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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규제 무풍지대 다세대·연립주택 ‘풍선효과’

6월 경기 다세대·연립 매매건수 12년1개월내 최다
아파트 겨냥한 정부 대책 봇물에 규제 무풍주택 선호

[퍼스트경제=김근식 기자] 다세대·연립 인기가 상승하고 있다. 다세대·연립 등은 대표적인 수익형 주택상품으로 불리는 주택들이다. 이들 수익형 주택은 그동안 아파트에 비해 환급성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투자자의 주목을 받지 못했던 주택들이다. 

 

하지만 최근엔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정부가 잇달아 발표한 부동산 대책이 아파트 규제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다세대·연립 등이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서울·경기권 일대에 위치한 다세대·연립 등은 투자 수요가 몰리는 등 아파트 규제를 피하는 수요가 몰리며 '풍선효과'를 톡톡히 거두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아파트에 집중되면서 투자들도 다세대·연립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예컨대 6·17 대책에서 정부가 규제지역의 3억원 초과 아파트 매입자에 대해선 전세자금 대출을 제한했다. 하지만 다세대·연립주택 등은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상대적으로 ‘갭투자’가 쉬운 여건이다.

 

정부가 8·4 공급대책에서 뉴타운 해제지역에 대해 공공재개발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힌 이후 공공재개발 예상 지역의 다세대·연립 몸값이 높아지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매매 수요가 몰리면서 다세대·연립주택 가격도 오르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7월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연립주택 매매가격 상승률은 0.15%로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을 보면, 송파구 삼전동 ‘월드컵파크빌’ 전용 68.41㎡는 지난달 3일 4억1000만원(5층)에 거래된 뒤 같은 달 23일 4억5300만원(3층)에 매매됐다. 성북구 성북동 ‘동구주택’ 전용 41.58㎡(지하 1층)의 경우 지난 2월에 2억5000만원에 거래됐으나 7월에는 같은층 주택이 3억500만원에 매매됐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의 다세대·연립 매매가격은 다소간 시차를 두고 아파트값 흐름을 따라가겠지만 집값 등락폭은 아파트에 견줘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기부동산포털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6월) 경기지역 다세대·연립주택 매매량은 이날 기준으로 6186건으로, 2008년 5월 매매량(6940건) 이후 12년 1개월만에 가장 많았다.

 

서울의 다세대·연립주택 시장도 상황이 비슷하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를 보면 지난달 서울 다세대·연립주택 매매는 이날 기준 5천748건으로 집계돼 2018년 3월 매매량(5950건) 이후 2년 3개월 만에 최다치를 경신했다.

 

오피스텔 시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5월까지 서울과 경기의 오피스텔 매매량은 각각 5312건, 3907건으로 지난해보다 56.3%, 49.2% 급증했다. 서울의 올해 6월 오피스텔 매매량은 이날까지 1241건으로, 올해 들어 가장 많은 았다.

 

6월에 계약된 거래는 신고 기한(30일)이 아직 열흘 이상 남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매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연립·다세대주택의 매매가 늘어나는 것은 저금리로 시중에 유동자금이 넘치는 환경 속에서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규제 대책의 사정권에서 벗어난 비(非)아파트 시장을 투자처로 찾는 수요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으로 15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을 살 때 주택담보대출이 전면 금지됐으나 그 대상은 아파트로 한정됐다. 또 올해 6·17 부동산 대책에 따라 지난 10일부터 수도권을 비롯한 규제지역에서 3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구입하면 전세자금대출이 제한되거나 회수했다.

 

이같은 정부의 아파트 겨냥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연립·다세대 등이 강세를 보이는 등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이들 주택의 경우 정부의 고강도 규제를 적용받지 않으면서 여전히 전세 대출을 통한 갭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 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연립·다세대 매매가격 변동률은 0.14%로, 지난 3월과 더불어 올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의 오피스텔 매매가격 변동률은 올들어 지난 4월까지 상승세를 유지하다가 지난 5월 소폭 하락(-0.02%)했지만, 지난달(0.03%)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