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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vs SPC, 647억 과징금...‘일감몰아주기’ 법정다툼 예고

삼립에 수백억 이익 몰아주기...공정위, SPC 역대 최고 과징금
통행세 거래·상표권 무상제공 등 삼립에 414억 몰아주지 지적
SPC, "정상적 중간거래자 거래일뿐 일감몰아주기 아니다" 반박

[퍼스트경제=최현지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SPC그룹이 계열사를 통해 SPC삼립에 7년간 부당하게 수백억원의 이익을 몰아주는 부당지원했다며 647억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는 역대 최대 과징금이다. 공정위는 또 SPC를 부당거래 협의로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이에 대해 SPC그룹측은 공정위의 지적과 달리 부당지원이 아니라 정상적인 중간거래자의 역할을 펼쳤을뿐 공정위측의 일감몰아주기 결론에 대해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SPC 측은 이번 공정위의 과징금 결정에 대해 "SPC삼립이 생산계획 수립, 재고관리, 영업, 마케팅 등 정상적인 중간거래자 역할을 했다"고 해명했다.

 

또 "공정위의 조사 기간 동안 충분히 소명했고 향후 소송 등의 과정에서도 이같은 부분을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SPC측의 공정위의 결정이 부당하다며 법정소송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일감몰아주기 논란과 관련., SPC와 공정위간 법정다툼이 불가피해졌다.

 

◆'밀가루·계란 등 SPC삼립에 사라'…통행세 414억원 몰아주기=공정거래위원회는 29일 그룹내 부당지원행위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SPC그룹에 총 64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또 허영인 회장, 조상호 총괄사장, 황재복 파리크라상 대표와 파리크라상·SPL·BR코리아 등 3개 계열사를 검찰에 고발했다.공정위에 따르면 SPC는 지난 2011년 4월 1일부터 2019년 4월 11일까지 그룹내 부당지원으로 삼립에 총 414억원의 이익을 몰아줬다.

 

특히 계열사를 통한 일명 '통행세 거래'로 381억원에 달하는 이익을 삼립에 제공했다. SPC는 2013년 9월부터 2018년 7월까지 파리크라상, SPL, BR코리아 등 3개 제빵계열사가 밀다원, 에그팜 등 8개 생산계열사 제품을 구입할 때 굳이 중간단계로 삼립을 통하도록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삼립은 생산계열사에서 밀가루를 740원에 구입한 뒤 이를 제빵계열사에 779원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것이다. 삼립이 210개 제품에 대해 챙긴 마진은 연평균 9%였다.

 

SPC는 삼립이 생산계획을 수립하고 제품의 품질을 관리하는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삼립이 생산계획 수립, 재고관리, 영업 등 중간 유통업체로서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다른 판단을 내렸다.

 

SPC는 삼립을 통한 통행세 거래가 부당지원에 해당하는 것을 인식했으며 허 회장이 주관하는 주간경영회의에서 이에 대한 대책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행세 거래로 삼립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급격히 증가했다. 하지만 제빵계열사의 원재료 가격이 높아져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제품 가격은 높게 유지됐다.

 

◆샤니, SPC삼립에 8년간 상표권 무상제공=SPC 계열사인 샤니는 2011년 4월 상표권을 삼립에 8년간 무상으로 제공하는 계약을 맺었다. 판매망도 정상가인 40억6000만원보다 낮은 28억5000만원에 양도했다.

 

당시 샤니는 양산빵 시장 점유율과 인지도 1위임에도 삼립을 중심으로 판매망 통합이 진행된 것이다. 이를 통해 삼립에 지원된 금액은 13억원이다. 샤니와의 판매망 통합 이후 삼립은 양산빵 시장에서 점유율 73%의 1위 사업자로 발돋움했고 영업성과도 개선됐다.

 

반면 샤니는 0.5%의 낮은 영업이익률로 삼립에 빵을 공급하는 제조공장 역할을 하게 됐다. SPC는 지난 2012년 12월 계열사인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보유한 밀다원 주식을 정상가격인 주당 404원보다 현저히 낮은 주당 255원에 삼립에 양도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삼립에 총 20억원을 지원했다.

