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초점]'이재용'의 삼성전자 적신호 켜진다

실적부진·수출규제·이재용 재판·삼바수사 등 사면초가

[퍼스트경제=최현정 기자]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로 반도체시장 타격이 우려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힘겨운 2분기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공시된 2분기 실적만 보면 삼성전자는 말그대로 상처 투성이다. 매출은 60조원 밑돌며 1년새 4%가량 줄었다. 특히 영업이익은 55% 감소하며 반토막 아래로 추락했다. 삼성전자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이번 2분기 실적 데이터를 읽고 삼성전자가 3년전으로 후퇴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요즘 삼성전자를 바라보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자주 나오는 단어는 위기다.. 그렇다. 삼성전자가 위기에 봉착했다. 삼성전자는 삼성그룹의 근간이라는 점에서 이번 2분기 실적 부진은 큰 충격파가 아닐 수 없다.

 

◆2분기 영업이익 55.6% 감소..매출도 4.0% 빠져=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에 6조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31일 공시했다. 이는 직전 분기(6조2300억원)대비 5.8% 늘어난 수준이다. 하지만 전년동기(14조8700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55.6% 크게 감소한 숫자다. 역대 최고를 기록한 지난해 3분기(17조5700억원)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매출도 56조1300억원으로 전분기(52조3900억원)보다 7.1% 증가했으나 전년 동기(58조4800억원)와 비교할 경우 4.0% 줄었다. 주력인 반도체 사업은 매출 16조900억원, 영업이익 3조40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11조6100억원)보다 무려 70.7%나 감소했으며 전분기(4조1200억원)에도 훨씬 못미쳤다.

 

반도체 영업이익률은 21.1%에 그치면서 지난 2014년 2분기(19.0%) 이후 가장 낮았다. 디스플레이 사업은 매출 7조6200억원에 영업이익 7500억원을 기록하며 전분기 적자(5600억원)에서 벗어났다.

 

이는 애플이 지급한 보상금에 따른 일회성 수익에 따른 것으로 추정됐다. 스마트폰 등 IM(IT·모바일) 부문은 매출 25조8600억원과 영업이익 1조5600억원을 각각 올렸다. 갤럭시S10 시리즈 판매가 예상을 밑돈 데다 마케팅 비용이 증가하면서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쳤다.

 

소비자가전(CE) 부문은 신제품 QLED TV 판매 호조와 LCD 패널 가격 하락 등에 힘입어 매출 11조700억원에 71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1년 전(5100억원)보다 많은 흑자를 냈다. 올해 상반기 전체 매출은 108조5100억원, 영업이익은 12조83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각각 8.9%와 58.0% 줄어든 수치다.

 

삼성전자는 올 2분기에 총 6조2000억원의 시설투자를 집행했다고 전했다. 사업별로는 반도체 5조2000억원, 디스플레이 5000억원 수준이었다. 올 상반기 전체로는 총 10조7000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적부진, 삼바 수사, 수출규제 등 넘어야할 산 많아=삼성전자가 위기다. 우선 2분기 실적부진에서 알 수 있듯 국내외 시장환경이 좋지 않다. 여기에 덧붙여, 일본의 수출 규제와 이재용 부회장과 관련된 재판 등 안팎의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증권가에서 전망하는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7조1000억원 수준이다. 전분기보다 소폭 증가했지만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최근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로 인해 일부 메모리 반도체 품목의 가격이 급등세를 보였지만 전반적으로는 여전히 하락 국면이다. 모바일 사업부문도 획기적인 실적 상승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게 현실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매출 226조원, 영업이익 26조원 수준의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243조7700억원, 58조8900억원)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사업을 둘러싼 대내외의 불확실성이다. 내달 2일 일본이 수출심사 우대국가 ‘화이트리스트’에서의 한국 배제할 가능성이 높다. 이뿐 아니라 이르면 8월중 이재용 부회장의 대법원 선고와 검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도 기다리고 있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로 폴리이미드, 불화수소, 레지스트등 기존 3개 수출규제 품목뿐 아니라 추가로 반도체 소재 및 장비가 타격을 입을 경우 메모리 생산 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대일 의존율이 8~90%에 달하는 반도체 제조장비가 규제 품목에 포함될 경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말그대로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장비 반입이 지연될 경우 현재 삼성전자가 건설중인 경기도 화성 극자외선(EUV) 라인과 평택 2라인, 중국 시안 2라인은 모두 제동이 걸릴 것이 확실하다. 8월중 예고된 이재용 부회장 관련 대법원 선고도 삼성전자 입장에선 어려운 변수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국정농단 관련 선고가 광복절 이후인 8월 말에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검찰의 내부인사 및 조직개편 등이 마무리되는 내달 중순께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수사가 본격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재계에서는 부장검사급 인사가 단행 이후 새로운 수사팀을 꾸려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를 재개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선 삼바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와 관련된 수사로 그동안 삼성 관계자 8명이 구속됐다. 이들 구속수감된 8명은 모두 회계와 관련한 증거인멸 혐의다. 지난 20일 삼성바이오로직스 김태한 사장에 대한 분식회계 혐의 구속영장 역시 기각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2분기 실적에서 보듯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이라면서 “삼성이 겉으로는 차분함을 유지하지만 속으론 사상 초유의 위기속에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