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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본사엔 ‘통큰배당’...국내엔 투자·고용·기부 ‘인색’

작년 영업익 국내기업 30.2% 급감, 외국계기업 7.4% 증가 대조
외국계기업 수익성 개선에도 투자 25.5% 줄이고 직원 4000명 감원
배당성향 80.7% 국내 기업 2배…기부금 0.05% 국내기업 반토막
CEO스코어, 500대 기업 외국계 실적·투자·고용 및 배당·기부금 분석

[퍼스트경제=서연옥 기자] S-오일, 코스트코코리아, 코닝정밀소재 등 국내에서 영업중인 상당수 외국계 기업들이 한국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 정작 투자와 고용 등엔 인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 기업이 수익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투자와 고용을 확대한 것과는 전혀 상반된 모습이다. 특히 외국계 기업은 이기간 순이익의 80% 이상을 배당하는 고배당 정책을 유지했다.

 

실제로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을 비롯한 4개 기업은 배당액이 순이익보다 많았다. 반면 외국계 기업의 매출 대비 기부금 비중은 국내 기업의 절반에 그쳤다.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들이 자국의 본사엔 통큰 배당하면서도 국내엔 투자와 고용, 기부 등엔 등을 돌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CEO스코어가 지난해 국내 500대 기업내 외국계 기업(공동지배 제외) 43곳의 실적과 투자, 고용현황 분석 결과 이들 기업의 지난해 투자액(유·무형자산 취득액)은 3조4985억원으로 전년대비 25.5% 감소했다. 직원 숫자도 4.3% 줄어든 8만6187명으로 집계됐다.

 

외국계 기업은 지난해 외형 확장과 함께 이익 개선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은 가운데 투자와 고용은 축소했다. 외국계 기업의 작년 매출액은 149조3328억원, 영업이익은 5조4179억원으로 전년보다 각 3.8%, 7.4% 증가했다. 이에 영업이익률은 2018년보다 0.1%포인트 높아진 3.6%를 기록했다.

 

반면 국내 기업은 실적 악화에도 투자와 고용을 늘렸다. 국내 기업의 지난해 매출은 2517조6555억원으로 전년대비 2.1% 증가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142조909억원으로 감소폭이 무려 30.2%에 달했다.

 

국내 기업들은 이같은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투자액(161조9833억 원)과 직원수(146만5294명)는 1년전보다 각 1.8%, 1.7% 확대됐다. 이에 반해 43곳의 외국계 기업중 지난해 투자를 확대한 곳은 29개 기업으로 과반을 차지했다. 하지만 14개 기업의 투자 축소 규모가 증가액을 웃돌며 전체 투자액 감소로 이어졌다.

 

지난 2018년 외국계 기업 내 투자액 기준 ‘톱3’를 차지했던 S-오일, 코스트코코리아, 코닝정밀소재 등은 지난해 투자를 일제히 축소했다. 이중 S-오일의 작년 투자액은 8276억원으로 2018년(2조417억원)대비 59.5% 감소했다.

 

또 코스트코코리아(770억원)와 코닝정밀소재(1800억원) 등도 같은기간 투자액이 각 81.7%, 38.9% 줄었다. 코스트코코리아는 씨앤에스에너지(-89%),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83.3%)와 함께 투자 감소율 기준 상위에도 이름을 올렸다.

 

외국계 기업 43곳중 16개 기업이 지난해 직원수를 총 1188명 늘린 반면 19개 기업은 5102명 줄였다. 이중 한국GM 직원은 업황 악화와 구조개편 등으로 2018년 1만2424명에서 작년 8914명으로 28.3%(3510명) 줄었다.

 

투자와 고용을 동시에 축소한 외국계 기업은 5곳으로 집계됐다. S-오일(투자 –59.5%, 고용 –1%)을 비롯해 코닝정밀소재(–38.9%, -2%), 3M(-18.9%, -2.4%), 금호타이어(-43.6%, -2.9%),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7.2%, -4.1%) 등이다.

 

외국계 기업의 배당성향은 80%대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해 외국계 기업의 배당금 총액은 2조8287억원으로 1년새 1.6% 감소했다. 그러나 당기순이익이 2.5% 줄면서 평균 배당 성향은 0.7%포인트 높아진 80.7%를 기록했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순이익(3144억 원)의 2.1배에 달하는 6550억 원의 배당을 실시, 가장 높은 배당성향(208.3%)을 기록했다. 다음은 오비맥주(160%), 볼보그룹코리아(127.2%), 도레이첨단소재(110.7%),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100%), 한국토요타자동차(100%), 유한킴벌리(99.9%), 노벨리스코리아(96.8%), 동서석유화학(93.7%), 한국무라타전자(87.4%) 순이다.

 

외국계 기업의 지난해 기부금은 710억원으로 전년대비 6.1% 증가했지만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중은 0.05%로 2018년 수준을 맴돌았다. 이는 작년 국내 기업의 매출대비 기부금 비중(0.1%)의 절반 수준이다.

 

쥴릭파마코리아의 기부금이 1년새 83.5% 감소한 것을 비롯해 동양생명(-77.9%), 푸본현대생명보험(-69%), 한국지엠(-59.2%), 한국무라타전자(-50%) 등 5곳이 기부금을 50% 이상 줄였다.

 

S-오일은 지난해 기부금(194억원)이 전년대비 0.6% 줄어든 가운데서도 기부금 규모에서 2018년에 이어 1위를 유지했다. 라이나생명보험의 기부금이 56.9% 증가한 122억원,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14.2% 증가한 111억원으로 100억원 이상을 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