 

삼립이 밀다원 주식을 100% 보유하면 밀다원이 삼립에 판 밀가루 매출이 일감 몰아주기 과세대상에서 제외되기에 통행세 거래 구조를 마련하기에 앞서 주식 양도를 진행한 것이다. 밀다원의 생산량과 주가 상승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싼 가격에 삼립에 주식을 넘기면서 파리크라상은 76억원, 샤니는 37억원의 매각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SC삼립 주가 1만원→41만원 폭등…경영권 승계 고려한 부당지원=공정위는 "SPC가 그룹내 유일한 상장사인 삼립의 주가를 높인 후 총수 2세가 보유한 삼립 주식을 파리크라상의 주식으로 바꾸려는 목적으로 부당지원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총수 일가가 지분을 100% 가진 지주회사격인 파리크라상의 2세 지분을 늘리면 총수 일가 지배력 유지와 경영권 승계에 유리하기 때문에 지배력 확대를 위해 부당지원을 했다는 판단이다. SPC 계열사의 이익 몰아주기로 2010년 2693억원이던 삼립의 매출액은 2017년 1조101억원으로 급상승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64억원에서 287억원으로 늘었다. 주가도 덩달아 폭등했다.

 

2011년 초반 1만원대였던 삼립 주식은 2015년 8월 41만1500원을 찍는 등 40배 넘게 상승했다. 삼립이 계열사간 재료·제품 거래의 중간단계 역할을 하면서 계란, 잼 등 원재료를 파는 중소기업의 시장 진입이 어려워지기도 했다.

 

정진욱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SPC 제재 조치에 대해 "대기업집단과 비슷한 행태를 보이는 중견기업집단에 대한 감시를 강화한 것"이라며 "통행세 거래 시정으로 소비자에게 저가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제빵 원재료 시장 개방도가 높아져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도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SPC "삼립 부당지원 아니다" 반박…법정소송 등 강력 대응키로=공정거래위원회가 SPC그룹의 SPC삼립 통행세 등 부당지원행위에 대해 제재를 내린 것과 관련, SPC 측은 "SPC삼립이 생산계획 수립, 재고관리, 영업, 마케팅 등 중간거래자의 정상적 역할을 했다"고 해명했다.

 

SPC 관계자는 또 "판매망과 지분 양도는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해 적법 여부에 대한 자문을 거쳐 객관적으로 이뤄졌고 계열사간 거래 역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수직계열화 전략"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삼립은 총수 일가 지분이 적고 상장회사이므로 승계 수단이 될 수 없다"며 "총수가 의사결정에 전혀 관여한 바 없다는 것을 충분히 소명했는데도 과도한 처분이 이뤄져 안타깝다.

 

SPC 관계자는 또 "공정위의 조사 기간 동안 충분히 소명했고 향후 소송 등의 과정에서도 이같은 부분을 적극 대응할 것이다"며 “공정위의 결과에 대해 향후 이어질 행정소송 등을 통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공정위와 법정싸움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공정위, 오너일가 밀어주기로 통행세 부당수익 판단=공정위는 SPC그룹이 허 회장과 아들인 허진수 부사장, 허희수 전 부사장 등이 33% 가량을 보유한 SPC삼립을 부당지원해 주가를 높여 승계 과정에 이용하려 한 것으로 봤다.

 

SPC삼립의 계열사인 밀다원, 에그팜, 그릭슈바인 등이 계열사인 파리크라상(파리바게뜨), SPL, 비알코리아(던킨, 베스킨라빈스) 등에 밀가루, 계란 등의 원재료를 납품하는 과정에서 SPC삼립에 일명 '통행세'를 냈다는 판단이다.

 

이에 대해 SPC측은 "밀다원, 에그팜 등은 원재료 생산업체로 계열사 납품 분 뿐 아니라 외부 고객들의 주문, 납품 건에 대해서 SPC삼립이 영업, 주문 지원 등을 맡고 있는 정상적인 거래였다"고 해명했다.

 

SPC삼립이 생산 자회사를 대신해 제품개발, 생산계획 수립 및 재고관리, 마케팅,영업, 물류, 기타 지원업무 등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했고 이는 효율성 제고와 고품질의 원료를 안정적으로 수급하기 위한 식품기업들의 일반적인 ‘수직계열화’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밀다원, 에그팜, 그릭슈바인 등은 현재 SPC삼립에 흡수합병됐다. 또 샤니 영업판매망 등을 SPC삼립에 양수도 한 것 역시 기업 간의 정상적인 거래다. 또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밀다원 주식을 SPC삼립에 넘기는 거래 역시 정상적인 계약을 통해 이뤄진 거래였다는 SPC측 설명이다.

 

SPC관계자는 "판매망 및 지분 양도는 당시 복수의 회계법인(삼일회계법인, 리안회계법인) 등을 통해 적정 가격을 책정하고 적법 여부에 대한 자문을 거쳐 객관적으로 이뤄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