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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한샘 지분 인수에 '3000억원' 투자

롯데쇼핑, 이사회 통해 자금 2995억원 출자 결의
10일 IMM PE로부터 자본 참여 확정 받아
백화점등 유통과 건설 등 그룹 차원 시너지

[퍼스트경제=최현지 기자] 롯데쇼핑이 가구시장에 진출한다. 롯데쇼핑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이 가구업계 1위 기업인 한샘 지분 인수를 결정하고 나선 것이다. 롯데쇼핑은 이를 위해 3000억원 가량을 투입하기로 했다. 롯데는 한샘 인수를 신호탄삼아 유통과 건설, 가구 인테리어 등을 망라하는 수직계열사를 각춘다는 전략이다.

 

롯데쇼핑이 한샘 지분 인수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한다. 한샘 지분 인수를 위한 신설 PEF에 출자하는 방식이다. 코로나19 이후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던 롯데그룹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다.

 

그간 내실다지기에 집중했던 롯데그룹이지만 코로나19 이후 미래먹거리 확보를 위해 투자에 나서는 모습이다. 전통의 유통공룡 롯데가 움직인 만큼 향후 유통업계의 재계의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롯데쇼핑 3000억원 들여 가구 1위 한샘 지분 인수=롯데쇼핑은 9일 이사회를 통해 해당 PEF에 2995억 원을 출자하기로 결의하고 IMM 프라이빗에쿼티(PE)에 출자확약서를 제출하였으며, 10일 IMM PE로부터 해당 PEF에 대한 참여를 확정 받았다.

 

IMM PE는 앞서 지난 7월 한샘의 지분(30.21%) 및 경영권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인수 자금 확보를 위해 설립하는 PEF에 대한 전략적 투자자를 모색해 왔다. 롯데쇼핑은 이번 출자를 통해 해당 PEF에 단일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한샘은 인테리어 가구, 리모델링 사업 등을 통해 국내 홈 인테리어 업계 독보적 1위 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롯데쇼핑은 최근 홈 인테리어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만큼 한샘의 성장 잠재력이 풍부하고, 상품, 컨텐츠, 집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호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이번 IMM PE의 경영권 인수 PEF에 출자를 결정했다.

 

또 유통 빅3로 불리는 신세계과 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 모두 가구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롯데도 사업다각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샘 인수 카드를 검토하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2018년 까사미아를 인수했고 현대백화점그룹은 2012년 리바트(현 현대리바트), 2018년 한화 L&C(현 현대L&C)를 인수하며 홈인테리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향후 한샘과의 협업을 통해 온·오프라인 상품 경쟁력 강화 및 차별화된 공간 기획 등의 분야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한샘이 스마트홈, 렌탈사업, 중개플랫폼 등 다양한 사업 분야로 비즈니스 영역을 넓히고 있는 만큼 더 큰 성장이 기대된다. 계열사인 하이마트, 건설 등과 함께 그룹 차원의 시너지 창출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한샘 인수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높아진 가구 시장 내 관심 등을 감안해 매력적인 수준"이라며 "리하우스와 키친바흐 부문 매출 성장은 작년 1분기 이후 매 분기 20% 이상 증가했고 가구 시장 내 지위, 인력 채용 등을 감안하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롯데가 한샘 투자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지만 현대백화점 그룹은 현대리바트, 신세계는 까사미아를 운영 중이기에 이를 감안한 인수 검토라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롯데그룹이 최근 리빙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한샘 인수를 통해 단숨에 리빙 시장에서 선두그룹으로 도약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쇼핑은 최근 리빙 컨텐츠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샘과 손잡고 전국의 백화점 점포에 ‘한샘디자인파크’, ‘한샘리하우스’ 등 다양한 체험형 리빙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6월에는 동부산 관광단지 오시리아 테마파크에 롯데쇼핑 최초의 리빙 전문관 ‘메종동부산’을 오픈하기도 했다. 2019년에는 영국의 프리미엄 리빙 편집샵 ‘더 콘란샵’을 도입해 강남점에 첫 선을 보였으며, 올해 8월 신규 점포인 동탄점에 더 콘란샵 2호점을 오픈했다.

 

지난해부터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롯데하이마트 메가스토어와의 협업 시너지도 긍정적이다. 롯데하이마트 메가스토어는 최근 소비 중심 층으로 떠오른 MZ세대의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한 체험형 매장이다. 가전과 가구가 직접 보고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메가스토어에 한샘의 가구를 입점하면 시너지 확대를 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롯데그룹 한샘 인수 적극적 자세 보인 배경은=롯데그룹의 이번 인수는 최근 롯데그룹이 소극적인 투자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나온 만큼 더욱 많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실제로 롯데쇼핑이 10년간 단행했던 대규모 M&A는 2012년 1조2481억원을 투자했던 하이마트 인수가 유일하다. 올 3월 단행한 중고나라 지분(20%) 인수는 거래액이 300억원에 그치는 소규모 투자였다.

 

롯데그룹으로 넓혀봐도 빅딜은 지난 2016년 롯데케미칼의 삼성그룹 화학부문 인수가 마지막 이었다. 당시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을 통해 삼성SDI 화학사업부분과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등을 총 3조 원에 인수했다.

 

올해 신세계그룹이 네이버와의 지분 교환, 야구단 SSG랜더스(SK와이번즈) 인수, W컨셉 인수, 이베이코리아 인수,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인수까지 상반기에만 M&A에 약 4조 원을 투자하면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것과 대비되는 행보였다.

 

특히 이베이코리아 인수 경쟁에서는 신세계 그룹에 비해 과감한 가격 제안을 하지 못해 고배를 마시는 등 유통공룡으로서의 자존심을 구긴 상황이었다. 신세계그룹은 이마트를 통해 3조 4400억 원에 이베이코리아 경영권을 인수했다.

 

상반기까지 조용한 행보를 보였던 롯데그룹은 최근 최근 ESG경영혁신실 산하에 바이오팀과 헬스케어팀을 신설하고 외부 영입에 나서는 등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헬스케어팀은 디지털 헬스케어와 시니어 시장의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관련 스타트업과 협업 및 투자를 할 계획이다. 바이오팀은 기존 바이오 업체 인수나 제약사와의 조인트 벤처 등 사업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외부 협력 전략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수소 사업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앞서 2030년까지 약 4조4000억원을 친환경 수소에 단계적으로 투자하는 등 국내 수소 수요의 30%를 공급하겠다는 '친환경 수소 성장 로드맵'을 내놓기도 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7월 진행된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 “새로운 미래는 과거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다”며 미래 관점의 투자와 과감한 혁신을 주문한 바 있다. 실제로 신 회장은 지난 5~6월 비공식 일정으로 롯데백화점 강남점과 대구점을 직접 방문해 개선사항을 점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