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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 국내외 공격경영 잰걸음

정용진 부회장, 미국 출장 1년만에 재개
네이버 등 온오프라인 공룡 만남도 주목

[퍼스트경제=최현지 기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최근 미국행 출장이 주목된다. 정용진 1년여만에 다시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현지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확대 전략을 직접 확인하고 최신 유통 트렌드를 살펴보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잠시 중단됐던 정 부회장의 글로벌 경영이 이번 미국 진출을 신호탄삼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신세계그룹은 정 부회장의 글로벌 경영 재개와 함께 네이버와의 협업 여부도 재계의 관심거리다.

 

신세계와 네이버 양사간 만남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공룡의 만남이란 점에서 관심도가 높다. 최근 유통가에 부는 기업공개 움직임 가능성을 점치는 분석도 있다. 유통과 IT업계는 물론 재계 전반에서 이들의 만남에 안테나를 바짝 세우는 이유다.

 

◆정용진 부회장, 국내 광폭 행보 넘어 1년만에 미국 출장...미국진출 속도=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최근 미국으로 출국해 현지 사업을 둘러보고 있다.

 

정 부회장의 이번 미국 방문은 지난해 1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세계 최대 유통 전시회 'NRF 2020' 참석 이후 약 1년 만이다. 그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방문이 어려웠지만 현지 사업과 관련해 현안들이 쌓이면서 1년만에 다시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이마트는 2018년부터 미국 진출을 준비해왔다.

 

미국 자회사 PK리테일 홀딩스를 통해 현지 유통기업 굿푸드홀딩스를 3075억원에 인수했고 현지 식품 소매점 '뉴시즌스 마켓'도 3236억원에 사들였다. 또 지난해에는 사업을 총괄할 새 CEO로 닐 스턴을 선임했하면서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전체 체인점 수도 2018년 인수 당시 24개에서 작년 3분기 기준 51개로 대폭 늘었다.

 

코로나19라는 변수로 전반적인 미국 사업이 생각만큼 속도가 나지 않고 있는 만큼 이번 출장 이후 가시적인 변화가 일어날 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또 PK마켓 1호점 출점 여부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2018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 지역 번화가인 사우스 올리브 스트리트 인근에 있는 복합 상업시설에 대한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이마트는 6층 건물 중 1∼3층(총 4천803㎡)을 임차해 PK마켓 미국 1호점을 연다는 계획이다.

 

당초 2019년 문을 열 계획이었지만 현지 사정상 미뤄지고 있어서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미국 현지 사업 점검을 목적으로 출장 중" 이라며 "구체적인 일정에 관해선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쿠팡 상장, 11번가 아마존 협업 등...유통업계 판도 변화=최근 정용진 부회장과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는 강희석 이마트대표, 한성숙 네이버 대표와 함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구체적인 논의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양사의 협업으로 인한 영향력에 주목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양사가 유통과 온라인 비즈니스를 한다는 공통점이 있는 만큼 시너지를 낼 분야가 있는지 포괄적인 대화를 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다만, 현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논의가 진행된 사안은 없다고 덧붙였다.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는 세계그룹이 네이버쇼핑의 스마트스토어를 활용하는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입점 업체가 41만개에 이르는 국내 최대 오픈마켓이다. 이마트도 지난해 네이버에 전문점 몰리스펫숍과 센텐스 매장을 열었다.

 

또 최근 그룹 차원에서 힘을 싣고 있는 SSG닷컴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온라인 플랫폼과 콘텐츠 제휴 방안 등도 거론된다. 신세계의 SSG닷컴은 지난해 거래액 4조원을 돌파하면서 코로나19 속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네이버의 첨단 기술을 활용해 기존 오프라인 점포를 변화된 소비 트렌드에 맞게 스마트하게 변신시키는 작업도 두 회사의 시너지를 활용하는 방안 중 하나로 꼽힌다.

 

네이버는 지난해 CJ그룹과 주식 맞교환을 통해 연합전선을 구축한 데 이어 지난 21일에는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과 온·오프라인 연계(O2O) 플랫폼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 제휴를 맺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 네이버와 신세계 회동...거대 공룡 간 협업 모델 나올까=양사의 만남에 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는 올해가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넘어 유통업계의 판도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쿠팡의 미국상장과 11번가와 아마존의 만남, 이베이코리아의 매각등은 현재 네이버와 쿠팡이 앞서나가고 있는 이커머스 시장을 크게 뒤흔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12일 쿠팡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클래스A 보통주(이하 “보통주”) 상장을 위해 S-1 양식에 따라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쿠팡은 당초 하이테크 기업에 개방적인 나스닥 상장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NYSE에 상장하게 된다. NYSE는 미국 뉴욕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증권거래소이다. 세계 금융 중심지인 월 스트리트의 상징이며 아멕스, 나스닥과 함께 미국 3대 증권거래소로 꼽힌다.

 

기존 상장 기업들의 절차에 따라 쿠팡은 곧 투자자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상장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쿠팡의 기업공개(IPO)가 3월 중에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의 미국 뉴욕증시 상장 소식에 외신들도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쿠팡의 기업가치 평가액이 당초 예상보다 높은 50조원을 넘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 쿠팡의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계획 소식을 전하면서 "2014년 알리바바그룹의 블록버스터 데뷔 이후 가장 큰 외국 회사의 기업공개(IPO)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알리바바는 IPO 당시 기업가치가 1680억달러(186조원)로 평가됐다. 쿠팡의 경우 500억달러(55조4000억원)를 넘는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이 기대된다고 WSJ은 보도했다. 이는 블룸버그통신이 한 달 전 보도에서 언급한 300억달러(33조2000억원)를 뛰어넘는 전망치다.

 

쿠팡의 미국증시상장이 확정되면서 네이버를 필두로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네이버와 신세계, 11번가와 아마존, 매물로 등장한 이베이코리아의 행보에 따라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변동폭이 매우 클 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는 지난해 CJ그룹과 주식 맞교환을 통해 제휴 관계를 맺고, 본격적인 풀필먼트 사업 추진에 나섰고 지난달에는 신세계그룹과 협업 논의를 가지면서 향후 두 그룹이 손을 잡을 수 있음을 내비췄다.

 

11번가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과 손을 잡고 글로벌 유통 플랫폼으로 성장한다는 전략이다. 자세한 협업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아마존의 노하우를 국내 시장에 맞게 잘 풀어낸다면 11번가의 약점으로 꼽히는 외형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새로운 주인을 찾고 있는 이베이코리아의 행보도 관심이다. 약 5조원의 몸값으로 인수를 결정하기에 높은 금액이지만 거래액이 약 19조에 이를만큼 이커머스업계의 공룡으로 꼽히는 만큼 인수시 단번에 이커머스 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다만, 시장 점유율 하락세, 영업이익 감소 등 정체 흐름을 보이는데다 주요 인수 후보군에 속하는 국내 유통 대기업들이 각기 이커머스 플랫폼의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어 추정 몸값으로 매각 될지에 대해서는 여러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