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경제=최현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이어 최태원 SK 회장도 일본의 2차 경제보복 조치에 맞서 발걸음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SK그룹의 경우 반도체 및 첨단화학 등의 일부 사업이 이번 일본의 2차 수출규제 사태로 일정부분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5일 주요 관계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하는 비상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일본의 2차 경제보복 조치에 따른 영향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이날 서울 SK T타워에서 16개 주요 관계사 CEO들이 참석한 가운데 SK그룹의 '컨트롤타워'로 최고의사결정기구 역할을 하는 수펙스추구협의회 비상회의를 주재했다. 최 회장이 주요 계열사 CEO가 참석하는 수펙스추구협의회 회의에 직접 참석하고 주재하기는 매우 이례적이란 게 SK측 설명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위기극복을 위해 단합하는 데 구심점이 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이날 회의에서 핵심 소재·부품의 국산화, 내재화 작업을 발빠르게 진행하며 충격을 최소화하는 한편 이번 기회를 글로벌 사업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는 일본이 백색국가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한데 따른 후폭풍 최소화 차원에서 최 회장이 팔소매를 걷고 나선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최 회장은 회의에서 참석자들에게 흔들림없이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위기에 슬기롭게 대처하자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은 또 '그동안 위기 때마다 일치단결해 기회로 바꿔온 DNA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번 2차 수출규제 조치도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과 CEO 등 참석자들은 반도체 등 주요 관계사 사업에서 예상되는 타격과 대응방안을 분석하고, 일본 수출규제가 장기화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 등을 점검했다.
이들은 또 2차 수출 규제로 인한 위기극복뿐 아니라 새로운 사업기회 창출에도 힘써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SK그룹의 경우 이번 일본의 2차 수출규제 조치로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이 반도체와 배터리 부문에서 악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따라서 일본산을 대체할 제품을 찾기가 쉽지 않아 단기적으로 상당한 충격이 예상된다는 게 SK 측 설명이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달 1일 일본 정부가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등 3개 품목에 수입규제 조치를 내린 후부터 영향과 대책을 보고받고 대응책 마련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지난달 중순 대한상의 포럼에선 일본 수출규제 대응 해법과 관련, "(정부와 기업이) 각자 위치에서 맡은 일을 잘해야한다"며 "필요하다면 일본 출장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SK그룹의 경우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SK하이닉스 최고경영진이 일본을 방문, 현지 기업과 접촉하며 협력방안을 모색했다.
한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이날 일본의 백색국가 배제 조치 발표 직후 전자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긴급 소집, 일본 수출규제 대응책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긴장은 하되 두려워하지 말고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