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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아파트, 재건축 막히자 리모델링 '꿈틀'

초과이익환수제, 안전진단 강화 악재로 재건축 주춤

아파트 리모델링 바람이 거세다. 최근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안전진단’ 강화 등 각종 규제로 재건축 사업이 어렵게 되면서 리모델링으로 방향을 급선회하는 단지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리모델링 사업 추진이 다시 늘어나는 가운데 용적률, 구조안전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분위기여서 사업추진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 강남권이나 분당, 평촌 등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간헐적으로 추진되던 리모델링 사업이 최근 들어 서울 전역의 노후 단지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2000년대 중후반 한차례 일었던 리모델링 붐이 다시 재현되고 있다"며 입을 모으고 있다.

 

11일 현재 서울과 1기 신도시에서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단지는 39곳, 2만8221가구에 이른다. 이 가운데 잠원 동아, 옥수 삼성, 가락 금호 등 15곳, 1만4371가구는 사업의 첫 단계인 추진위원회만 설립된 곳들이다.

 

건설업계는 재건축 규제가 강화된 지난해부터 리모델링 추진 단지가 급증하면서 서울 시내에서 추가로 추진위원회를 설립을 준비 중인 단지만 줄잡아 3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백준 J&K 도시정비 대표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부활하고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이 대폭 강화되면서 지지부진 하던 리모델링 사업이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며 "현재 추진위 단계에 있는 리모델링 추진 단지의 다수가 최근 1년 남짓한 기간에 설립됐다"고 했다.

 

특히 지난해 3월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로 인해 리모델링으로 선회한 단지들이 늘었다는 게 정비업계의 설명이다. 아파트의 경우 30년이 지나도 안전진단 D, E등급을 받기 어려워진 반면 리모델링 사업은 준공 후 15년이 지나면 사업을 추진할 수 있고 종전 가구수 대비 15%까지 가구수도 늘릴 수 있다.

 

안전진단에서 B등급 이상이면 층수를 높이는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가능해지고 C등급 이상은 수평, 별동 증축이 허용되는 등 재건축보다 인허가 기준이 까다롭지 않아 일단 리모델링을 해보겠다는 단지가 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리모델링 추진 단지중 사업추진이 빠른 곳은 서울 강남구 개포 우성9차다. 포스코건설이 시공하는 이 단지는 2015년 시공사 선정 이후 약 4년 만인 지난 3월 말 착공에 들어갔다.

 

포스코건설과 조합은 이 아파트 232가구를 수평 증축해 가구별 면적을 106㎡, 107㎡, 108㎡로 늘리고 지하 1층이던 주차장을 지하 3층까지 확장할 예정이다. 서울 오금 아남, 이촌 현대, 대치 선경3차, 잠원 한신로얄, 분당 한솔5단지 등은 리모델링 사업계획승인을 관할 구청에 접수한 상태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대청아파트는 강남 최초의 수직증축 리모델링 단지로 3개층을 높여 종전 822가구를 902가구로 늘릴 예정이다. 지난해 말 건축 도시계획심의와 안전성 검토 등을 마치고 현재 사업계획승인 신청접수를 위한 주민동의를 받고 있다.

 

조합설립인가 단계인 서울 옥수 극동, 등촌 부영, 청담 건영, 대치 현대1차, 평촌 목련2, 3단지 등은 각각 안전진단, 심의 등 인허가를 진행하고 있다. 강동구 둔촌 현대2차는 지난 1일 효성중공업을 리모델링 시공사로 선정했고 서초구 잠원훼미리아파트는 4월 포스코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고 현재 안전진단 절차를 밟고 있다.

 

지자체도 리모델링 사업 추진에 적극적인 편이다. 기존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 사업이 어려운 단지에 대해 리모델링 방식으로 주거환경 개선을 돕기 위해서다.

 

성남시는 분당신도시 노후화에 대비해 2014년 리모델링 기본계획을 수립한 이후 5개 단지에 대한 리모델링 시범사업을 추진한 데 이어 최근 분당구 야탑동 매화2단지를 2차 시범단지로 선정하고 조합설립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6월 자치구의 신청을 거쳐 서울 중구 남산타운, 구로구 신도림 우성1·2·3차, 송파구 문정 시영·문정 건영, 강동구 길동 우성 2차 등 7곳을 서울형 리모델링 시범단지로 선정했다. 또 이달 1일에는 일산 장성마을 2단지에서 리모델링 사업 설명회가 열리는 등 일산·광명 등 수도권으로 리모델링 움직임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우후죽순처럼 리모델링 추진 단지가 늘고 있는 것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리모델링 사업의 경우 사업성이 높지 않고 추가부담금이 커 주민 동의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특히 문재인 정부들어 투자 수요는 억제하는 한편 안전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한국시설안전공단이 검축심의와 사업계획승인 단계에서 진행하는 1, 2차 안전성 검토를 통과하기가 어려워졌다. 실제 강남권 중층아파트 10여곳은 안전성 검토만 1년 가까이 걸리고 있다.

 

국토부가 당초 허용하기로 했던 내력벽 철거도 사실상 물 건너간 분위기다. 국토부는 2016년 내력벽 철거 허용안이 담긴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 통과가 불발된 이후 건설기술연구원 등 전문기관과 함께 내력벽 철거 허용 여부를 재검토 중이다.

 

국토부는 당초 올해 3월까지였던 정밀검증 기간을 다시 올해 말까지 연기한 상태지만 사실상 내력벽 철거를 불허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모델링 전문기업들은 그동안 리모델링을 통해 면적을 넓히는 과정에서 다소 기형적인 평면 설계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구조보강을 통한 내력벽 철거를 허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현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에서 연구과제를 진행 중인데 무려 3개 층씩 수직증축을 하면서 내력벽을 허물 경우 하중을 받쳐줄 구조체가 없어진다는 데 대한 우려가 크다"며 "내력벽 철거는 구조안전과 직결된 문제여서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보강이 어렵고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용적률 규제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울 가락 금호와 청담 건영아파트 등은 현재 용적률이 각각 397%로 400%에 육박한 상황에서 수직증축을 하게 되면 용적률이 450∼500%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돼 용적률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서울시가 공동주택 리모델링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용적률 상한을 둘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집값을 올리기 위해 ‘일단 깃발부터 꽂고 보자'는 식의 추진위 설립도 여전해 주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백준 J&K 도시정비대표는 "최근 재건축이 어려워지면서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릴 목적으로 리모델링 추진위원회를 발족하거나 사업설명회를 개최하는 경우가 있다"며 "실제 리모델링 추진 가능성이 있는 곳인지 옥석을 가려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