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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 vs SK이노베이션 ‘배터리 합의금’ 신경전

배상액 산정 기준 서로 상이…양사 최종 합의까지 난항 예상
LG에너지 최대 3조원 내놔야...SK이노베이션 천억대 충분

[퍼스트경제=서연옥 기자]  배터리 분쟁 보상금 합의를 둘러싸고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간 물밑 신경전이 치열하다. 앞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최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간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에서 LG의 손을 들어줬다. 

 

배터리 분쟁의 승자인 LG에너지솔루션 측은 합의금으로 2조5000억~3조원 가량을 요구하는 반면 SK이노베이션을 자회사 상장 지분 일부를 포함, 최소 1000억원대에서 최대 5000억~6000억원대를 제시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간 보상금 협상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ITC 최종 결정으로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한 LG가 더 높은 수준의 합의금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일각에선 9조원까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이 줄곧 강조하는 합의금 산출 기준은 미국 연방비밀보호법(DTSA)이다. 이 법에서는 실제 입은 피해 및 부당이득, 미래 예상 피해액, 징벌적 손해, 변호사 비용을 배상받을 수 있다고 규정한다.

 

LG는 '과거의 피해 및 부당이득'과 관련, SK가 본격적으로 영업비밀을 탈취한 2017년에서 2019년에만 40조원의 프로젝트를 수주했다고 주장한다. 미국에서의 수주 물량만 20조원으로 알려져 있다. 또 시장에서는 현대차 및 유럽 수주물량을 감안했을 경우 현재 수주잔고는 550GWh 수준, 70조원 규모로 추정한다.

 

'미래 예상 피해액'과 관련, LG는 SK의 과거 수주 실적을 기반으로 하면 보수적으로 예측해도 향후 5년간 최소 50조원 이상의 수주를 할 것이라고 추정한다. LG는 그 근거로 지난 1월29일 SK이노베이션이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2025년 글로벌 시장점유율 10%, 영업이익률은 높은 한 자릿수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는 점을 들었다.

 

LG는 해당 점유율을 기준으로 하면 시장에서 통용되는 로열티인 5% 가량만 적용한다고 가정해도 미래 피해에 대한 배상액 규모만 수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 스위스는 ITC 최종 결정 직후 양사의 합의금이 5조원 이상이 될 수 있으며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LG가 유럽에서도 소송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LG는 지난 11일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콘퍼런스콜에서 "미국 연방 영업비밀보호법의 손해배상 기준에 따르면, 법적으로는 손해배상 금액의 최대 200%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며 "다만 SK와의 협상 금액에 이걸 포함할지 말지는 전적으로 SK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강조하며 SK 측을 압박하고 나섰다.

 

반면 SK는 역대 ITC 영업비밀 손해배상액을 감안할 때 이 같은 배상액 추산은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며 지금까지 미국에서 진행된 영업비밀 소송 배상액을 참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SK에 따르면 상위 10개 소송 벌금액 평균은 2억2770만달러로 약 2510억원 수준이다. 최고액은 2011년 듀퐁과 코오롱 간의 소송에서 나온 9억1999만달러로 약 1조139억원이었다.

 

이같은 경우도 2014년 파기환송되면서 결국 2850억원의 합의금으로 마무리됐다. 후순위로 갈수록 금액은 낮아져 2위는 2017년 에픽시스템즈와 타타컨설턴시서비스간 4억2000만달러(4630억원). 3위는 2억6500만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SK는 현재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규모, 재무상태 등을 고려할 때 수조원대 배상금은 감당하기 어려운 액수라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사업 실적은 매출액 1조6102억원, 영업적자 4265억원으로 아직 손익분기점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1일 ITC 판결 이후 줄곧 "합리적인 조건이라면 합의를 위한 협상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양사는 이번 ITC 판결 이전에도 수차례 만나 합의여부를 두고 협상을 벌였지만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패소로 SK가 더욱 불리해진 입장에 처하게 됐음에도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하는 데에는 합의금을 최대한 낮춰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미국 대통령 심의 기간인 60일내 합의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많은데 향후 항소 절차도 고려하고 있고 폭스바겐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2년의 기간을 LG와 합의할 수 있는 기간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의 고객사인 포드와 폭스바겐이 합의를 촉구하고 있다. 특히 폭스바겐은 실질적으로 2년간 유예했지만 4년으로 수입금지 유예기간을 늘려달라며 불안감을 보인다는 점을 SK가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