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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위기론 꺼낸 이재용 삼성 부회장...왜?

"10년 뒤 장담 못해...흔들림없는 투자" 강조

[퍼스트경제=최현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10년 뒤를 장담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위기론을 화두로 던졌다.

 

특히 이같은 말은 미.중 무역전쟁 등 글로벌 경제환경이 심상치 않은 상황으로 치닫는 과정에서 튀어나온 말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4일 경기도 수원 사업장에서 열린 IT·모바일(IM) 부문 사장단과 경영전략 점검회의에서 이같은 위기론을 화두로 내놨다. 이는 오래전 부친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자식과 마누라를 빼고 다 바꾸라” 말과 같은 맥락이다.

 

◆사장단 회의서 “10년 장담 못한다” 위기론 강조=이재용 부회장은 주말인 14일 삼성전자 관계사 사장단을 긴급히 불러 모은 뒤 공격적 투자를 주문하고 동시에 위기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창업과 각오“를 ‘역설하고 나섰다.

 

이날 모임은 정보기술모바일(IM)부문 사장단을 불러 모은 일종의 사장단 회의 자리다.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글로벌 경영환경 속에서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의 골이 예상보다 깊어 자칫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이날 회의에서 이 부회장은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과 노희찬 경영지원실장, 노태문 무선사업부 개발실장 등 사장단과 오찬을 겸해 5시간에 걸친 비공개 회의를 진행했다. 전날 열린 IM부문의 글로벌전략회의 결과를 보고받고 선행 기술 및 신규 서비스 개발을 통한 차별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 부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지금은 어느 기업도 1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며 “그동안의 성과를 지키는 차원을 넘어 새롭게 창업한다는 각오로 도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또 “어떠한 경영환경 변화에도 흔들리지 말고 미래를 위한 투자는 차질 없이 집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IM부문은 삼성전자 내에서 스마트폰 제조와 함께 인공지능(AI) 같은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기술, 서비스 개발을 맡고 있다.

 

스마트폰 사업은 삼성전자가 2012년 이후 판매량 기준으로 세계 시장에서 1위를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2013년 32%에 달했던 시장점유율은 20%대로 떨어져 있다. 삼성전자를 바짝 추격하던 중국 화웨이가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로 당분간 추격 속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게 그나마 다행인 상황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생은 달랐다.

 

이 부회장은 “지금과 같은 1위 자리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다”고 설파했다. 삼성 소식에 정통한 한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전자 경영진 사이에서는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 삼성전자 역시 휴대전화 시장 1위였다가 몰락한 핀란드의 노키아처럼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반도체 리스크 대응체제 구축 등 긴급점검 나서=이 부회장은 최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 등을 담당하는 디바이스 솔루션(DS) 부문 경영진을 불러 경영전략회의도 주재했다. 이 부회장은 회의자리에서 반도체 사업의 리스크 대응 체제 등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화성 사업장에서 DS 부문 경영진과 회의한 데 이어 시스템 반도체 등에 대한 투자 집행 계획을 직접 챙기기 위해 2주 만에 재차 회의를 소집한 셈이다. 이 부회장은 또 17일 삼성전기를 방문해 전장용 MLCC(적층세라믹커패시터)와 5G 이동통신 모듈 등 주요 신산업에 대한 투자와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부문별 경영전략 및 투자 현황을 직접 챙기는 것"이라면서 "소비자가전(CE) 부문 사장단과 다른 관계사와의 간담회도 순차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이 부회장이 위기론을 강조하고 이를 언론에 자주 노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삼성그룹 안팎의 중론이다. 이 부회장이 최근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환경을 의식해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대내외에 알리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도 있다.

 

미중 통상전쟁과 이에 따른 화웨이 사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하락세 장기화 우려 등에 대응하기 위해 단기 처방은 물론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중장기 투자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려는 포석이 깔렸다는 분석도 한몫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