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분석]서울 전세, 매매전환하려면 3.8억원

KB부동산 리브온, 전국평균 매매전환비용 1.2억원 소요

[퍼스트경제=김응석 기자] 서울에서 전세로 거주하는 세입자가 매매를 통해 내집을 마련하러면 대략 3억8400만원 정도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방 세입자가 매매로 갈아탈 때 소요되는 비용 1억2600만원에 비해 서울이 3배가량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9.13대책 이후 아파트 매매전환비용 감소=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전국 전세에서 아파트 매매로 갈아타기 위한 매매전환비용(현재 매매가격 3억6534만원-2년전 전세가격 2억3914만원)은 1억2620만원으로 집계됐다. 서울은 전국 평균보다 3배 비싼 3억8421만원이 필요하다.

 

아파트 매매전환비용이란 세입자가 같은 지역의 아파트를 매매로 전환할 때 2년전 보증금에 추가로 부담해야 할 가격을 말한다. 올해 하반기 아파트 매매전환비용은 지난해 9.13대책 이후의 금액 1억3352만원(11월기준)과 비교하면 732만원 줄었다. 정부의 규제 정책 기조가 이어지면서 대출 및 세금 규제와 입주물량 증가 등의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아파트 매매가격이 올해 들어 0.04% 하락했다.

 

같은 기간 아파트 매매전환비용이 1000만원이상 감소한 곳은 울산(↓1620만원), 부산(↓1558만원), 강원(↓1389만원) 3곳이다. 부산과 울산은 지역산업 침체까지 겹치면서 아파트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고 매수심리도 위축돼 부동산 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원은 늘어나는 입주물량으로 아파트값이 하락세다. 수도권은 경기(↓633만원), 인천(↓320만원), 서울(↓296만원) 순으로 줄었다.

 

9.13대책 이후 아파트 매매전환비용이 늘어난 곳도 있다. 세종(↑3832만원), 광주(↑1435만원), 대전(↑440만원), 대구(↑470만원), 전남(↑105만원)은 상승했다. 2년전 세종은 아파트 입주물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율이 52.1%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2년 전 세종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1억3951만원인 반면 매매가격은 2억9953만원의 시세가 형성됐다. 또 광주(7.19%), 대전(4.13%), 대구(4.14%), 전남(3.88%)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2년 동안 전국(3.65%)보다 상승률이 높았다

 

◆2년전 서울·광주·세종·대구 내집마련 유리=서울을 비롯한 광주, 세종, 대구 지역은 2년 전에 전세 재계약보다 집을 구입했더라면 현재 보다 내집마련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2년전 전세계약 시점의 아파트 매매전환비용과 비교하면 서울(↑1억1315만원), 광주(↑934만원), 세종(↑705만원), 대구(↑583만원) 4곳은 부담이 오히려 증가했다.

 

2년 전 서울 전세 거주자는 2015년 6월 기준 보증금 3억4649만원에서 2억7106만원을 추가하면 6억1755만원에 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었다. 2019년 6월 기준 매매전환비용과 비교하면 1억1315만원 낮은 금액이다. 전세거주 2년 동안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7.2% 오른 반면 전셋값은 2.0% 오르는데 그치면서 상승률 차이가 9배다.

 

올해 6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8억1290만원으로 2년전(6억1755만원)대비 1억9535만원(31.6%) 올랐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같은 기간 매매가격 상승분의  6분의 1 수준인 3386만원 오른 4억6255만원이다.

 

서울 전세 세입자가 아파트로 내집마련 전환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를 받더라도 구입자금은 부족하다. 예컨데, 서울 아파트 평균매매가격 8억1290만원에서 LTV 40%를 적용한 3억2516만원을 빌리고, 2년 전 전세금 4억2869만원을 제외하면 5905만원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

 

2년 동안 매월 246만원씩 꼬박 모아야 한다. 전세자금대출자는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차액 상환까지 고려하면 자금은 더 필요하다. 지난 9.13대책 후 아파트값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매매전환비용의 추가 비용 부담은 줄었지만 대출규제로 절대적인 주택구입비용 부담은 여전히 높은 것이다.

 

이와 유사한 추이를 보이는 통계가 더 있다. 올해 1분기 서울의 ‘KB아파트 주택구입부담지수 PIR(Price to Income Ratio)’는 집계를 시작한 2012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10.5를 기록했다. 서울에서 중간소득계층이 중위아파트를 구입할 때 10년이 소요된다는 의미다.

 

◆집값 떨어진다는데 전세 재계약 유리할까?=아파트 전세 계약을 계속 유지한다면 전세 보증금 인상분은 얼마나 될까? 2019년 상반기 기준 아파트 전세 재계약 비용(현재 평균 전세가격-2년전 평균 전세가격)은 200만원으로 2013년 상반기 이후 가장 낮았다.

 

지역별로는 서울(3387만원), 광주(1934만원), 전남(1192만원) 등 3곳은 1000만원 이상 전세 재계약 비용이 늘었다. 반면 울산(↓2685만원), 경남(↓1812만원), 경북(↓1025만원) 지역은 1000만원 이상 떨어졌다. 경기도는 436만원 줄었다.

 

경기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14만5000가구의 아파트 입주 물량이 연속적으로 진행되면서 매매 및 전셋값 동반 하락중이다. 향후 아파트 매매가격이 떨어지거나 보합을 유지한다면 전세 재계약을 유지하면서 아파트 분양이나 미분양을 선점, 신규 아파트 갈아타기 전략도 고려할만하다는 게 KB금융 관계자의 설명이다..

 

분양가 인하에 따른 기존 아파트값 변화가 정체될 가능성도 커졌다. 서울 아파트값이 강남을 중심으로 오르면서 최근들어 인근 지역으로 다시 상승 조짐을 보이자 정부가 민간택지까지 확대하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등의 추가대책을 검토중이다.

 

분양가상한제가 확대되면 시세보다 저렴한 아파트 분양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분양을 받기 위해 전세를 유지하려는 ‘전세 선호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매수 전략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