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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日반도체 수출규제...삼성.SK 등 "당혹"

반도체 디스플레이, 사실상 3개월간 수입 못해

[퍼스트경제=최현정 기자] 일본 정부가 반도체관련 핵심 소재의 한국 수출 규제 움직임을 보이면서 국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업계에 비상등이 걸렸다.

 

특히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국내 기업의 일본 의존도가 높아 자칫 공장가동 중단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마져 우려되는 상황이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날 일본 정부 관계자는 “한일간 신뢰관계가 현저히 손상됐다”면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공정 관련 핵심 소재인 ▲플루오린폴리이미드 ▲에칭가스 ▲리지스트 등 3가지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우리나라를 미국, 독일, 영국 등과 함께 ‘화이트 국가’로 지정하고 이들 품목에 대해 수출 허가 심사를 면제했다. 하지만 이번 규제로 인해 약 수출 계약별로 90일 가량 걸리는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일본 정부가 당장 규제를 실시할 경우 국내 기업은 4일부터 이들 특정 소재에 대한 수입 허가를 별도로 받아야 한다. 문제는 이들 3개 규제 품목은 사실상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 등에서 필수 소재라는 점이다.

 

이번 조치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둘러싼 양국 외교 갈등에서 비롯된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선 국내 수입업체들이 직접 해결 방법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는 지난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첫 배상 판결과 관련한 ‘경제 보복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와 관련, 우리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비롯해 강력 대응 조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향후 WTO 제소를 비롯해 국제법과 국내법에 의거해 필요한 대응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며 “수출제한 조치는 WTO 협정상 원칙적으로 금지될뿐 아니라 G20 정상회의 선언문과도 정면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관련 업계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들 3개 품목에 대한 국내 업계의 대일의존도가 무려 90%가 넘는 데다 사실상 앞으로 최소 90일간 해당 품목 공급이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리지스트의 경우 지난 5월 누계 기준 대일 수입 의존도는 91.9%, 플루오린폴리이미디는 93.7%로 집계됐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관련업체는 이날 대책회의에 나섰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3개 품목은 국내 대기업이 일본에서 직접 수입하거나 중견·중소업체가 원재료를 수입한 뒤 가공해서 대기업에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결국은 일본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상황이 간단치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정부와 함께 대응책을 논의하겠지만 지금으로선 재고 상황을 점검하는 것뿐 아니라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디스플레이업계 한 관계자도 "올레드 패널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경우 원료를 규제하겠다는 건지, 완제품을 규제하겠다는 건지 명확하지 않다"면서 "좀더 관련 정보를 파악한 뒤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