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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빅3' 코로나19 한파 정면돌파 총력전

롯데, 신세계. 온라인 등 디지털화 작업화 가속도“혁신, 도전해야”
현대, 백화점 면세점, 아울렛 연달아 확장...오프라인서 활로 모색

 

[퍼스트경제=최현지 기자] 유통업체들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유통망 차별화 경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와 신세계 그룹은 코로나1 쇼크 이후 온라인 유통채널을 강화하는 반면 현대백화점은 전통의 오프라인 사업을 집중하는 등 상반된 유통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수년간 지속된 내수불황으로 몸살을 앓던 유통기업들이 올해 초 코로나19 악재까지 만나면서 사상 최악의 위기를 겪는 가운데 ‘포스트 코로나’를 위한 만반의 대응태세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전통 유통 기업인 롯데, 신세계가 온라인 강화를 통해 변화에 나선 반면 현대백화점은 코로나19 속에서도 오프라인에 집중하며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롯데 신동빈, 오프라인 줄이고 온라인 집중=우선 유통 '빅3' 가운데 가장 빠르게 전략 수정에 들어간 곳은 신동빈 회장이 이끄는 롯데다. 코로나19 이후 주력 업종에 심각한 타격을 받은 롯데는 5월18일 두 달 여만에 경영에 복귀한 신동빈 회장을 중심으로 점포 구조조정, 온라인 강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앞서 신 회장은 지난 5월 23일 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몰을 방문을 시작으로 6월에만 사업장 3곳을 방문하면서 현장경영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신 회장이 직접 현장을 찾아 포스트 코로나 대응을 위한 의지를 보인 것은 현재 롯데그룹의 주요 사업들이 코로나19 사태로 크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복귀 후 첫 회의에서 현 시점에 대해 역사적 전환점에 서 있다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종식 이후 미래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주문한 것이다.

 

특히 올 1·4분기 영업이익이 5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6% 감소하는 등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롯데쇼핑은 당초 3-5년의 기간을 두고 진행하려고 했던 대규모 점포 정리 계획을 수정했다. 연내에만 목표치의 절반이상인 120여개의 점포를 정리한다는 목표다.

 

롯데쇼핑 내에는 구조조정을 위한 전담 조직이 꾸려져 정리 대상을 선별 중이다. 이 조직은 수익성과 향후 성장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정리 대상을 골라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하반기 어떤 점포를 정리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전담 조직 외에는 사내에서도 어느 점포가 문을 닫을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오프라인 구조조정과 함께 신동빈 회장은 최근 론칭한 롯데온에 더욱 힘을 실을 전망이다. 롯데온은 지난 4월 28일 출범한 롯데 유통 계열사 7개 쇼핑몰의 온/오프라인 데이터를 통합한 온라인 쇼핑 플랫폼으로 2018년 롯데그룹이 온라인 사업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e커머스 사업부를 신설하며 이뤄 낸 결과물이다.

 

론칭 2달을 맞은 롯데온은 초기 불안정한 모습을 극복하고 본 궤도에 올랐다. 방문자수가 증가세로 돌아섰고 플랫폼 내에서의 이용자들의 이동횟수도 크게 늘어났다. 롯데쇼핑에 따르면 롯데온의 주간 방문자 수는 전년 대비 증가세로 돌아섰다. 4월말 1.0이었던 롯데온 앱 평점도 5월말 기준 리뷰가 1만개 이상 쌓이며 2.0으로 한 계단 상승했다.

 

특히 방문자들의 활동성이 높아졌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통합 전에는 계열사 몰을 오가며 이동하는 고객 비중이 2%에 그쳤지만 통합 후에는 23%까지 늘었다. 이동 횟수로만 따지면 기존 대비 10배 가까이 늘었다. 충성고객으로 불리는 유료멤버십 가입자도 증가세다. 5월 한 달간 롯데온의 유료멤버십 서비스인 ‘롯데오너스’ 신규 가입자는 4월 21만5000명에서 지난달 23만6000명으로 10%가량 늘었다.

 

코로나19 사태로 급부상한 택배 사업도 신동빈 회장이 포스트 코로나의 핵심사업으로 꼽았다. 황각규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이 포스트코로나에 대한 대응을 주문하자 다음날인 5월20일 충북 진천 롯데글로벌로지스 택배 메가 허브 터미널 건립 현장을 방문하면서 택배 사업에 대한 그룹의 의지를 드러냈다.

 

신동빈 회장도 지난 19일 주요 임원들과 두 달여 만에 처음 오프라인 주간회의를 진행한 자리에서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에 투자를 집중해 달라"고 주문하면서 그 예로 계열사 중 유일하게 롯데글로벌로지스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이후 언택트(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물류와 택배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과 이 같은 유망 사업에 적극 투자할 테니 각 계열사에서도 7월 사장단회의(VCM)시 보고 하라는 게 핵심이었다.

