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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신세계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맞대결

이베이코리아 7일 매각 본입찰...SKT, MBK 불참

[퍼스트경제=최현지 기자]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 롯데와 신세계 2파전 양상으로 치닫게 됐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은 몸값이 5조원대로 올해 국내 인수·합병(M&A)중 최대 대어로 꼽힌다. 하지만 양사는 이번 본 입찰에서 각자 어느 정도의 가격을 제시한지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날 마감된 이베이코리아 매각 본입찰에 롯데쇼핑과 신세계 이마트가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유통 강자 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이 이커머스 사업 강화를 위해 보완하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선 것이다. 신세계그룹은 이마트를 앞세워 네이버와 손잡고 본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예비입찰에 참여해 투자적격후보(숏리스트)에 선정됐던 국내 최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SK텔레콤은 결국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베이코리아 매각 주간사인 모건스탠리는 인수 후보군의 매각가와 조건 등을 고려해 조만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본입찰 마감에 따른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다음 주 중 이베이 본사 이사회가 예정된 것으로 알려져 이사회 후 우선협상대상자가 공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당초 이베이코리아 본입찰은 지난달 14일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예비실사 시간 부족 등을 이유로 숏리스트에 올랐던 기업들이 시간을 더 달라는 요청한 데 따라 미뤄졌다.이베이코리아는 네이버·쿠팡에 이어 국내 이커머스 3위, 오픈 마켓으로는 1위 업체다. 시장점유율 12%를 차지하는 이베이코리아의 새주인이 누구로 결정되느냐에 따라 이커머스 시장의 패권이 달려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특히 롯데와 신세계그룹은 현재 이커머스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롯데쇼핑이 운영하는 롯데온과 신세계그룹의 SSG닷컴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5%, 3% 선으로 알려졌다. 두 기업 모두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업계 1, 2위인 네이버, 쿠팡에 근접한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롯데는 지난달 12일 이베이코리아 출신 나영호 대표를 영입하면서 롯데온 살리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롯데그룹이 롯데온 대표를 외부에서 영입하면서 부사장 직위까지 준 것은 그룹 미래와 사업 전략 측면에서 롯데온의 중요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탄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달 22일 이사회를 열고 보유하고 있던 롯데월드타워 및 롯데월드몰 지분 전량인 15%를 8300억원에 롯데물산에 매각하기로 결의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롯데쇼핑은 부동산(5개 점포 및 물류센터 토지)을 롯데리츠에 양도해 약 7300억원을 확보했다. 5개월 동안 확보한 실탄만 1조56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롯데쇼핑의 현금및현금성자산 1조9132억원이다. 이번 자산 매각 금액까지 포함할 경우 2조7000억원대의 실탄을 확보한 셈이다. 이베이코리아의 몸값이 약 5조원대로 추산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을 확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1년 이내에 현금화가 가능한 단기금융자산(1조6000억원)까지 합하면 롯데쇼핑의 투자 가능 재원은 3조2400억원이 넘는다다른 계열사와 공동으로 인수에 나서거나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한다면 인수대금 마련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평가다.

 

신세계 입장에서도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SSG닷컴과 더해 단번에 온라인 시장에서 네이버, 쿠팡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만큼 쉽게 물러날 수 없는 상황이다.실제로 신세계는 올해 네이버와의 지분교환을 시작으로 W컨셉 인수, 이베이코리아, 요기요 인수전 참여 등 온라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어느 기업보다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특히 네이버와의 협업과 W컨셉 인수 등은 현재 SSG닷컴과 시너지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최근 올해 지분교환을 진행한 네이버와의 협업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 두 회사는 모두 "확정된 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업계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네이버와 신세계는 지난 3월 2500억원 규모 지분 맞교환을 통해 온·오프라인 쇼핑 동맹을 맺었다. 최근 미국 증권 시장 상장으로 5조원 실탄을 장전한 쿠팡 등에 맞서 유통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두 기업이 힘을 합치는 게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관건은 가격이다. 매각가는 최대 5조원까지 거론되지만, 업계에서는 그보다 낮은 가격에 매각이 이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베이코리아가 지난해 기준 12% 점유율로 네이버(17%)와 쿠팡(13%)에 이어 3위에 위치한 알짜기업이자 거래액 20조원을 돌파한 매물이다.

 

하지만 유통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가격을 불러 인수했다가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