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경제=최현지 기자] 신세계-네이버 연합군이 롯데그룹을 제치고 이베이코리아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미국 이베이는 15일 이사회를 열고 신세계그룹-네이버 컨소시움을 이베이코리아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고 16일 밝혔다.
미국 이베이 본사가 보유한 이베이코리아 지분 100%로 거래 금액은 약 4조원으로 알려졌다. 이중 신세계가 80%, 네이버가 20% 가량을 부담하게 된다. 단독 응찰한 롯데는 이보다 5000억원가량 낮은 3조원 초반 입찰가를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작업은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맡았다.
앞서 진행된 본입찰에는 네이버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신세계와 롯데가 참여했다.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SK텔레콤과 MBK파트너스 등은 최종 입찰에는 불참했다. 수가 마무리되면 신세계그룹은 단박 네이버에 이어 국내 이커머스 2위로 도약하게 된다. 기존 SSG닷컴 3조9000억원과 이베이코리아 20조원을 더해 거래액 기준 24조원 규모의 이커머스 공룡기업으로 탈바꿈한다.
신세계 SSG닷컴과 네이버를 합칠 경우 거래액은 50조원에 달한다. 이베이코리아는 네이버·쿠팡에 이어 국내 이커머스 3위, 오픈 마켓으로는 1위 업체다. 이베이코리아의 시장점유율은 12%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는 기업이 이커머스 시장의 강자로 등극하는 셈이다.
지난해 국내 주요 이커머스업체 거래액은 ▲네이버(27조원) ▲쿠팡(22조원) ▲이베이코리아(20조원) ▲11번가(10조원) ▲위메프(7조원) ▲티몬(5조원) ▲카카오(4조6000억원) ▲SSG닷컴(3조9000억원) 등으로 추정된다. 신세계그룹이 4조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을 이베이코리아에 투자한 것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았던 신세계그룹이 단숨에 선두권으로 올라가기 위한 승부수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베이코리아가 매물로 등장한 이후 롯데와 신세계그룹이 강력한 후보자로 떠오른 이유다. 또 올 3월 쿠팡이 미국 증시에 100조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으며 상장한점도 신세계그룹에게는 강력한 인수의지를 갖게 했다. 네이버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신세계는 지난달 자사 온라인 쇼핑몰인 SSG닷컴을 통해 패션 플랫폼 W컨셉을 품었다.
이번에는 마침내 4조원에 달하는 이베이 인수까지 성공해냈다. 신세계가 역대 단행한 인수합병(M&A) 거래 중 최대 규모다. 여기에 배달앱 요기요 인수전에도 참여한 상황이다. 신세계그룹은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계기로 물류, 배송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할 예정이다. SSG닷컴을 통해 실험해온 자동 물류화와 풀필먼트 사업을 더욱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마트의 구매력을 바탕으로 이베이코리아의 사업을 오픈마켓에서 직매입까지 확대하는 것도 가능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네이버, 이베이코리아의 결제 시스템 및 멤버십을 신세계그룹 회원제와 연결해 시너지도 낼 수 있다.
이번 인수로 SSG닷컴의 상장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SG닷컴은 2018년 10월 해외 투자운용사 어피니티 에쿼티파트너스, 비알브이 캐피탈 매니지먼트로부터 1조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확정했다. 당시 5년내 거래액 10조원 달성 및 상장 약정을 뒀다. 이베이코리아 매각이 완료되면 이베이코리아는 10여년만에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게 됐다. 이베이코리아는 한때 시장점유율 70%가 넘는 국내 최대 규모 이커머스 플랫폼이었다.
하지만 쿠팡을 비롯한 이커머스 기업들이 등장하면서 성장세가 둔화됐고 답보상태에 빠지면서 결국 매각을 결정하게 됐다. 최근 3년 거래액은 17조원 안팎에서 정체중이고, 이익률은 2015년 10.0%에서 2016년 7.7%, 2017년 6.5%, 2018년 4.9%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영업이익은 2016년 670억원에서 2018년 485억원까지 떨어졌다.
또 이베이 본사가 최근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공격을 받는 상황도 매각 결정에 요인으로 작용됐다. 지난해 현대자동차를 공격해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엘리엇매니지먼트와 스타보드밸류 등은 이베이 지분을 4% 이상 취득한 뒤 자회사 매각과 분사, 구조조정, 이사 파견 등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아직 이베이 본사 측에서 전달받은 사항이 없다"면서 "일단 최종 답변을 받은 뒤 다음 스텝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