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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기업 사외이사의 '빛과 그림자'

“경영진 탈불법 감시보다 로비스트, 보험금 역할 우려
이사회 거수기 역할에도 수천만워에서 억대 연봉 받아

 

[퍼스트경제=서연옥 기자] 상장 기업 사외이사 명단엔 정관계 인사들이 유독 많다. 행정관료 출신이거나 정치인, 사법기관, 대학교수 등 이른바 힘 있는 권력(?)기관 출신들이 줄줄이 대기업이나 시중은행의 사외이사 자리를 독차지하고 있다.

 

특히 올해 1월 상장회사 사외이사 임기를 6년으로 제한하는 상법 시행령 개정안 시행되면서 정관계 인사의 상장회사 사외이사행이 부쩍 빈번해졌다. 주인없는 금융기관이나 공기업 등은 상황이 더 노골적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들 힘있는 사외이사들이 기업의 바람막이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사외이사는 대우도 좋다. 이들은 특별한 업무 없이 회사에 몇차례 출근한 댓가로 수천만원에서 억대에 이르는 막대한 연봉을 받고 있다.

 

이는 근로자 3~5명분의 임금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 때문에 권력형 사외이사에 대한 세인은 시선이 곱지 않다. 이 때문에 사외이사로 내정된 뒤 사회적 논란 끝에 백지화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최근 하나은행의 사외이사로 추천된 뒤 불발된 남기명 고위공직자법죄수사처 설립단장의 경우가 그렇다.

 

남기명 단장은 하나은행으로부터 사외이사로 추천됐지만 부정적 여론이 팽배하자 사외이사를 맡지 않기로 했다. 사실 사외이사는 긍정적이다. 대기업이나 은행의 경영진은 투명경영과 탈불법 감시 차원에서 외부 전문인력의 경영자문이나 감사 역할 차원에서 이들 외부 전문가 그룹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동안 사외이사의 경우 경영진에 대한 투명경영 감시 및 견제보단 권력기관을 상대로 한 로비스트’나 보험금 등의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대기업이나 시중은행에서 이사회가 열릴 때마다 '사외이사는 거수기다' 역할에 그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 것도 같은 매락이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은 “(권력형 사외이사)는 결과적으로 경영 투명성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을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주주총회 시즌이면 의례껏 행정기관이나 법조계, 정치권, 언론계 등 권력기관 출신의 사외이사나 감사 비중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법무부 시행령에 맞춰 사외이사를 교체해야 하는데 섭외에 난항을 겪고 있어 주주총회소집 공시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무게감 있는 전관인사들을 대형 기업들이 쓸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내세워 비전문가의 사외이사 행에 반대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국민연금은 최근 상장사 태림포장의 임시 주주총회에서 해당 업종과 무관한 사외이사의 신규 선임에 반대표를 던졌다. 이래저래 상장사로선 주주 관리 부담이 커진 셈이다.

 

앞서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대기업과 상장 공기업들의 사외이사·감사 선임이 본격화되면 일부 기업에서 권력형 낙하산 인사의 사이이사행이 불거졌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올해 상당수 대기업에서 사외이사 물갈이가 예고되면서 4월 국회의원 총선 예비경선에서 탈락한 여권 인사들을 대상으로 한 ‘챙겨주기식 인사’가 예상된다”며 “벌써부터 어느 기업 사외이사와 감사 자리에 누가 온다더라는 식의 소문이 무성하다”고 말했다.

 

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사외이사 6년 임기제한에 따라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를 새로 뽑아야 하는 상장사는 556곳에 달한다. 이중 29곳(5.2%)은 3명 이상 사외이사를 물갈이해야 하며 2명 이상을 바꿔야 하는 상장사도 116곳인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