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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납품갑질' 과징금 부과...쿠팡, 행정소송 예고

공정위 "거래상 지위 남용"...과징금 33억원 부과
쿠팡 "대기업 제조업체의 차별 행위가 사건의 본질"
"당시 업계 3위였던 쿠팡이 우월적 지위를 가질 수 없어"

[퍼스트경제=최현지 기자] 공정위가 쿠팡을 상대로 납품업체에 대한 판촉비 전가 등을 이유로 30억원을 웃도는 과징금을 부과하고 나섰다. 쿠팡측은 즉각 공정위의 제재가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예고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9일 쿠팡이 납품업체를 상대로 판촉비를 전가하는 등 공정거래법 및 대규모유통업법 위반행위를 벌였다며 시정명령(통지명령 포함)과 함께 과징금 총 32억9700만원을 부과했다.

 

앞서 공정위는 쿠팡의 불공정행위를 포착한 뒤 지난 2018년 2월 조사에 착수했다. 이후 2019년 6월 LG생활건강이 쿠팡에게 '불공정 행위를 당했다'며 공정위에 신고하면서 사건은 급물살을 탔다. 공정위에 따르면 쿠팡은 2017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LG생활건강 등 101개 납품업자에게 일시적인 할인 판매 등으로 내려간 경쟁 온라인몰 판매 가격을 올리라고 요구했다.

 

쿠팡은 2016년경부터 경쟁 온라인몰이 판매가를 낮추면 자사 사이트에서도 판매가를 최저가에 맞춰 판매하는 '최저가 매칭 가격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경쟁 온라인몰에서 판매가격을 낮추면 쿠팡이 곧바로 최저가에 맞춰 판매하는 것이다.

 

예컨대, 경쟁사인 11번가가 판촉 행사를 통해 특정 제품의 가격을 1만원에서 8000원으로 내리면, 최저가 매칭 정책에 따라 쿠팡에서 파는 이 제품 가격도 1만원에서 8000원으로 떨어진다. 이에 따라 이 제품을 6천원에 납품받은 쿠팡의 마진이 4000원에서 2000원으로 떨어지게 되고, 쿠팡은 마진 회복을 위해 납품업자에게 11번가의 판매가격을 올리라고 요구한 것이다.

 

납품업자가 쿠팡측의 이같은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쿠팡 사이트에서 상품을 제외해버리거나 발주를 받지 않았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이렇게 쿠팡이 관리한 납품업자 상품은 총 360개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쿠팡이 납품업자의 경쟁 온라인몰과 거래내용을 제한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납품업자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또 납품업자의 경영활동에 부당하게 관여한 경영간섭행위에 해당하므로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제4호(거래상 지위 남용)에 위반된다고 것이다.

 

조홍선 공정위 유통정책관은 "쿠팡이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판매가격 변경을 요구하는 등 경영간섭을 했다"며 "이에 따라 가격경쟁이 저해되고 판매가격 인상으로 소비자 후생이 저해되는 등 부정적 효과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또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쿠팡은 2017~2019년 397개 제품에 적용된 최저가 매칭 가격정책에 따른 손실 보전을 위해 LG생활건강 등 128개 남품업체에 213건 광고를 구매토록 요구했다.

 

공정위는 납품업체에 판매촉진비용을 떠넘긴 행위도 적발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쿠팡은 2018~2019년 소비자에게 다운로드 쿠폰 등 할인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생필품 페어 행사 등을 진행하면서 388개 납품업체(중복포함)에 할인비용 57억원 가량을 부담시켰다. 조홍선 공정위 유통정챙관은 국장은 "온라인쇼핑상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갖게 된 쿠팡의 법 위반을 적발·제재했다"며 "온라인 유통업체가 대기업 제조업체에 대해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있다는 사실이 인정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쿠팡측은 ”이번 사건은 재벌 대기업 제조업체가 쿠팡과 같은 신유통 채널을 견제하기 위해 공급가격을 차별한 것이 본질"이라며 "국내 1위 생활용품 기업인 LG생활건강은 독점적 공급자 지위를 이용해 주요 상품을 쿠팡에게 타유통업체 판매가격보다도 높은 가격으로 오랜 기간 공급을 해왔고 이에 대해 공급가 인하를 요청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고 반박했다.

 

쿠팡측은 이어 "공정위가 과거 신생유통업체에 불과한 쿠팡이 업계 1위 대기업에 대해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있다고 판단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행정소송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