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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조현준의 야심...“탄소섬유 세계시장 제패”

효성, 1조원 들여 전주공장 탄소섬유 생산라인 10개로 확장

[퍼스트경제=김근식 기자]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로 첨단소재의 국산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의 뚝심경영이 탄소섬유 소재시장에서 또 한번 통했다.

 

조 회장이 진두지휘하는 효성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세계 최대 규모의 글로벌 탄소섬유 소재기업으로 새롭게 도약하게 된 것이다.

 

조 회장은 20일 전주 탄소섬유 공장에서 열린 효성첨단소재 '탄소섬유 신규투자 협약식'에서 이같은 포부를 밝혔다. 이날 조 회장은 "탄소섬유 후방산업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고 수소경제로 탄소섬유의 새로운 시장을 열어준 만큼 탄소섬유를 더욱 키워 '소재강국 대한민국' 건설에 한 축을 담당하겠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이번 협약식을 통해 2028년까지 탄소섬유 산업에 총 1조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효성은 이번 생산라인 확대를 통해 현재 연간 2000t 규모(1개 라인)인 생산 규모를 2만4000t(10개 라인)으로 12배 가량 커지는 효과를 거두게 됐다. 이는 단일 공장으론 세계 최대 규모다.

 

재계에선 이번 효성의 탄소섬유 소재공장 확장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 품목으로 탄소섬유를 지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국내 기업의 기술 및 생산능력 투자가 절실한 가운데 효성의 탄소섬유 생산라인 확장은 의미가 크다”고 진단했다.

 

효성은 현재 1차 증설이 진행중이다. 오는 2020년 1월이면 연간 2000t 규모의 탄소섬유 공장이 완공된다. 또 2월부터는 본격 양산에 돌입한다. 총 10개 라인 증설이 마무리되면 효성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현재 11위(2%)에서 3위(10%)까지 8단계를 올라서게 된다.

 

탄소섬유는 자동차용 내외장재, 건축용 보강재에서부터 스포츠레저 분야, 우주항공 등 첨단 미래산업에 이르기까지 철이 사용되는 모든 산업에 적용된다. 탄소섬유가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이유다.

 

철에 비해 무게는 4분의 1이지만 강도와 탄성은 각각 10배, 7배 더 강하다. 내부식성, 전도성, 내열성도 뛰어나다. 다만 항공, 우주, 방산 등에 사용되는 소재인 만큼 전략물자로서 기술이전이 쉽지 않고 독자 개발도 어려워 세계적으로도 기술보유국이 손에 꼽을 정도다.

 

효성은 2011년 전라북도와 전주시, 한국탄소융합기술원과 함께 국내기업으로는 최초로 독자기술을 보유하게 됐다. 이는 일본, 미국, 독일에 이어 세계 4번째 개발이다. 탄소섬유는 수소경제 시대의 핵심소재로도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해 전·후방 경제적·산업적 파급효과가 큰 수소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핵심 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수소차에 탄소섬유가 핵심소재로 사용된다. 탄소섬유는 플라스틱 재질 원통형 용기인 수소연료탱크를 감아 강도와 안정성을 높인다. 수소연료탱크용 탄소섬유 시장은 2030년까지 12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블루오션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효성과 전라북도, 전주시 등 정부∙지자체간 '신규 증설 및 투자지원을 위한 투자 협약식'과 △산업통상자원부와 효성, 일진복합소재, KAI 등 탄소소재 관련 기업간 공동 테스트 등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얼라이언스 MOU 체결식'도 진행됐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탄소섬유의 미래 가치에 주목해 독자 기술 개발에 뛰어든 것"이라며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 1등이 가능한 이유는 소재부터 생산공정까지 독자 개발해 경쟁사를 앞서겠다는 기술적 고집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