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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매각 '불발'...산은 2.4조원 긴급 투입

금호산업 vs 현대산업개발, 법정다툼 후폭풍 예고
산은, "신용 등급 하락 우려, 기안기금은 단계별로 투입"

[퍼스트경제=서연옥 기자] “아시아나항공 노딜“ 지난해 4월부터 1년5개월 동안 진행된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이 무산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자금확충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인 뒤 컨설팅을 거쳐 새로운 인수기업을 찾는 등 재매각을 추진하게 된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빅딜 연극이 노딜로 막을 내렸다. 11일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이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 매각 불발을 공신 선언하고 나섰다. 인수를 추진해온 현대산업개발과의 인수 협상이 최종 결렬됐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이 11일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과 관련해 우선협상대상자인 HDC현대산업개발에 계약 파기를 선언하고 나섰다. 산업은행은 이날 “HDC현대산업개발이 채권단 제안에도 불구하고 재실사를 재차 요구해와 아시아나항공을 직접 관리하기로 했다”고 공식 선언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코로나19 사태 발생으로 항공시장이 사상 최악의 불황에 봉착, 재실사를 요구한 반면 산업은행은 이를 거부하는 등 대립각을 보였다.

 

현대산업개발은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 불발의 책임이 금호산업측에 돌리는 한편 계약금 반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리고 이같은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불발을 둘러싸고 법적싸움의 후폭풍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산업은행, 기간산업안정기금 2.4조원 투입 직접 관리 나서기로=산업은행은 이날 기간산업안정기금 기금운용심의회를 마친 뒤 아시아나항공 매각 노딜을 공식 선언했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기간산업안정기금 기금운용심의회는 아시아나항공에 2조4000억원을 지원하고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직접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최 부행장은 이어 “M&A 무산에 대한 구체적 사유는 밝힐 수 없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인수기업인 현대산업개발측의 부담감이 주요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 부행장은 “이번 ‘노딜’로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 하락이 우려된다”며 “기안기금을 통한 자본확충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는 한편 컨설팅을 통해 재매각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최 부행장은 아시아나항공에 투입하는 기안기금의 경우엔 외부기관 검토를 통해 단계별로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소개했다. 최 부행장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불발이후 예고된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최 부행장은 “인건비 절감은 1800억원이 예상되고 있으며 노선 조정, 원가 절감, 조직 개편 등을 통해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며 구조조정과 관련, “당장 급한 것은 아니다”고 언급했다.

 

최 부행장은 금호그룹의 유동성 문제와 관련,“금호고속은 연말까지 4000억원 규모의 자금이 부족할 것 같다”며 “대주주 고통분담을 통해 금호고속 정상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매도인 측이 선행조건 미충족"...HDC ‘법적 대응' 예고=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실태 직후 계약금 2500억원 반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재실사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만큼 노딜의 책임이 매도인 측에 있다는 주장이다. 현대산업개발측은 계약금 반환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법적소송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이 무산되자 우선협상대상자인 HDC현대산업개발이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나선 것이다. 현대산업개발 측은 “아시아나항공 주식매매계약(SPA)과 관련해 계약 해제 및 계약금에 대한 질권 해지에 필요한 절차를 이행하여 달라는 통지를 받았다”며 이날 공시했다.

 

그러면서 “아시아나항공 및 금호산업은 거래종결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음을 사유로 계약 해제를 주장했다”고 전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양사의 주장과 달리 본 계약의 거래종결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매도인 측의 선행조건 미충족에 따른 것”이라며 “계약해제 및 계약금에 대한 질권해지에 필요한 절차 이행 통지에 대해 법적인 검토 이후 관련 대응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M&A 무산을 직접 설명하며 이날 “아시아나항공에 2조4000억원을 지원해 직접 관리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현산은 SPA 당시 계약금 2500억원을 납부했는데 이를 돌려받기 위한 법정공방을 진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무산된 M&A…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영향, 문제 없어"=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무산으로 금호산업의 피해가 예상되자 금호산업 측은 “현금 흐름, 영업 상황 등에 있어 전혀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금호산업은 “당장 아시아나항공 딜이 무산되면서 금호산업의 투자 계획은 다소 늦춰질 수 있겠지만 본질적인 현금흐름, 영업 상황 등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사측은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2분기 누계 기준 매출액이 전년 동기대비 4% 증가해 약 8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고 영업이익률도 전년대비 1.6%p 개선돼 4.4%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어 “자체사업 확대 및 공공주택 사업 능력 강화로 지속적인 매출액 증가와 수익성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이 무산되면서 금호산업이나 금호고속에 대한 우려가 생겨나고 있는데 큰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금호산업의 본질 가치는 전혀 변한 게 없으며 금호고속 역시 코로나19로 잠시 어렵기는 하지만, 곧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도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7주간의 실사 및 본 계약 체결 이후 8개월동안 현대산업개발의 방대한 양의 실사 자료 및 설명 요청에 성실하고 차질 없이 응대했다”며 “지난해 4월부터 1년5개월 동안 M&A 성사를 위해 전사적으로 노력을 기울였지만 불발돼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