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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기상도...정유·자동차 ‘흐림’ vs IT·게임 ‘맑음’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 매출 곤두박질...구조조정 본격화 예고
‘코로나 집콕’에 정유·자동차 ‘찬바람’…게임 등 언텍트 업종 호성적

 

[퍼스트경제=최현지 기자]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업종간 희비가 뚜렷하다. 정유·자동차·오프라인 유통 등의 업종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이런 반면 IT나 게임, 이커머스 등 언텍트 업종은 연일 매출이 치솟는 등 코로나 특수를 누렸다. 

 

기업들이 발표한 업종별 영업실적 보고서 조사 데이터에서 이같은 결과를 읽을 수 있다. 코로나19의 업종별 기상도를 단적으로 표현하면, 정유·자동차·오프라인 유통 등의 부문은 찬바람이 부는 반면 IT 및 게임. 이커머스 등 언텍트 업종은 올들어 상반기 호황을 누렸다.

 

특히 유통업종의 경우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와 같은 전통적 오프라인 기반의 유통업은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악재로 작용하며 매출이 축소된 반면 소셜커머스, 이커머스 등과 같은 온라인 유통은 매출이 배이상 수직 상승했다. .

 

◆정유 자동차 항공 등 '초상집'=코로나 피해가 가장 큰 분야는 정유와 자동차, 항공업계다. 우선 가장 타격을 입은 곳은 항공업계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등 업체 가길 것없이 모든 항공사들이 코로나 사태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었다.

 

이들은 경영난 타개를 위해 임금을 반납하거나 무급휴직을 단행했다. 심지어 명예퇴직을 단행하는 등 구조조정에 착수한 항공사도 나왔다. 이스타항공의 경우 경영난을 넘지 못해 제주항공에 매각되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내선이나 국제선 취항이 줄줄이 막히면서 나타난 후폭풍이다.

 

정유업계도 상황이 어둡다. 정유업계 맏형인 SK이노베이션은 1분기 11조1630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1조775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1만원어치 물건을 팔아 오히려 1000원 넘게 손해를 봤다. 지난해 동기보다 매출은 12.6% 줄었다. 3281억원이던 영업이익도 2조원 넘게 빠지며 적자 전환했다.

 

이기간 GS칼텍스는 1조318억원, S-오일 1조73억원, 현대오일뱅크는 563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2014년 4분기 이후 최악의 업황이다. 증권가 일부에서는 글로벌 정유설비 증설 계획 연기 등을 들어 올 하반기를 반등의 기회로 꼽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정제마진 마이너스 행진인데다 국가간 왕래 저하로 항공유 수급이 난항을 겪는다는 이유를 들어 험난한 ‘가시밭길’을 점치고 있다.

 

자동차업계도 녹록치 않다. 정유업계 이어 자동차업계도 코로나19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 맏형인 현대차의 경우 1분기 매출액이 25조3194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5.6%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8638억원으로 4.7% 늘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비교적 선방했다고 자평하지만 순이익 부문을 바라보면 뒷목을 잡게 된다. 현대차의 순이익이 5527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42%나 급감했기 때문이다.

 

반면 기아차는 울상이다. 기아차의 영업이익이 25%나 감소한 4445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도 59% 줄어든 2660억원을 기록하는 등 사실상 낙점이다. 중국 내수 시장이 반토막 났으며 유럽, 중남미, 인도 등 해외시장 판매 감소가 악재로 작용한 탓이다.

 

그동안 코로나19 여파로 간헐적으로 가동을 중단했던 현대차와 기아차의 해외 공장들은 18일 현대차 멕시코 공장을 마지막으로 모두 정상 가동에 들어서지만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해외 시장 판매 회복에는 어느 정도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는 지난 달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임원 임금 20% 반납을 결정하는 등 고통분담에 나섰다.

 

◆IT.게임업, 매출 치솟는 등 코로나 특수 만끽주=IT와 게임도 코로나19의 최대 수혜주 가운데 한곳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으로 실내활동 시간이 늘어나고 세계보건기구(WHO)가 사회적 거리 두기의 일환으로 게임을 권장하는 등 전반적인 분위기가 IT 및 게임 산업에 긍정적 작용을 불러온 것으로 해석된다.

 

네이버는 올해 1분기 매출 1조7321억원, 영업이익 221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6%, 영업이익은 7.4% 증가한 규모다. 검색광고가 포함되는 비즈니스플랫폼 사업부문의 매출 확대, 네이버페이와 웹툰의 성장 등에 힘입은 결과다.

 

카카오 역시 전문가의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호성적을 거뒀다. 카카오는 1분기 매출 8684억원, 영업이익 88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3%, 영업이익은 무려 219% 급증했다. 모두 역대 최고치다. 영업이익률도 10.2%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언택트(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집콕족’이 늘면서 카카오톡 사용량이 증가한 덕이다. 여기에 카카오톡 기반의 광고·쇼핑 서비스도 수혜를 보면서 성장을 견인했다. 게임업계의 경우 엔씨소프트는 1분기 매출 7311억원, 영업이익 2414억원, 당기순이익 1954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04%, 영업이익은 204%, 당기순이익은 162% 늘어난 수치다. 빅3 게임사 중 가장 많이 성장했다.

 

매출 면에서는 넥슨이 1위를 기록했다. 넥슨의 2020년 1분기 매출은 9045억원으로 빅3 게임사 중 매출액이 가장 높았다. 다만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전년 동기대비 감소했다. 매출은 11% 내린 9045억원, 영업이익은 21% 내린 4540억원, 당기순이익은 7% 내린 5455억원을 기록했다.

 

넷마블은 1분기에 매출 5329억원, 영업이익 204억원, 당기순이익 57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6%, 35.9% 올랐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39.8% 감소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가 장기화되면서 변화된 사회 분위기와 함께 산업계도 분주해지는 가운데 다가오는 2분기에는 어떠한 유의미한 결과를 맞이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유통업 희비 엇갈려...온라인 '훈풍' vs 오프라인 '냉풍'=유통업계는 온.오프라인 채널간 희비가 선명하게 갈렸다. 백화점의 경우 신세계가 올해 1분기 매출액을 지난해 동기(1조5168억원)보다 21.1% 줄어든 1조1968억원이라고 12일 공시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97%나 감소한 32억원에 그쳤다.

 

코로나19 여파로 관광객이 크게 감소하면서 면세점(DF)이 주요 계열사 중 가장 많은 적자를 냈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5% 감소한 4889억원이었고 영업손실은 324억원에 달했다.

 

현대백화점의 1분기 매출은 1조383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2.6% 줄었고 순매출액은 4496억원으로 13.7% 내려앉았다. 영업이익은 149억원으로 80.2% 급락했다. 롯데백화점도 영업이익 하락이 우려되는 실정이다.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 면세점도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업이 죽을 쓰는 반면 온라인 유통업은 호황이다. ‘집콕생활’ 보편화를 타고 온라인 및 비대면 채널의 영업실적이 가파른 상승세를 탔기 때문이다. SSG닷컴의 올해 1분기 매출은 917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40% 이상 급증했다. 영업손실은 197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 이후 처음으로 100억원대에 진입했다.

 

CJ오쇼핑의 매출은 3759억원으로 1년새 16% 상승했다. GS리테일의 GS프레시은 97.8% 증가한 39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쿠팡의 1분기 결제액은 4조8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 20조원 돌파는 문제될 게 없다는 게 쿠팡측 계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