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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법원, 이재용 파기 환송심 연기

"준법감시위 관련 제출 요구"…7개 계열사 후원금 지출 감시 등

[퍼스트경제=최현정 기자] 삼성그룹에 7개 계열사가 참여하는 준법감시위원회가 출범한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담당 재판부가 준법감시위원회에 대한 의견서 등을 요구하고 나서 주목되나.

 

이 준법감시위원회의 설립 취지와 활동 계획 등이 이 부회장 양형을 판단하는 데 고려할 수 있는지 등의 의견을 수렵하기 위해서다. 삼성해고노동자와 일부 시민단체는 재판부의 이같은 행보가 이 부회장에 대한 면피용으로 이용되선 안된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삼성 7개계열사 참여하는 준법감시위 출범=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삼성그룹의 7개 계열사 임직원들의 불법행위를 근절하고 경영상 준법 여부를 감시할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5일 회의를 갖고 공식 출범했다. 준법위는 사실상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을 면하기 위한 '면피성' 조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준법위는 이날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타워에서 회의를 갖고 위원회 운영의 기초가 되는 규정을 마련하는 등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 논의했다.

 

준법위는 7개 계열사가 대외적으로 후원하는 자금 지출과 관련, 사전 또는 사후에 통지받고 상세히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또 계열사 내부거래에 대해서도 사전 또는 사후에 통보 받아 점검하게 된다. 준법위는 또 합병, 기업공개 등 계열사들과 특수관계인 사이에 이뤄지는 각종 거래와 조직 변경 등에 대해서도 보고받고 의견을 제시할 방침이다. 계열사와 별도로 신고 시스템을 갖추고, 신고자의 익명성과 비밀을 보장하는 장치를 통해 신고 받겠다는 것이 준법위 쪽 계획이다.

 

최고경영진의 불법행위를 감시할 방안도 마련했다. 7개 계열사 CEO가 위법 행위 가능성이 있다고 인지할 경우 예방 차원에서 계열사 이사회에 직접 위험을 고지하는 등 의견을 제시하게된다. 최고경영진이 관여된 준법의무 위반행위가 발생할 경우 준법위는 해당 사안에 대한 조사와 시정 조치 등을 요구하고, 조사가 미흡하다면 직접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최근 출범한 준법위 위원은 김지형 전 대법관(위원장)을 비롯 고계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 권태선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공동대표,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 봉욱 변호사, 심인숙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외부인사와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으로 구성됐다.

 

◆이재용 재판부 "준법감시위 관련 의견 제출 요구"=14일로 예정된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공판 준비기일이 연기됐다. 법원이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가 이 부회장의 양형에 고려할 만한 사안인지 여부를 이 부회장과 특검 등 양측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서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이날 열리는 이 부회장의 공판준비기일을 변경하면서 특검과 이 부회장 양측에 준법감시위원회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재판부가 양측에 요구한 의견은 법리 다툼이 예상되는 3대 쟁점이다.

 

즉, ▲준법감시제도 취지 전반에 대한 의견 ▲준법감시제도가 양형 사유에 해당하는지, 해당하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준법감시위원회의 운영 상황을 점검할 전문 심리위원 제도가 부적절하다는 특검의 의견에 대한 이 부회장 측 반론 등이다.재판부는 "준법감시제도가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운영돼야 양형 조건으로 고려될 수 있다"며 "삼성의 약속이 제대로 시행되는지 엄격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특검은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 운영을 이 부회장의 양형에 반영하는 데 대해 반대 입장을 낸 상태다. 특검은 지난달 17일 이 부회장의 재판에서 "재벌체제 혁신 내지는 지배구조 개편 없는 준법감시제도는 재벌 봐주기에 불과하다"고 밝힌 바 있다. 재판부는 이같은 특검의 반대 입장뿐 아니라 삼성의 준법감시제도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있는 점을 감안, 공판준비 기일을 연기하고 추가 의견 수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해고노동자 시민단체 등 '이재용 봐주기용‘ 반대=삼성해고노동자 고공농성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준법감시위원회 설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을 면하려 하는 삼성의 초법적 공작을 규탄한다"고 했다. 시민사회단체는 '양형 봐주기'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삼성측에 준법감시제도 활동을 양형에 반영하겠다는 뜻도 내비쳤기 때문이다. 앞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국회의원 16명은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어떠한 법적 권한과 책임도 없는 외부기구인 준법위가 형량을 고려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돼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강력 반발했다.

 

이들은 "재판부의 재벌 총수 봐주기 공판 진행을 강력히 규탄하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엄정한 책임묻기를 통한 사법정의 실현을 촉구한다"고 했다. 준법위 출범을 규탄하는 목소리는 준법위 첫 회의가 열린 5일에도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