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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분쟁에서 갑질까지”...대기업 오너 리스크 '진행형'

삼성 이재용·SK 최태원·한진 조원태…연이은 법정 다툼 구설수
“기업이미지 하락·임직원 사기저해”...글로벌 경쟁력 우려 등도

 

[퍼스트경제=서연옥 기자] 유명 대기업들이 오너 리스크로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대기업의 오너나 오너 일가들이 줄줄이 소송에 휘말리면서 기업이미지 추락은 물론 글로벌 경쟁력 약화, 주주가치 훼손 등 후유증이 우려되고 있다.

 

오너의 공금횡령이나 배임 등은 물론 자녀, 형제 등 일가가 얽혀있는 송사도 많다. 실제로 최근 오너나 오너 일가를 둘러싼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민형사 소송에서 경영권 분쟁, 이혼소송, 일감몰아주기, 마약 사건 등 오너 리스트 범위도 다양하다.

 

업계 일각에선 경영 일선에서 힘써야 할 최고경영자들이 법정을 자주 드나들면서 시간적 금전적 손실은 물론 기업이미지에도 많은 피해를 주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A기업에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기업 이미지를 해치고 소속 임직원의 사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잊을만 하면 발생하는 오너 일가의 탈불법 행위로 인해 기업이미지에 치명상을 입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오너부부 이혼 소송에서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까지=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수사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검찰의 이재용 부회장 구속 기소는 사실상 물건너 갔지만 여전히 이 부회장 측과 검찰의 힘겨루기는 끝나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불법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향후 검찰과 치열한 법리 다툼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경우에 따라선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부회장의 ‘사법리스크’는 지난 2016년 11월 특검이 이른바 ‘박근혜-최서원 게이트’로 그룹 총수들을 줄줄이 소환하며 시작됐다. 이는 2008년 2월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 사건 등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으로 수사를 받은지 8년 만이다.

 

특검은 2017년 1월 12일 이 부회장을 이 사건 피의자 신분으로 처음 소환해 밤샘 조사를 벌였고 4일 뒤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했다. 그해 2월 이 부회장은 특검에 의해 삼성그룹 총수로는 처음으로 구속됐으며 6개월 뒤 열린 1심에서 재판부는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2심에서 재판부가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면서 이 부회장은 수감 353일 만에 풀려났다. 하지만 그해 11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정황을 발단으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수사가 본격화했다.

 

이 부회장은 다시 수사 선상에 올라 국정농단 사건 재판이 종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영권 승계 관련 수사까지 같이 받아야 했다. 이 부회장은 2016년 말부터 올해까지 4년 가까이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의 경우엔 부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1조원대 이혼소송을 진행중이다. 최 회장은 지난 2015년 한 언론 매체에 보낸 서신을 통해 혼외자의 존재를 알리면서 노 관장과의 이혼 의사를 밝혔다. 이후 2017년 7월 법원에 이혼 조정을 신청했지만 합의에 실패하면서 정식 소송으로 이어져 4차 변론기일까지 진행됐다.

 

하지만 노 관장이 지난해 12월 맞소송을 제기하면서 소송은 합의부로 이관돼 새 국면을 맞았다. 양측의 소송은 SK그룹 경영권 변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노 관장은 위자료 3억원과 함께 최 회장이 보유한 SK그룹 지주사 SK 주식 42.3%에 대한 재산분할을 청구했다.

 

최 회장이 지난해 말 기준 SK 주식 1297만여 주를 보유중이다. 이런 가운데 노 관장의 청구가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SK 주식의 7.7%를 넘겨 받게 된다. 이는 주식가치도 1조원을 웃도는 금액이다.

 

◆'남매의 난'에서 물래카메라, 대마 흡연까지=오너 일가간 경영권 다툼으로 법정소송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진그룹이다. ‘남매의 난’으로 불리는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은 조원태와 조현아 남매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힘겨루기가 지속되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한진칼 경영권을 놓고 분쟁중인 ‘3자연합’(조현아 전 부사장, KCGI, 반도건설)이 지난 3월 소송전을 펼쳤고 최근 물밑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소송은 일단 조원태 회장의 승리로 1라운드를 마쳤지만 조현아 연합군 측에서 다시 세결집에 나서면서 2라운드를 예고하는 상황이다. 조현태 회장과 조현아 연합군 모두 2라운드 승패를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진그룹은 이뿐 아니다. 조 회장의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 직원을 상습 폭행한 혐의 등으로 연달아 재판을 받고 있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4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와 관련해 지난해 6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이 확정돼 구속 수감중이다.

 

불공정거래 혐의로 수사를 받은 신라젠도 오너 리스크 기업이다.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신라젠 오너인 문은상 대표를 포함한 전·현직 임원 9명이 검찰에 의해 구속기소된 상태다.

 

오너 일가나 친인척, 후계자 등이 마약이나 갑질, 성범죄, 몰래카메라 등의 탈불법으로 리스크를 받는 기업들도 많다. CJ그룹, SPC그룹, 종근당, 오뚜기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들중엔 유력한 후계자가 마약 혐의로 사회적 지탄을 받은 경우도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씨는 지난해 9월 1일 미국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변종 마약 180여개를 밀반입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앞서 이씨는 지난해 4월 초부터 8월 30일까지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등지에서 대마 오일 카트리지를 6차례 흡연한 혐의도 받았다.

 

종근당 이장한 회장의 장남인 이주원 씨는 자신과 성관계를 맺은 여성의 신체 일부를 촬영 및 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SPC그룹도 허영인 회장의 차남 허희수 부사장이 7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전격 구속된 바 있다.

 

이들 기업은 오너 장차남의 사법 리스크로 인한기업이미지와 글로벌 경쟁력 실추는 물론 임직원 사기 저하 등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오너 리스크는 기업의 경쟁력 하락뿐 아니라 주가 하락으로 결부될 경우 주주에게도 손실 초래하는 등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