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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옥시CEO, '살균제' 책임 회피성 발언 빈축

박동석 옥시RB 대표 "정부관리 철저했으면 참사 없었을 것" 주장

[퍼스트경제=서연옥 기자] 박동석 옥시레킷벤키저 대표가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해 "정부가 관리 감독을 철저히 했다면 이런 참사는 없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책임 회피성 발언을 해 빈축을 샀다.

 

박 대표는 28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청문회 이틀째 1부 '기업분야' 세션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다양한 원인과 다수 당사자에 의해, 장기간에 걸쳐 복잡하게 얽힌 문제"라며 "이런 복잡한 문제에서 저희(옥시RB)가 단독으로 해결책을 내놓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1994년 SK케미칼이 가습기 살균제를 처음 개발·판매했을 때나 1996년 옥시가 유사 제품을 내놨을 때 정부 기관에서 관리 감독을 철저히 했더라면 이런 참사는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아울러 "2011년 질병관리본부에서 가습기살균제 문제로 인한 폐 손상을 우려했을 때 옥시가 법적 절차를 방어하기보다 사과하고 책임을 인정했더라면 2016년 옥시가 책임을 인정했을 때 SK케미칼이나 관련 제조업체들이 배상 책임을 했더라면 피해자의 고통은 현저히 줄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의 발언이 나오자 방청석에 있던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이 소리를 지르며 강력히 항의했다. 특조위는 이날 청문회에서 옥시에 영국 본사가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관여했는지와 참사 이후 대응 과정에서 문제점 등을 물었다.

 

최예용 특조위 부위원장은 "옥시 본사는 미국 연구소에서 가습기살균제 제품에 대한 보고서를 보고 받았고,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터지자 글로벌 세이프팀 사람들과 모여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러나 2016년 국회 국정조사 때나 오늘 청문회에도 본사 책임자나 당시 옥시레킷벤키저의 외국인 대표들은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황필규 특조위 비상임위원도 "잘못이 없으면 당당히 한국에 와서 조사받고 무혐의 처분받으면 된다"며 "진실 규명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고 하지만 본사에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책임을 묻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피해자에게 사과를 하겠다고 자리에서 일어나 꾸벅 인사를 한 뒤에도 "옥시RB가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지만 많이 부족한 면도 있다"며 "다만 (옥시RB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50% 정도인 반면 피해자 구제에 있어서 재정 부담은 85% 이상 감당하고 있다"고 말해 또 한번 빈축을 샀다.

 

또 박 대표는 "본사의 결정에 저는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며 "오늘 청문회에는 다른 일정이 있어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특조위는 LG생활건강 관계자를 상대로 LG생활건강이 판매한 '119 가습기 세균제거제'의 원료인 염화벤잘코늄(BKC)의 안전성 검증 미흡에 대해 추궁했다.

 

홍성칠 특조위 비상임위원은 "당시 제품에 대한 흡입독성 실험은 하지 않고 살균력을 우선 검토했다"고 지적했고 이치우 전 LG생활건강 생활용품 사업부 개발팀 직원은 "흡입독성 실험은 하지 않았지만, 문헌 검토를 통해 제품화했다"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는 가습기살균제의 최대 피해자를 낸 '옥시싹싹 뉴 가습기당번’을 판매한 다국적기업 옥시RB의 본사 임직원이 사태에 개입했는지 밝히고 참사 발생 이후 대응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집중 추궁하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락스만 나라시만 RB그룹 상임이사, 아타사프달 전 대표이사·아태지역 대표, 거라브 제인 전 마케팅 디렉터·전 대표이사 등 옥시RB가 제품을 판매하고 사태가 불거진 당시 이 회사를 거쳐간 외국인 임직원들은 일제히 증인으로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