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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日, '백색국가 제외' 2차 경제보복

아베 정부, 수출규제 한달만에 추가 보복...'경제전쟁' 전면화

[퍼스트경제=최현지 기자]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 정부의 보복 조치가 한국의 대일 의존도가 높은 제품을 중심으로 수출 통제에 나서는 등 한국경제를 옥죄고 나섰다.

 

이에 맞서 한국 정부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중단을 검토하는 등 강력히 대응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급기야 한일 관계는 1965년 수교 이후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게 됐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이번 일본의 추가규제로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며 “양국간 교역과 글로벌 공급망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日, 수출무역관리령 개정...한국 백색국가서 제외=일본 정부는 2일 아베 신조 총리 주재로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한국을 수출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백색국가(화이트 리스트)‘ 명단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개정안은 주무 부처 수장인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이 서명하고 아베 총리가 연서한 뒤 공포 절차를 거쳐 그 시점으로부터 21일 후 시행된다. 이 개정안은 오는 7일 공포된 뒤 28일부터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백색국가는 군사목적으로 전용할 수 있는 물품이나 기술을 일본 기업이 수출할 때 일본 정부가 승인 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나라다. 지금까지 미국과 영국 등 서방 국가 외에 한국, 아르헨티나, 호주, 뉴질랜드 등 총 27개국이 지정됐다.

 

2004년 지정된 한국은 이 리스트에서 빠지는 첫 국가로 기록됐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달 1일 고순도불화수소(에칭가스)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의 한국 수출규제 강화를 발표하면서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함께 고시한 바 있다.

 

이같은 개정안이 시행되면 식품과 목재를 제외한 거의 모든 품목의 한국 수출은 원칙적으로 개별허가 대상으로 바뀌는 등 수출 절차가 엄격해져 한일 양국간 무역거래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일본은 전략물자 수출시 개별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백색국가에 대해선 3년에 한 차례 포괄허가만 받도록 하는 완화된 규정을 적용받는다. 한국이 백색국가에서 빠지면서 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로 전환되는 품목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을 포함해 총 857개로 늘어난다.

 

◆일 의존도 높은 산업 핵심 품목 겨냥...전경련 등 재계 반발=일본은 반도체를 대상으로한 1차 규제와 마찬가지로 모든 민간품목을 하나씩 규제하기보다 한국 산업의 핵심 품목에 대해 규제를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 타깃은 공작기계·정밀화학 제품과 전기차, 정보통신기술(ICT)이 될 가능성이 있다.전기차 배터리인 파우치형 배터리를 감싸는 필름은 일본산 비중이 높은 제품이다. 자동차와 선박 등에 필요한 공작기계 역식 소프트웨어가 일본제품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방직섬유, 석유 등 48개 품목은 대일 수입 의존도가 90%가 넘는다고 분석했다.

 

2차 규제로 인해 대기업도 바빠졌다. 이미 삼성, 현대자동차그룹, SK, LG, 롯데 등 5대 그룹은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했다. 이들 기업은 단기적 대책과 함께 일본의 의존도가 높은 품목을 한국산으로 대체하기 위한 중장기적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전경련은 한일 협력적 경제관계 훼손하는 행위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은 이날 일본 정부의 한국을 전략품목 수출 우대 국가인 '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하기로 결정에 "깊은 아쉬움을 표한다"는 논평을 냈다.

 

배상근 전무는 논평에서 "양국은 4차 산업혁명 시대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핵심적 역할을 담당할뿐 아니라 한미일 안보 공동체의 주축이며 연간 1000만명 이상이 상호 방문하는 핵심 우방국"이라고 강조했다. 배 전무는 "이런 관계임에도 일본 정부가 추가 수출규제를 결정한 것에 대해 한국 경제계는 양국 협력적 경제관계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음을 우려한다"고 덧붙였다.

 

◆코스피 7개월 만에 2000선 붕괴...환율도 오름세=코스피가 2일 대외 악재로 7개원 만에 2000선이 무너졌다. 미중 무역분쟁의 심화가 하락세를 주도했지만 일본의 백색 국가 목록에서 한국 제외 결정은 오히려 낙폭을 축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에 비해 19.21포인트(0.95%) 내린 1998.13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으로 20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올해 1월 3일(1993.70) 후 7개월 만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3962억 달러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141억원, 3613억원 순매수했다.

 

또 코스닥은 전날에 비해 6.56포인트(1.05%) 내린 615.70으로 마감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일본이 한국을 백색구가 명단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으나 잠시 주춤한 후 불확실성 해소에 대한 기대로 매수세가 유입되며 오히려 낙폭이 축소됐다”고 분석했다.

 

환율도 출렁였다. 일본 정부가 국색국가 배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표한 직후 환율시장도 요동쳤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0원 가까이 치솟았다. 실제로 이날 ·달러 환율은 전날에 비해 9.5원 오른 1198.0원으로 장이 마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