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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정유4사, 실적부진 ‘동병상련’

"마진 축소에 신종코로나까지"…영업익 3년만에 ‘반토막’

[퍼스트경제= 서연옥 기자] “정재마진 축소에서 신종코로나까지 죽을 맛입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심각한 경기불황이 몰아칠 것 같습니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스오일, 현오일뱅크 등 정유 4사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걱정이 태산이다. 지난해 저조한 실적이 올해도 신종코로나확산으로 불황을 벗어나지 못하는 등 연일 악재 투성이기 때문이다.

 

신종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정유제품 최대 수입국인 중국 수요가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유업계 전문가들은 배터리·화학 등 비정유부문 사업 강화를 통해 이를 극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팽배하다.

 

◆영업이익 줄줄이 하락세 뚜렷=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4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연결 재무제표 기준) 합산은 3조1202억 원으로 지난 2018년 대비 32.7% 감소했다. 정유업계 4사의 총 영업이익이 2016년엔 7조8738억원이다. 이를 감안하면 3년만에 실적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회사별로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2693억원으로 전년(2018년)대비 39.6% 감소했다. 같은 기간 GS칼텍스는 28.7%, 에스오일은 29.7%, 현대오일뱅크는 21.0% 줄었다.

 

정유업계의 지난해 실적이 일제히 하락한 것은 정제 마진이 하락한 탓이다. 국내 정유업계 정제 마진 손익분기점을 4.5달러 안팎으로 본다. 하지만 지난해 정제 마진은 월간 단위 집계 기준으로 7∼9월에만 4.5달러를 넘겼다.

 

하지만 지난해 12월에는 18년 만에 오히려 마이너스(-)로 떨어지기도 했다. 정유사가 사들인 원유 값보다 가공유 값이 떨어졌다는 의미로 해석돼 기업은 수출할수록 손해를 보게 된다. 국제유가의 지속적 하락세도 고민거리다. 1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49.94달러를 기록했다.

 

◆신종코로나 등 잇따른 악재로 소비급감 악영향=국제유가는 지난해 12월에만 해도 미국과 이란의 군사충돌 가능성이 점쳐지며 8개월 만에 60달러선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들어 신종코로나 확산으로 중국의 수요 감소가 가시화되면서 지난 6일에는 배럴당 49.61달러를 기록한데 이어 좀처럼 50달러 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2018년 기준 국내 정유제품 전체 수출량의 22%를 차지하는 최대 수출국이다. 신종코로나 확산에 따른 중국 정부의 발병 지역 봉쇄가 확산되며 운송용 석유제품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 중국 현지 공장 가동 중단까지 겹치며 석유화학제품 수출 감소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40달러선도 불안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일부 외신은 신종 코로나 확산 이후 중국의 원유 수요가 최근 2주간 전년 대비 20% 급감했다고 전했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종코로나 확산 여파에 따른 대비책 등을 묻는 질문에 “언급하기 어려운 문제지만 워낙 영향이 큰 사안이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스오일 한 관계자는 “정유사업이 국제 정세 등 외부 요인에 따른 영향이 커 비정유부문 사업을 지속 강화하는 것은 정유사들의 숙명과도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비정유부문 사업에 꾸준한 투자를 기울일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