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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한진그룹 ‘남매의 난’...조원태 힘실린다

지분 40% 넘어야 경영권 유지…국민연금 ‘캐스팅 보트’ 예고

[퍼스트경제=김근식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게 힘이 실리고 있다. 최근에는 주주제안 시점에 맞춰 조 회장의 발걸음도 한층 빨라졌다.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전무를 응원군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하면서 조 회장의 경영권에 청신호가 켜지는 분위기다.

 

조 회장은 조현아·KCGI·반도건설 연합군보다 2%가량 많은 지분을 확보하는 등 지분 경쟁에서 일단 우위를 점한 상태다. '캐스팅 보트'를 예고한 국민연금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갖고 있다. 조 회장에게 힘이 실리는 이유다.

 

◆조원태軍 36.48% vs 조현아軍 31.98%...국민연금 변수=조원태 회장은 지난해 미국에서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호텔과 레저 사업 등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6일에는 서울시 종로구 송현동 부지와 인천시 을왕동 왕산마리나 운영사인 ㈜왕산레저개발 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이를 현실화했다.

 

조 회장의 결정에 KCGI는 평가절하 했다. KCGI는 최근 “(조 회장이) 3자 합의 소식을 듣고 급하게 이것저것 해보겠다는 것인데 진정성이 없다”고 밝혔다. 또 3자 합의는 전문경영인체제로 변화시켜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이루기 위한 첫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KCGI는 그동안 대한항공의 경영실적을 언급하며 현재의 경영체제에서는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실제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900%를 넘겼다. KCGI는 대한항공의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을 17.29% 보유한 2대 주주다.

 

하지만 KCGI의 공세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나온다. 송현동 부지매각은 대한항공의 재무상태 개선을 위해 KCGI가 줄 곳 요구해왔던 사안이기 때문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KCGI가 땅콩회항 사건으로 대한항공을 추락시킨 조현아씨와 손을 잡고 한진그룹을 개선시키겠다는 주장도 황당한 일”이라고 말했다. 반(反) 조원태를 외친 조현아(6.49%), KCGI(17.29%), 반도건설(의결권 기준 8.20%)의 한진칼 지분은 31.98%다.

 

반면 조 회장 측은 조원태(6.52%), 이명희(5.31%),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 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우리사주조합(총 3.80%), 정석인하학원(2.14%), 정석물류학술재단(1.08%), 일우재단(0.16%)까지 25.48%를 확보한 상태다. 여기에 델타항공(10.00%), 카카오(1%), 이태희 변호사(0.70%)가 조 회장 측으로 분류된 상황이다.

 

주요 변수는 4.11%를 보유한 국민연금이다. 아직 경영권 개입에 명확한 입장을 전하지 않은 상태지만 오느 3월 25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주주권 행사가 유력하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법령상 위반 우려로 기업가치를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사안’에 대해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조원태 손들어줄 가능성 높은듯=국민연금은 조 회장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 지난해 징역형을 선고 받았기 때문이다.

 

조 전 부사장은 필리핀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와 명품 등을 밀수입한 혐의가 모두 인정돼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상태다. 여기에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이 조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법원은 "대한항공은 7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조 회장이 국민연금과 함께 한다면 총 41.30%의 지분 확보가 가능하다. 지난해 한진칼 주주들의 참석률은 77%다. 올해는 남매간 분쟁으로 참석률이 80%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경영권 확보를 위해선 40% 이상의 주주들을 확보해야 한다. 계산이 현실화되면 조 회장의 경영권 유지가 유력하다.

 

반면, 지난 6일 발표된 지배구조 개선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와 주주들의 신뢰회복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그는 사외이사후보 추천위원회 독립성 강화를 위해 후보추천위원회를 모두 사외이사로 구성시켰다.

 

또 조 회장의 최측근인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도 위원에서 교체됐다. 회사의 주요 경영사항을 사전 검토하는 거버넌스회의도 설치한다. 주주가치 및 주주권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이다. 하지만 사외이사 재편이 그룹의 지배구보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지는 의문이 나온다. 사외이사는 대주주의 독단경영과 전횡을 막는 역할을 맡는다.

 

◆사외이사 총수일가 일탈 견재 여부 미지수=대한항공의 사외이사들은 총수일가의 일탈을 견제하지 않아 그동안 끊임없는 논란을 자초했다. 이번에 발표한 투명성 확립도 또 다시 거수기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남매간 분쟁이 이뤄지기 전 조현아씨는 땅콩회항 사건 이후 3년 만에 한진칼네트워크 사장으로 보임하며 큰 논란을 일으켰다. 사외이사들이 조씨의 복귀를 반대하지 않아 일어난 결과였다. 특히 거버넌스회의 위원장으로 임명된 김동재 사외이사도 반대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용석, 임채민 대한항공 사외이사도 주목받고 있다. 그들은 모두 법무법인 광장에 소속돼 있는데 광장은 한진그룹과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장은 송현동 부지에 호텔을 짓겠다고 나선 대한항공을 위해 송사(訟事)에 나선 곳이며 땅콩회항 사건 당시 조현아씨 측의 2심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이기도 하다.

 

또 이명희 일우재단 고문이 관세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을 당시 변호를 맡은 곳이며 한진그룹 창업자인 故조중훈 회장의 사위는 광장의 설립자 이태희 변호사다. 상법상 주주제안은 직전 연도 정기 주주총회일을 기준으로 6주 전에 해야 한다. 지난해 한진칼 주총이 3월29일인 점을 고려하면 주주제안 시한은 오는 15일이다. 조현아씨 측은 14일까지 주주제안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