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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가습기살균제' 8년만에 재판 회부

검찰, SK·애경·이마트·GS리테일 등 관계자 34명 무더기 기소

[퍼스트경제=서연옥 기자]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발생한지 8년여 만에 책임자 34명이 정식 재판을 받게 됐다. 검찰이  부실 수사 논란에 휩싸인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재수사한지 7개월만에 수사를 마무리짓고 관련 혐의자를 기소, 정식 재판에 회부했기 때문이다.

 

이번 검찰 수사를 통해 개발 단계부터 안전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데다 현직 공무원이 기업들과 유착해 내부 자료를 유출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일부 기업의 조직적인 증거인멸도 적발돼 기소됐다.

 

◆SK·애경·이마트·GS리테일 등 관계자 34명 무더기 기소=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권순정 부장검사)는 23일 유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SK케미칼 홍지호(68) 전 대표 등 8명을 구속기소하고, 정부 내부 정보를 누설한 환경부 서기관 최모 씨 등 2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우선 SK케미칼 홍 전 대표 등 4명과 애경산업 안용찬(60) 전 대표 등 5명, 필러물산 김모(57) 전 대표 등 2명, 이마트 전직 임원 2명, GS리테일 전 팀장 1명, 퓨엔코 전직 임원 2명 등 총 16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들은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을 원료로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의 안정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과실로 인명 피해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2013년 첫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당시 정부의 독성실험 결과에서 CMIT·MIT 원료물질과 피해의 인과관계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검찰 수사는 CMIT·MIT 원료의 유해성에 대한 학계 역학조사 자료가 쌓이고, 환경부가 지난해 11월 관련 연구자료를 검찰에 제출하면서 재개됐다. 검찰은 "1994년 최초 가습기살균에 개발 당시 자료인 서울대 흡입독성 시험 보고서, 연구노트 등을 압수해 최초 개발 단계부터 체계적인 안전성 검증없이 부실하게 개발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옥시가 만든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등의 원료물질로 쓰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를 원료로 공급한 SK케미칼 전 직원 최모 씨 등 4명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SK케미칼 측은 PHMG가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사용된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수사 결과 가습기 살균제 관련 실험을 진행한 사실 등이 확인됐다는 게 검찰측 판단이다.

 

◆보고서·PC 등 조직적 증거인멸…공무원 정보유출 적발=검찰은 또 증거인멸·은닉 혐의로 박모(52) 전 SK케미칼 윤리경영부문장과 고모(62) 전 애경산업 대표 등 3명을 구속 기소하고 이마트 품질관리담당 상무보 등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SK케미칼 법인과 박 전 부문장 등 2명, SK이노베이션(구 유공) 법인과 법무팀장 등은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위반 혐의로도 기소했다. 해당 법은 정당한 사유없이 자료 제출이나 조사에 응하지 않는 경우, 혹은 거짓 자료 등을 제출하는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규정하고 있다.

 

박 전 부문장 등 5명은 2013년 정부부처 조사, 수사 및 소송, 언론보도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한 '가습기살균제 태스크포스(TF)'에서 활동하며 부실 검증 자료를 은닉한 혐의를, 이마트 품질관리담당 상무보는 지난 1월 검찰 압수수색 당일 가습기살균제 담당 직원의 노트북 1대를 숨기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또 고 전 애경산업 대표 등 3명은 2016년 가습기살균제 사태 수사가 본격화된 뒤 연구소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교체하고 이메일을 삭제할 것을 지시하는 등 증거를 인멸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양모(52) 전 국회의원 보좌관을 구속 기소하고 수뢰후부정처사, 공무상비밀누설 및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최모씨(44) 환경부 서기관을 불구속 기소했다.

 

양씨는 관계자의 사회적참사 특조위 소환 무마 등을 알선하는 명목으로 애경산업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 최씨는 애경산업으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수수하고 환경부 국정감사 자료를 비롯한 각종 내부 자료를 제공하는 등의 혐의를 각각 받는다.

 

한편 최예용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해 가습기살균제 사건 진상규명 방해 행위자를 적발하여 기소했다는데 큰 의의를 둔다"며 "옥시 레킷벤키저 영국 본사 및 외국인 임직원과 정부 책임에 대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입장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