 

◆신세계 정용진, SSG닷컴 본사에 집무실 마련....상승세 이끈다=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진두지휘하는 이마트는 최근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SSG닷컴에 더욱 힘을 싣는 모습이다. 정용진 부회장은 서울 종로구 센트로폴리스에 새롭게 둥지를 튼 SSG닷컴에 세 번째 집무실을 마련했다.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써 직접 사업을 챙기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부회장의 집무실은 신세계 강남점과 이마트 성수동 본사에 이어 세 번째다. 실제로 정 부회장은 SSG닷컴을 론칭하면서 “그룹의 핵심 역량을 집중해 온라인 사업을 백화점과 이마트를 능가하는 핵심 채널로 키우겠다”면서 오는 2023년까지 이커머스 업계 1위에 오르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정 부회장의 기대대로 SSG닷컴의 상승세는 주목할 만 하다. 지난해 3월 신세계몰과 이마트몰을 통합해 세워진 SSG닷컴은 올해 1분기 매출 증가와 적자폭 감소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비대면 수요 트렌드가 자리잡으면서 신선식품 등 생활용품을 온라인서 구매하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SSG닷컴은 올해 1분기 총매출 9170억원, 영업적자 197억원을 기록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증가했고 영업적자는 지난해 2분기 이후 처음으로 100억원 대에 재진입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영향에 따른 식료품 배송량 증가,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003’을 통한 물량 확대, 베이킹 센터 ‘트레 또’ 등이 쓱닷컴의 성장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또 신세계그룹 간편결제 서비스인 SSG페이를 품으면서 새로운 시너지를 확보하게 됐다. SSG닷컴은 그룹 계열사 신세계아이앤씨( 신세계 I&C)로부터 SSG페이사업부문을 양수받아 운영을 시작한다고 1일 밝혔다. 영업부문 자산은 289억원으로, 양수가액은 601억원이다. SSG닷컴의 자산은 작년 말 연결기준 2조504억원에서 2조793억원으로 늘어난다.

 

SSG페이는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간편결제 서비스로 지난 2015년 7월에 론칭했다. SSG닷컴은 SSG페이 간편결제 시스템을 사이트에 구현해 결제 편의성을 높이고 오프라인 구매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SSG페이는 기존 SSG닷컴 고객층을 흡수하고 결제 접근성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사업 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마케팅적 역량 강화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기존 진행하던 마케팅 방식에 ‘데이터’적 요소를 결합해 더 정교하고 고도화 된 마케팅을 실행한다는 방침이다. SSG닷컴이 보유한 구매 데이터에 SSG페이 결제 데이터를 결합해 고객 맞춤형 및 개인화 마케팅을 펼쳐 서비스 차별화에 나설 계획이다.

 

최우정 SSG닷컴 대표는 “SSG닷컴의 이커머스 사업 역량과 SSG페이의 혁신적 핀테크 서비스를 결합해 독보적인 플랫폼 경쟁력을 갖추고자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며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한층 더 강화하고 온라인 사업 경쟁력을 높여나가는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정지선, 백화점, 아울렛, 면세점 등 오프라인 유통으로 승부수=롯데와 신세계가 온라인에 힘을 싣고 있다면 정지선 회장의 현대백화점그룹은 오프라인에 더욱 중심을 두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사태이후 롯데와 신세계 등 경쟁 업체들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가며 몸집 줄이기에 한창인 반면 정 회장은 오히려 점포를 늘리거나 신사업을 시도하는 영토확장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우선 현대백화점은 인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사업 허가를 받으면서 공항면세점에 첫 발을 내딛었다. 관세청은 28일 충남 천안시 관세국경연수원에서 열린 보세판매장(면세점) 특허심사위원회에서 현대백화점과 엔타스듀티프리에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면세점 사업자 특허(신규)가 부여됐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DF7(패션·잡화)을, 엔타스듀티프리는 DF10에서 향후 5년간 매장을 운영한다.

 

면세점 특허기간은 5년을 유지하되 대기업에 대해서는 1회, 중소·중견기업에 대해서는 2회 갱신을 허용하고 있다. 즉 대기업은 10년, 중소기업은 15년까지 면세점 운영이 가능하다. 앞서 인천공항공사의 제1터미널 면세점 입찰에서 국내 대형 면세점 3사가 모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시장 환경 악화를 이유로 지난달 사업권을 포기한 가운데 정지선 회장은 면세사업을 그룹의 새로운 먹거리로 정하고 투자를 결정했다.

 

이번 공항점 추가로 현대백화점면세점 점유율은 7% 수준까지 오를 전망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현대백화점면세점 점유율은 2.66%이다. 지난해 말에는 4% 수준으로 추정된다. 면세점뿐 아니라 아울렛과 백화점에서도 정지선 회장의 뚝심은 계속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6일 오픈한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을 시작으로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남양주점(11월), 현대백화점 여의도점(2021년 1월)을 오픈할 예정이다. 경쟁사인 롯데와 신세계가 부실 점포를 정리하며 몸집을 줄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현대아울렛 대전점은 영업면적 5만 3586㎡(1만 6210평)으로 중부권 최대 규모 아울렛으로 지하 2층, 지상 7층으로 이뤄졌으며 265개의 판매시설을 갖춘 대규모 복합시설로 꾸며진다. 지리적 접근성이 뛰어나 대전 이외에도 세종·청주 등 충청권 수요까지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 여의도점은 정지선 회장의 승부수다. 서울지역 최대 규모로 조성되며 지하 7∼지상 9층으로 영업 면적만 8만9300m²(2만7000평)에 이른다.

 

신사업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백화점 패션전문기업 한섬은 기능성 화장품 전문기업 ‘클린젠 코스메슈티칼(이하 클린젠)’의 지분 51%를 인수해 화장품 사업에 진출한다고 11일 밝혔다. 전문기업 지분 인수를 통해 확보한 화장품 제조 특허기술을 바탕으로 내년 초 한섬의 고품격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걸맞는 ‘프리미엄 스킨케어’ 브랜드를 론칭한다는 구상이다.

 

한섬이 패션 외에 이종(異種) 사업에 뛰어든 것은 1987년 창사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화장품 시장 중에서 ‘프리미엄 스킨케어’ 시장을 정조준한 배경에는 타임, 마인 등 기존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 운영을 통해 쌓아온 한섬 고품격 이미지를 화장품 사업에서도 이어가기 위한 포석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