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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손태승·함영주, "소송이냐 퇴진이냐"

윤석헌 금감원장, DLF 제재심 최종 결재

[퍼스트경제=최현지 기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제재심의위원회의 결정 원안 승인으로 손태승 우리금융회장 겸 우리은행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중징계가 확정됐다. 중징계를 받은 임원은 3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이번 윤 원장의 결재로 업계의 관심은 손 회장의 향후 거취에 쏠리고 있다. 손 회장은 작년 말 우리금융그룹 회장후보추천위원회로부터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된 상태다.

 

하지만 이번 중징계로 손 회장의 연임에 제동이 걸렸다. 손 회장은 7일 열리는 우리금융 정기이사회에서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전해진다. 손 회장에게 놓인 카드는 ‘사퇴’와 ‘소송’이다. 하지만 두가지 입장 모두 각각 대안 부재’, ‘금융당국 리스크’가 존재하기 때문에 선뜻 결정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손 회장이 이사회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면 우리금융 회장을 다시 뽑아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현재 우리금융에 손 회장을 대신할 마땅한 인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금융그룹 회장은 최대 계열사인 은행의 수장이 다음 자리로 오른다. 하지만 손 회장은 작년까지 우리은행장도 겸직했기 때문에 회장 역할을 할 인물을 찾기가 쉽지 않다.

 

또 손 회장이 물러나면 우리은행은 출신 은행으로 인한 내부 불협화음이 또 다시 불거질 수도 있다. 우리은행은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공적자금을 받기 위해 합병해 탄생했다. 우리은행 설립후 행장 자리는 두 은행 출신이 번갈아 맡아왔다. 하지만 상업은행 출신인 이순우 전 행장과 이광구 전 행장이 연이어 행장직에 오르면서 양측은 갈등에 빠졌다.

 

이후 2017년에 부문장이었던 한일은행 출신 손 회장이 행장직에 올라 탕평책을 통해 갈등을 봉합했다. 하지만 후계자가 마땅히 정해지지 않은 현재 손 회장이 물러난다면 대권을 두고 다시금 두 은행 출신 세력 간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소송도 금융당국과 껄끄러운 관계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쉬운 결정은 아니다. 작년 초 지주사 체제로 재출범한 우리금융은 당장 적극적인 인수합병(M&A)를 통해 비은행 부문을 강화해야 한다. 대규모 M&A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승인이 반드시 필요하다. 금융당국과의 불편한 관계가 유지된다면 M&A 경쟁은 가시밭 길이 될 가능성이 크다.

 

또 최근 불거진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도 우리금융에 부담이다. 우리은행은 시중은행 가운데 라임펀드를 가장 많이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과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면 또 다시 무거운 징계를 받을 수 있다.

 

함 부회장도 이번 중징계로 내년에 있을 하나금융 차기 회장 도전에 지장을 받게 됐다. 유력 차기 회장으로 거론되는 함 부회장은 현재 채용비리 문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중징계 결정은 함 부회장의 대권 도전을 더욱 어렵게 할 것으로 보인다.

 

함 부회장도 소송 카드를 꺼낼 수 있다. 이 경우도 금융당국과의 관계가 문제다. 물론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임기중이기 때문에 함 부회장의 소송이 그룹 전체에 끼치는 영향은 우리금융에 비해 제한적이라는 것이 업계의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