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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CEO, 해외IR 바람타고 주가부양

손태승 북미·조용병 유럽으로…김정태·윤종규 하반기 스케즐 조율중

[퍼스트경제=최현지 기자] 금융지주 회장들이 주가부양을 줄줄이 해외IR을 떠나고 있다. 지속되는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약세를 면치 못하는 주가를 살리기 위해서다.

 

실제로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여름휴가 일정을 마치는대로 이달 하순 북미지역 IR을 위해 국제선 비행기를 타기로 했다.

 

앞서 손 회장은 지난 5월 홍콩·도쿄에서 국부펀드, 대형 자산운용사 등 10개 이상의 글로벌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3박4일간 1대1 IR 미팅을 진행한 바 있다. 손 회장은 이번 북미IR에서도 현지 투자자를 상대로 1대1 투자유치 로드쇼를 펼친다는 방침이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지난 5월 19일 출국한 손 회장은 투자자들의 면담수요가 많아지면서 늘어난 일정을 모두 소화하고 22일 늦은 시각에 귀국했다"며 "이번 북미IR에서도 짧은 기간에 빠듯한 스케줄을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도 비슷한 시기 유럽IR 로드쇼를 펼친다. 앞서 조 회장은 지난 4월 열흘간 캐나다 토론토와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해 매킨지, 캐피탈월드인베스터즈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들과 실리콘밸리 소재 주요 테크기업 CEO들을 만난 바 있다.

 

조 회장은 이달 런던 및 북유럽을 방문해 투자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조 회장의 유럽방문은 일반적인 IR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나 ESG관련 상담 등도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신한금융은 최근 해외투자자를 대상으로 5억달러 규모(만기 10년 6개월)의 바젤3 적격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 형태의 외화 지속가능채권을 발행했다.

 

이번에 발행한 채권으로 확보되는 자금은 중장기 친환경 경영비전인 '에코 트랜스포메이션 2020'의 적극적인 추진을 위한 다양한 ESG 관련사업에 활용될 예정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조 회장은 런던에서 IR을 실시한 후 ESG에 관심이 높은 북유럽 투자자들을 만나 면담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하반기 해외IR을 계획중이다. 이를 위해 IR을 진행할 국가와 시기 등을 조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유럽지역을,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 플랫폼인 GLN(Global Loyalty Network) 확대를 위한 행보에 나설 방침이다. 김정태 회장은 해외IR과 함께 올해 상반기 대만·태국에서 서비스를 개시한 GLN을 아시아 주요국들로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의 국경없는 전자결제서비스를 제공하는 GLN은 올해 하반기 일본, 홍콩, 베트남 등에서도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일본 수출규제로 인한 한·일 갈등이 고조되면서 일본에서의 GLN 서비스 개시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금융지주의 사령탑들이 공격적인 해외IR 행보 나서는 것은 주가 부양의 필요성 때문이다. 이들이 최근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도 주가 부양 때문이다. 각 금융사들은 잇따른 호성적에도 무역분쟁 등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는 등 침체 분위기다.

 

실제로 손태승 회장은 지난 2월 13일 우리금융지주 상장 이후 7월까지 5차례에 걸쳐 2만5000주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현재 보유한 자사주는 4만296주, 우리사주 조합원계정까지 포함하면 6만3127주다. 금융지주사 회장 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다.

 

해외IR과 잇따른 자사주 매입에도 1만5600원으로 상장했던 우리금융 주가는 한국에 대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가 발표된 8월 2일(1만2550원) 1만3000원선마저 무너졌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도 자사주를 5만8000주나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은 올들어 5400주를 매수하며 주가부양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4만원을 웃돌던 지난 2월 13일(4만550원)에 비해 8월 2일 종가는 3만3900원으로 3만원대 초반까지 주저앉았다.

 

KB금융지주는 4만6150원에서 4만1500원으로 떨어졌다. 금융지주별로는 하나금융의 낙폭이 가장 큰 반면 신한지주는 600원 떨어지는데 그쳐 대조를 보이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사상 최대실적을 거둔 금융지주들이 올해 1분기와 2분기에도 호실적을 이어간 반면 주가는 하향세다"며 "금융지주들은 펀더멘탈이 탄탄하고 비이자수익도 늘어나는 만큼 대외적인 악재가 해소되면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