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이슈+]검찰, '삼바 분식회계' 수사 급물살

‘증거인멸 혐의’ 삼성 임원 9명 구속...이재용 부회장 겨냥 수사망 압박

[퍼스트경제=최현정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분식회계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이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TF) 사장을 소환 조사하는 등 ‘삼바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삼바 수사’의 칼끝은 당연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향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최근 삼바 분식회계 의혹의 핵심 증거를 없애도록 지시한 혐의로 김모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부사장과 박모 삼성전자 인사팀 부사장 등 부사장급 임원 2명을 구속기소했다.

 

이들은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예상되던 지난해 5월부터 삼성바이오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내부 문건 등을 은폐·조작하도록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증거은닉교사)를 받는다는 검찰의 설명이다.

 

이들은 또 삼성바이오와 삼성에피스 직원이 노트북과 휴대전화에서 'JY'(이재용 부회장 이니셜), '합병', '지분매입', '미전실' 등의 단어를 검색한 뒤 삭제토록하는 등 증거 인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삼성바이오와 삼성에피스가 회사 공용서버를 공장 마룻바닥이나 직원 집에 숨긴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은 이같은 증거인멸 과정이 삼성전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주도로 이뤄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전날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사장을 불러 17시간 넘게 조사하는 등 고강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정 사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동문이자 최측근으로 통한다.

 

‘삼성의 사실상 2인자’로 평가받는 정 사장은 이 부회장과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동문으로, 이 부회장을 가까이에서 보좌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정 사장을 상대로 작년 5월 삼성 수뇌부가 세운 증거인멸 계획과 이후 실행 과정에 얼마나 가담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었지만 정 사장은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등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사업지원티에프 업무를 총괄하는 정 사장이 지난해 5월 삼성바이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에서 벌어진 증거 은폐와 얼마나 관련됐는지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정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을 낙관하는 분위기다. 정 사장 직속 부하인 백모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 상무 등 임직원 9명이 증거인멸 교사 등 혐의로 구속됐고, 일부는 기소된 상황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처럼 광범위하고 강도 높게 이뤄진 증거인멸 적발 사례는 없다”며 “증거인멸 수사 자체가 추가 증거인멸 범행을 막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정 사장을 구속한 뒤 이번 사건의 핵심인 삼성바이오 회계사기 혐의와 대법원 선고를 앞둔 이재용 부회장 경영권 승계 작업의 불법성을 규명하는 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또 정 사장이 사업지원티에프 소속 ‘삼성바이오 지분매입티에프’에 어느 정도까지 관여했는지도 이번 수사를 풀어가는 핵심 키워드로 판단하고 있다. 정 사장이 보고받거나 지시한 내용은 이 부회장에게 다시 보고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미 구속된 상무급 직원으로부터 관련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해 5월10일 이 부회장이 그룹 수뇌부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집무실이던 서울 이태원동 ‘승지원’으로 불러, 삼성바이오 회계 문제 등을 논의했다는 정황을 입수했다.

 

검찰은 또 지난 5월5일 사업지원티에프 소속 임원 등이 참석한 회의에서 삼성바이오 증거인멸을 결정한뒤 승지원 회의 때 이같은 내용을 이 부회장도 공유했는지 살펴본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당시 회의는 삼성바이오 경영진 등이 참석한 가운데 판매 현황과 의약품 개발과 같은 중장기 사업 추진 내용 등을 논의한 자리였다”며 “증거인멸이나 회계 이슈를 논의한 회의가 전혀 아니다”고 반박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구속된 이후 마치 삼성전자가 분식회계를 한 것처럼 보도되고 있어 곤혹스럽다”며 검찰이 제기한 의혹과 삼성전자간의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