2018년에는 21곳으로 1곳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LG유플러스, 삼성SDI, 현대모비스가 1만명 이상 고용하는 슈퍼 고용기업에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이들 슈퍼 고용기업이 책임지는 직원 수만 해도 2017년 52만6883명에서 2018년 54만3698명으로 1만 6815명 증가했다.

 

2017년 대비 2018년 1000대 상장사 전체 고용 증가 인원의 79.3%에 달했다. 이와 달리 1000~1만명 고용하는 164곳 대기업은 2017대비 2018년에 직원을 1530명 증가시키는데 그쳤다. 1개사당 평균 9명 정도의 직원만 더 늘린 셈이다.

 

300명 이상 1000명 미만 고용하는 425곳 대기업도 1년 사이에 1414명 늘어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이는 300인 미만 고용 기업 390곳에서 늘린 1440명보다 더 적은 숫자다. 사실상 300~1만명 미만 대기업이 고용 허리 역할을 제대로 다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300명 이상 고용하는 기업 수가 1년새 다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000대 상장사중 300인 이상 고용하는 기업 수는 2016년 606곳에서 2017년 615곳으로 9곳 늘었다.

 

하지만 2018년에는 610곳으로 다시 전년도보다 5곳 줄어들었다고 연구소 측은 강조했다. 이는 300인 이상 고용하는 대기업에 편입됨으로 인해 받게 되는 여러 가지 제약을 피하기 위한 의도도 어느 정도 깔려있다고 연구소 측은 설명했다.

 

이번 조사에서 1000대 상장사 중 사업보고서 직원 수 기준으로 2016년 이후 매년 100명 이상 직원을 늘리고 2년 연속 고용률이 10% 넘는 ‘고용 10-10 클럽’에 포함된 고용 우수 기업은 ‘CJ제일제당’을 포함해 11곳에 그쳤다고 한국CXO 측은 설명했다.

 

오일선 한국CXO 소장은 “300인 이상 대기업이 고용보다 인건비만 지속적으로 증가시키게 되면 중소기업 직원과의 임금 격차가 더 벌어져 소득 격차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이 더 심화됨은 물론 우수 인재가 대기업으로 빠져 나가 중소기업의 성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오 소장은 또 ”대기업의 경쟁력까지 저하시켜 핵심 생산 공장을 인건비가 싼 해외로 이전하려는 기업이 속출하는 현상으로까지 이어지게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