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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한진그룹 '경영권 다툼' 난타전 양상

조현아, 주총서 이사진 추천...노조, ‘낙하산 허수아비’ 폄하

[퍼스트경제=최현정 기자] 조현아·KCGI·반도건설로 구성된 조현아 연합군은 대한항공 전문경영인 체제를 바꿔야한다며 이사진 개편을 요구하고 나섰다. 

 

투명경영을 위해선 기존의 이사진 개편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조현아 연합군은 이를 위해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 배경태 전 삼성전자 부사장, 김치훈 전 대한항공 상무 등을 사내이사로 제안했다.

 

앞서 조원태 회장 측은 호텔부지 매각을 골자로 한 재무구조 개선 및 경영 효율화 방안을 내놨다. 대한항공 노조도 조현아 측이 제안한 이사진은 나하산 허수아비에 불과하다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사회 통해 호텔부지 매각 등 재무구조 개선키로=한진그룹이 호텔·레저 사업 전면 개편 등 경영 개선안을 제시한 데 대해 '반(反) 조원태 연합군'이 "주주총회를 앞두고 급조한 대책"이라고 비난하고 나서는 등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가열되고 있다.

 

양측이 현재 확보한 지분이 막상막하인 만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연임이 달린 다음달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국민연금과 소액주주의 표심을 잡기 위한 여론전과 명분 쌓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한진그룹은 지난 6일 대한항공, 지난 7일 한진칼 이사회를 열어 송현동 부지 매각 등 재무구조 개선책과 지배구조 투명화 방안 등을 제시했다.이어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에 한진칼 이사회를 열고 다음달 주주총회 안건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진그룹 측은 이같은 논의에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를 통해 이사회 투명성을 강화함으로서 국민연금과 기관투자자를 우군으로 끌어들이는 한편 소액주주에겐 배당 규모 등 주주 친화 정책을 구사한다는 포석이다.

 

한진칼의 별도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21억원으로, 2018년(379억원)대비 15.3% 감소했다.지난해 한진칼의 배당 규모가 전년도 당기순이익의 50% 수준인 179억원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도 160억원 안팎에서 배당 규모가 정해질 전망이다.

 

한진칼 주총은 다음달 25일에 열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다만 이미 주총 참석율이 80% 안팎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KCGI 측에서 요구한 주총 전자투표제 도입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조현아, 새로운 이사진 구성 제안...조원태 견제구=조현아·KCGI·반도건설 연합군이 대한항공 경영정상화를 위해 3인의 사내이사와 1명의 기타비상무이사, 4명의 사외이사 등 7명의 전문경영인을 추천했다.

 

연합군은 최근 주주제안을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에 냈다. 조현아 연합군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체제에서 대한항공의 경영정상화가 어렵다고 판단한 상태다. 이에 따라 사내이사를 발표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3명의 사내이사는 김신배 SK그룹 부회장, 배경태 전 삼성전자 부사장, 김치훈 대한항공 전 상무가 선정됐다. 이어 기타 비상무이사에는 함철호 티웨이항공 전 대표가 내정됐다. 사외이사 후보에는 서윤석 이화여대 교수와 여은정 중앙대 교수, 이형석 수원대 교수, 구본주 법무법인 사람과 사람 변호사 등 4명을 추천했다.

 

한편 한진칼은 현재 조원태 회장과 석태수 사장이 사내이사로 있다. 사외이사는 이석우 두레 변호사, 주순식 전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 주인기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신성환 홍익대학교 교수 등 4명이다. 조 회장은 올해 3월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며 이 변호사는 한차례 연임한 전례가 있다. 상법 시행령상 사외이사 임기 6년을 전부 채운 상태로 이 변호사의 교체는 확실시 된 상태다.

 

한진칼은 이사 수의 상한을 두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연합군은 이사 8명을 발표해 추후 이사회를 장악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즉, 한진칼이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내면 이를 부결시키고 남은 이사 4명(사내이사 1명, 사외이사 3명)에 3자 연합이 제안한 새 이사 8명 등 총 12명으로 구성된 새로운 이사회를 꾸린다는 계획이다.

 

연합군은 주주제안을 발표하면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KCGI 측은 “주총에서 이사가 선임된 이후 새 이사회에서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노조 "낙하산 허수아비"...조현아 제안 반발=반(反)조원태 연합군이 제시한 주주제안에 대한항공 노동조합이 낙하산 ‘허수아비’에 불과하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항공 노조는 14일 "전문경영인으로 내세운 인물은 항공산업 기본도 모르는 문외한이거나 꼭두각시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는 조 전 부사장의 수족들로 이뤄졌다"며 "그들이 물류, 항공산업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노조는 "3자동맹은 허울 좋은 허수아비 전문경영인을 내세우고 자기들 마음대로 회사를 부실하게 만들고 직원들을 거리로 내몰고 자기들의 배만 채우려는 투기자본과 아직 자숙하며 깊이 반성해야 마땅한 조 전 부사장의 탐욕의 결합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대한항공 2만 노동자들은 지난 2년 주주들의 걱정과 국민의 비판을 무겁게 받아 들여 노조와 회사, 노동자와 관리자, 하청과 원청기업이 서로 소통하고 상생하는 기업 문화를 차곡차곡 다시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 측은 또 "손쉽게 이득을 얻으려는 자본의 이합집산이 멀쩡한 회사를 망치도록 하지 않으려는 노조의 의지를 지지하고 응원해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