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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 산업간 결합 신시장 공략 뉴트렌드 주목

OCI-한미약품 ‘통합 경영’ 발표로 글로벌 유사 사례 관심 ↑
아스트라제네카, 아사히카세이, 바커, 바이엘 등 모범 사례
기업간 궁합 잘 맞는다면 통합 시너지 통해 성공할 수 있어

[퍼스트경제=서연옥기자]OCI그룹과 신약개발 전문 R&D 중심기업 한미약품그룹이 동반 상생 경영체제의 통합을 발표하면서 이종(異種) 산업 간 통합 성공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양사의 이번 결합처럼 이종 산업 통합은 고령화 현상으로 성장세가 큰 바이오산업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2018년 글로벌 시장에서의 제약∙바이오산업과 이종 산업 간 M&A 거래건수는 966건으로 전체 M&A 거래건수 중 67.2%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번 OCI와 한미의 통합이 눈길을 끄는 건 양사의 장점을 새로운 시너지로 극대화할 수 있는 ‘통합’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보통 큰 기업이 작은 기업을 인수하거나 합병하는 M&A와는 달리 OCI와 한미는 각 그룹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상생 동반 경영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했다.

 

재계 순위 30위권인 OCI그룹의 지주회사 OCI홀딩스의 2023년 연결기준 매출액은 2조6500억원(사업회사 OCI 포함 결합 매출액 약 4조6750억원), 한미그룹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는 1조2500억원 매출(사업회사 한미약품 포함 결합 매출액 약 2조8700억원)을 기록했다.

 

이번 통합 결정으로 OCI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현금 창출력, 신약개발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한미약품의 결합으로 향후 바이오 업계에서의 높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바이오 업계에서는 수십년 전부터 최근까지 꾸준하게 이종 산업 간 결합이 이어져 오고 있고, 시너지를 거듭하며 글로벌 탑티어 제약∙바이오회사로 성장한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제네카는 1926년 영국 4개 화학회사의 합병으로 탄생한 ICI가 모태다. ICI는 식품 성분과 특수 폴리머, 전자 재료 등 일반 화학물질과 플라스틱, 의약품 및 특수제품을 제조하는 기업이었다. ICI는 1993년 생명과학/제약부문 사업을 분할해 ‘제네카’를 만들었다. 이후 사업 고도화와 확장을 원하던 제네카는 1998년 스웨덴 제약사 아스트라AB와 통합해 ‘아스트라제네카’가 탄생했다.

 

당시 양사의 직전연도(1997년) 매출은 제네카 85억7000만 달러, 아스트라 56억8000만 달러였다. 아스트라제네카는 2022년 매출액 443억5100만달러를 기록했고 전체 매출의 약 22%에 달하는 97억5700만달러 가량을 연구개발(R&D) 투자하는 등 신약 개발에 집중하는 글로벌 탑티어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일본의 종합화학기업 아사히카세이는 화학제품과 섬유, 건축재, 전자 부품 등을 생산하는 기업이었다. 2021년 약 200억 달러의 매출을 낸 아사히카세이는 자사의 핵산 발효 기술이 향후 핵산 의약품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 판단, 제약·바이오산업 진출을 결정했다. 이에 2022년 미국의 차세대 항체치료제 생산 기업인 바이오노바 사이언티픽(2021년 매출 약 50억 달러)과 통합, CDMO(의약품 위탁개발생산)사업권을 획득해 바이오산업 진출을 본격화했다.

 

1914년 설립된 독일 바커케미칼은 아세톤을 바탕으로 성장했다. 1950년부터는 실리콘을 유럽에서 처음으로 생산, 바커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실리콘 업체로 성장했다. 바커는 1980년대부터 바이오솔루션에도 진출, 2005년에는 본격적 성장을 위해 독일 기업 프로테라와 결합해 사명을 ‘바커 바이오텍’으로 변경했다.

 

바커의 100% 자회사인 바커 바이오텍은 2016년 스페인 리온 공장을 확보하고, 2018년에는 네덜란드 제약용 단백질 생산 업체 싱코바이오파트너스와 통합하며 경쟁력을 강화했다. 바커는 현재 독일 뮌헨에 ‘바커 생명공학 센터’를 건설하는 등 생명공학 분야 투자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올해 설립 161년을 맞는 독일의 화학·바이오기업 바이엘은 석유·화학기업으로 출발해 2022년 기준으로 83개국 354개의 연결회사를 보유한 글로벌 초대형 제약·바이오기업이다. 2018년 자사 매출보다 큰 돈을 쓰며 세계 최대 종자회사 몬산토와 통합하고, 2020년에는 애스크바이오도 인수해 세포‧유전자 치료제 시장에도 진출했다.

 

2022년 바이엘의 매출액은 507억3900만유로(약 73조원)에 달하고, 연구개발비로 매출액의 약 13%인 65억7200만유로(약 9조원)를 투자하는 등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연구개발(R&D)에 매진하고 있다.

 

바이엘은 이번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의 통합 경영의 롤모델로 꼽힌다. 이우현 OCI 회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미약품그룹과의 통합 이유에 대해 “석유·화학에서 제약∙바이오 탑티어 기업으로 변신한 독일 바이엘의 길을 따라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의 발언처럼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은 이번 통합 경영 결정으로 미래 먹거리에 대한 강력한 동력을 마련하게 됐다.

 

OCI그룹은 2018년 부광약품과 조인트벤처 설립을 시작으로 2022년에는 부광약품의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며 제약·바이오 분야로 본격 진출했다. 이후 전략적인 투자와 이번 한미와의 통합까지 이어지며 OCI그룹은 바이오 분야의 경쟁력을 보다 강화할 수 있게 됐다.

 

한미약품그룹도 글로벌 빅파마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자금과 고급 인재 영입이 절실한 상황인데, OCI그룹과의 통합 경영으로 규모의 경제 달성은 물론, OCI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까지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바이오가 정보기술(IT) 분야는 물론, 화학과 소재, 가전, 에너지, 식품 등 모든 산업과 융합할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활발한 산업간 융합, 결합을 진행하고 있다”며 “OCI와 한미약품의 통합 경영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이 같은 시도는 더욱 잦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