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백기사' 델타항공 출격...조원태 "휴~살았다"

한진家 우호지분 40% 육박할듯…KCGI 경영권 대결 유리한 입지

[퍼스트경제=김근식 기자] 미국 델타항공이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 매입에 나섰다. 미국 델타항공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한진칼 지분을 4.3% 확보했다. 규제 당국의 승인을 얻어 지분을 10%까지 늘릴다는 계획이다.

 

델타항공이 지분은 인수한 한진칼은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계열사 경영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주회사다. 여기에 델타항공은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 등 한진가와 오랜 친분을 맺고 있는 곳이다.

 

델타항공이 계획대로 한진칼 지분을 10%까지 늘리면 조현아 전 부사장을 제외해도 조원태 회장 우호지분은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30% 이상에 달한다. 이 때문에 델타항공이 KCGI와 경영권 분쟁중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백기사로 나섰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델타항공의 백기사 등장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한진家는 조현민 전무에 이어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라는 다소 쉽지 않은 숙제를 풀어야한다.

 

◆델타항공, 조원태 '백기사' 등장…한진칼 지분 4.3% 매입=미국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 매입에 나서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에 청신호가 켜졌다. 델타항공은 한진칼 지분 매입이 자사의 이익과 성장을 위한 투자라고 소개했지만, 한진그룹은 대한항공 경영권 안정을 위한 조치로 받아들이며 반겼다.

 

미국 최대 항공사 중 하나로 꼽히는 델타항공은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시절부터 대한항공과 우호·협력 관계를 맺어온 항공사다. 델타항공은 20일(현지시간) 홈페이지 '뉴스 허브' 코너를 통해 "대한항공 대주주인 한진칼 지분 4.3%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델타항공은 이어 "규제 당국의 승인을 얻은 후 한진칼 지분을 10%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예고했다.한진칼은 한진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지주회사로, 대한항공 등 계열사 경영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에드워드 바스티안 델타항공 CEO는 "대한항공과 맺은 태평양 노선 조인트벤처(JV)를 통해 주주들에게 가장 강력한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미국과 아시아는 잇는 최상의 경험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며 "이번 투자로 JV 가치를 기반으로 한 대한항공과의 관계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매입 소식이 전해진 뒤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내심 반겼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델타항공이 JV 파트너사인 대한항공의 경영권 안정을 위해 한진칼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한진칼 지분을 16% 가깝게 사들이며 조 회장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델타의 한진칼 지분 매입 소식은 조 회장 측에는 엄청난 호재다. 델타항공측이 조 회장의 우호지분이라고 밝히지 않더라도, 대한항공과 깊은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 경영을 맡은 조 회장을 흔드는 방향의 의결권 행사는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진칼 지분은 조양호 전 회장과 조원태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28.93%로 가장 많고, KCGI가 15.98%로 뒤를 쫓고 있다. KCGI는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금융기관에 대출을 받아 다시 한진칼 주식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지분율을 올려왔다. 하지만 지난 11일 미래에셋대우가 KCGI의 한진칼 주식 담보 대출 연장을 거절하면서 이달 22일 KCGI는 대출금 200억원을 상환하고 곧 200억원을 추가로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에 따라 델타가 예고대로 한진칼 지분율을 10%까지 늘리면 조 회장 측에는 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다. 조 회장 측 우호지분이 40%에 육박해져 사실상 경영권 논란이 일기 어려운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 델타항공은 조양호 회장 시절부터 대한항공과 탄탄한 협력관계를 맺어왔다.

 

◆KCGI, 한진가와의 지분싸움서 수세로 돌아서=향후 KCGI가 표 대결을 위해 추가 지분을 매입할 경우 2000억원 규모의 자금이 필요하게 됐다. 증권업계 한 연구워은 "KCGI 측이 다시 판세를 역전하기 위해서는 한진칼의 지분 12.7%를 추가 매입애야 한다"며 "한진칼 주가를 3만8150원으로 가정하고 계산하면 2900여억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이 경우 소액주주의 지분율은 34.0%로 줄어들고 주총이 열리면 조원태 측 우호지분이 42.7%, KCGI 측 우호지분이 42.8%를 기록하게 돼 판세가 역전된다"고 말했다. 다만, 표 대결을 위해 지분을 추가 매입할 경우 자금 측면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11일 미래에셋대우가 KCGI의 한진칼 주식 담보 대출의 연장을 거부하면서 200억원 규모의 상환 부담을 떠안은 바 있다.

 

추가자금으로 한진칼 지분을 지속적으로 매집하는 것은 자본금 열위에 놓여있는 KCGI 측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KCGI 측은 "델타항공은 공정하고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와 시장지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KCGI와 동일한 철학을 공유하는 델타항공이 한진그룹의 장기적 성장가능성을 인정해 한진칼에 투자를 결정한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델타항공측이 한진가의 백기사 차원에서 지분 취득했다는 분석에 대해선 "델타항공의 한진칼 투자 결정이 단지 총수일가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것이라면 이는 대한민국의 공정거래법, 자본시장법 등 법률 위반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델타항공 측은 "한진칼에 대한 이번 투자는 델타항공이 대한항공과의 합작사업을 성공시키려는 노력과, 제휴로 얻을 수 있는 고객 혜택, 시장내 포지셔닝 및 성장 기회를 입증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대한항공의 경영에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KCGI 경영권 위협서 한숨 돌린 한진家=델타항공 백기사 등장으로 조원태 등 한진가는 이른바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KCGI의 경영권 위협으로부터 한숨 돌리게 됐다. 관심사는 조현민 한진칼 전무에 이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경영복귀 가능성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여론의 곱지 않은 시선에도 남매 갈등을 봉합하고자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을 한진칼 전무 및 정석기업 부사장으로 복귀시켰다.

 

비판여론을 무릅쓰고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이해관계에 따라 나눠진 한진그룹 내부 파벌을 우호군으로 껴안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즉, 주력인 항공과 그룹 경영을 조원태 회장이 총괄하며 조현아·현민 자매에게 일을 맡기면 내부에 나뉜 파벌을 껴안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법정구속 위기에서 벗어난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경영일선에 돌아온다면 호텔부문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2017년 6월 개관한 LA 윌셔 그랜드센터는 호텔을 그룹 주력 사업으로 키우자는 조현아 전 부사장 요청을 고 조양호 회장이 받아들여 2014년 재건축이 결정됐다.

 

'땅콩회항'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는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 한진관광 대표이사, 왕산레저개발 대표이사를 맡으며 그룹 호텔·레저사업을 총괄한 바 있다. 아직 조현아 전 부사장의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 재판은 오는 7월 2일 선고 공판을 남겨두고 있다. 하지만 검찰이 벌금 1500만원을 구형한 만큼 이날 재판부에선 벌금형 수준의 선고를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계열사는 전과 등 사안으로 임원에 재한을 두는 규정이 없다. 내달 2일 불법 가사도우미 고용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아도 경영복귀는 가능하다. 조원태 회장은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을 2.34%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보유 지분 17.84%는 산술적으로 현아·현민 자매와 3.96%씩 나눠 상속받아야 한다. 나머지 5.94%는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몫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조양호 회장 유언도 있어 조현아 전 부사장 복귀가 점쳐지지만 시기를 예단하기는 어렵다"며 "법적으로 실형을 받았기 때문에 자숙기간을 거쳐 예상보다 시점이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