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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옛날이여~" 위기의 백세주

국순당 5년연속 영업손실 기록하며 매매거래 정지 위기까지
2015년 ‘가짜 백수오 사태’ 뒤 하락세...막걸리 등도 경쟁력 하락

[퍼스트경제=최현지 기자] 백세주의 위기다. 국내 전통주 시장을 이끌었던 국순당이 코스닥시장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지난해 3월 관리종목으로 지정됐지만 54억원의 적자를 냈다. 한동안 상장폐지설까지 나돌았다.

 

국순당은 지난해 개별 영업손실이 54억3338만원으로 잠정 집계돼 전년 대비 적자폭이 97.44% 늘었다고 10일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480억4500만원, 당기순이익은 16억4162만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8.8%, 89.18% 줄었다.

 

이를 통해 국순당은 ▲2015년 83억575만원 ▲2016년 54억5686만원 ▲2017년 35억8487만원 ▲2018년 27억5193만원에 이어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해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이에 국순당은 상장실질심사를 받게 됐다. 이날 주권매매 거래가 정지되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국순당 관계자는 "가짜 백수오 사태로 백세주를 회수하면서 80억원대 적자가 발생했고, 이후 실적 개선이 되지 않았다"며 "전통주와 탁주 시장이 위축된 점도 실적 악화에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전통주 자존심 ‘국순당’ 날개없는 추락=국순당은 국내 전통주 시장을 개척하고 ‘백세주 신화’를 일궈낸 기업이다. 고(故) 배상면 국순당 창업주는 1991년 찹쌀로 만든 발효술인 ‘백세주’를 개발해 맥주와 소주로 굳어져있던 주류 시장에 전통주라는 새로움을 선보였다.

 

특히 백세주는 한때 매출의 80%를 차지하면서 2000년대 초반 국순당을 이끌었다. 소주와 함께 마시면 오십세주가 된다는 마케팅을 통해 사람들에게 쉽게 인식되는데 성공했다. 500억원대 매출은 2003년 백세주 단일 품목의 매출만 1300억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국순당의 매출은 2011년 이후 하락하기 시작했고 2015년 ‘가짜 백수오 사건’이 터진 후 영업이익이 적자 전환됐다.

 

국순당의 위기는 2015년부터 시작됐다. 국순당은 2015년 ‘가짜 백수오 사태’로 곤혹을 치뤘다. 홈쇼핑 등에서 불티나게 팔렸던 국산 약초 백수오가 대부분 가짜라는 사실이 드러난 사건이었다. 백수오 대신 이엽우피소나 백수오와 이엽우피소를 혼합해 쓴 업체들이 잇따라 발각됐다.

 

국순당은 백세주에 백수오 성분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정부 조사를 받았고, 완제품에서는 이엽우피소가 검출되지는 않았지만 국순당이 보관하던 백수오 원료 일부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에 국순당은 백세주 제품 전량을 회수하고 백수오가 들어가지 않은 백세주를 출시하는 등 대응에 나섰으나 한번 타격을 입은 이미지를 회복하기는 어려웠다. 결국 국순당은 그해 8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5년연속 영업손실의 시작이 됐다.

 

◆백세주 이후 히트작 감감 무소식…막걸리도 경쟁력 퇴보=주류시장의 흐름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점도 국순당 부진의 한 요인이다. 주류시장의 흐름이 도수가 낮은 술로 바뀌면서 ‘낮은 도수’라는 백세주만의 강점이 사라졌다.

 

소주 도수가 높았을 때는 순하게 마시려고 소주와 백세주를 섞어 오십세주를 만들어 마셨는데, 소주 도수가 낮아지니 섞을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이어 소주와 맥주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2010년 막걸리 열풍이 불면서 약주를 찾는 소비자가 줄었다.

 

국세청에 따르면 백세주를 포함한 국내 전통주 시장 규모는 2005년 924억원에서 2015년 409억원으로 55.7% 감소했다. 국순당 매출에서 백세주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기준 19.3%로 떨어졌다. 국순당은 2015년부터 백세주의 대안으로 막걸리 제품을 강화했다.

 

하지만 막걸리 시장은 2011년 정점을 찍은 이후 계속 규모가 감소하는 추세였고 서울장수막걸리와 지평주조가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자리를 잡지 못했다.

 

서울장수와 지평주조의 매출은 2014년 각각 231억원, 28억원에서 2017년 269억원, 166억원으로 늘었다. 국네 탁주 소비량은 2011년 40만8248kL에서 2017년 32만2547kL으로 줄었다. 게다가 수입맥주 시장이 커지면서 소비자들도 맥주시장으로 몰렸다.

 

◆국순당 “보유 자산 많고 부채비율 낮아 지속 가능성 문제 없다”=5년연속 영업손실에도 불구하고 국순당은 상장폐지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회사가 보유한 자산이 많고 부채비율도 10% 미만인 만큼 기업의 지속 가능성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순당은 시가총액보다 훨씬 큰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본업인 주류업에서의 부진을 투자업을 통해 메꿔왔다. 지난해 9월 기준 국순당의 투자 부동산 등 유·무형 자산을 더한 자산 총계는 2108억원으로 630억원 안팎인 시가총액보다 3배 이상 높다.

 

벤처캐피털(VC) 투자에서도 두각을 드러내 지앤텍벤처투자(VC)와 IMM 16호 기업구조조합 등을 보유하면서 상당한 수익을 거둬들였다. 국순당은 지앤텍벤처투자의 지분 96.5%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또 최근 성장하고 있는 프리미엄 막걸리 시장에서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어 영업손실 폭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순당이 지난해 5월 출시한 ‘1000억 유산균 막걸리’는 3000원이라는 가격에도 월 10만병 이상 팔리는 등의 성과를 냈다.

 

순당 매출에서 막걸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37.5%다. 배중호 국순당 대표는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막걸리는 소비자 가격대비 원가 비중이 높은 술인데 ‘싸구려 술’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면서 "막걸리도 고급화를 통해 변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