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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디톡스 ‘보톡스 4년전쟁’ 판정승 일단락

美 ITC “대웅제약, 영업비밀 침해” 예비판결…메디톡스 승기
대웅제약, "ITC 결정 명백한 오판…최종 판결서 뒤집을 것"
메디톡스, "예비판결로 대웅제약 균주 도용 명백히 밝혀져"

 

[퍼스트경제=서연옥 기자] 일명 보톡스 불리는 ‘보툴리눔 균주’ 4년 분쟁이 메디톡스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지난 2016년부터 4년간 지속된 메디톡스와 대웅제약간 보툴리눔 균주 소송에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주는 예비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번 예비 판결로 대웅제약은 미국 보톡스시장 진출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향후 10년간 수입금지 조치 등으로 인해 사실상 미국시장 진출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번 ITC 결정에 대해 대웅제약은 미국 산업보호에 바탕을 둔 판결로 명백한 오판이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대웅제약은 또 ITC의 최종 결정까지 지켜본 뒤 판결이 뒤집어지지 않을 경우 이의 절차를 밟겠다는 방침이다.

 

이런 반면 메디톡스는 이번 결정에 대해 당연한 결과라는 입장이다. 또 예비판결로 인해 대웅제약의 균주 도용은 명백히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메디톡스는 이번 ITC의 결정을 토대로 각종 공격적 미국시장 공략은 물론 국내 각종 소송에도 유리한 입지를 굳힌다는 계획이다. 국내외 보톡스 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메디톡스 손들어줘=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6일(현지시간) 두 회사의 보툴리눔 균주 도용 등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해 메디톡스 승소 결정을 내렸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ITC 행정판사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 비밀을 침해했다"고 예비 판결했다.

 

미국 ITC 행정판사는 또 대웅제약이 미국에서 판매중인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에 대해서도 향후 10년간 판매금지를 ITC 위원회에 권고했다. ITC 위원회는 미국내 수입의약품 판매 여부를 명령할 수 있는 최종 결정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판결은 나보타가 관세법 337조를 위반한 불공정 경쟁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미국 제약시장에서 배척하겠다는 의미다. 대웅제약 측은 이와관련, 구속력 없는 예비판결이며 ITC 위원회가 오는 11월 예비 판결의 전체 또는 일부에 대해 파기, 수정, 인용 등 최종 결정을 내리고 이후 대통령의 승인 또는 거부권 행사를 통해 최종 확정된다며 이의제기 계획을 내비쳤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이른바 '보톡스'로 불리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원료인 보툴리눔 균주 출처를 두고 지난 2016년부터 첨예한 갈등을 벌이고 있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보툴리눔 톡신 제제 '메디톡신'과 '나보타'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사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 기술문서 등을 훔쳤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국내외에서 민·형사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지난해 1월엔 ITC에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공식 제소한 뒤 결과를 기다려왔다.

 

메디톡스는 ITC의 예비판결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진행중인 각종 민·형사 소송에 해당 자료를 제출할 계획이다. 메디톡스는 관련자료가 제출되면 국내 법원은 물론 검찰에서도 ITC의 예비판결과 같은 결론을 얻여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메디톡스는 무허가 원액 사용, 허위 서류 작성 등 약사법을 위반해 메디톡신의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이같은 결정은 ITC의 예비판결은 메디톡스의 메디톡신 품목허가 취소와는 별개 사안이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국내에서 메디톡신의 품목허가가 취소되는 등 벼랑 끝에 몰렸던 메디톡스가 ITC 예비판결을 계기로 회생할 수 있을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ITC가 대웅제약의 균주 도용 여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은 내놓지 않았으나 영업비밀 침해라고 예비판결을 내린 만큼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메디톡스 '맑음' vs 대웅제약 '흐림' 희비 엇갈려=이번 ITC의 예비 판결이 나오면서 두 회사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현재 대웅제약은 예비 판결에 대해 '권고사항'에 불과하다고 선을 긋고 있다. 대웅제약은 ITC의 예비판결이 '명백한 오판'이라며 결과에 대한 공식적인 통지를 받는 대로 이의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ITC 행정판사도 보툴리눔 균주를 절취·도용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판단한 점을 들어 최종 판결에서 상황을 뒤집겠다는 게 대웅제약측의 계획이다. 대웅제약 한 관계자는 "행정판사가 메디톡스가 제출한 허위자료와 허위증언을 진실이라고 잘못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메디톡스의 제조기술 도용, 관할권 및 영업비밀 인정은 명백한 오판임이 분명하므로 이같은 내용을 적극 소명해 최종 판결에서 승리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ITC는 행정기관으로 형사적 사실 관계를 따지는 기능이 없고 국익과 미국내 산업 피해를 따져 수입금지 여부만 판단하는 기관이다"며 "미국 산업보호주의 바탕으로 정책적 판단을 내리기 때문에 사건의 실체적 진실 규명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웅제약의 강력한 반박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신뢰도 하락은 물론 미국내 진행중인 나보타의 사업 차질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측하고 있다.

 

반면 메디톡스는 통상 ITC가 한번 내린 예비 판결을 번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실상 승기를 잡았다는 분위기다. 특히 ITC 행정판사의 예비 판결로 “경기도 용인의 토양에서 보툴리눔 균주를 발견했다”는 대웅제약의 주장은 명백한 거짓임이 입증됐다고 전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균주와 제조기술을 도용했음이 이번 판결로 명백히 밝혀졌다"며 "수년간 세계 각국의 규제 당국과 고객에게 균주와 제조과정의 출처를 거짓으로 알렸음이 객관적으로 입증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영업비밀 도용이 확인된 미국 ITC의 예비판결은 번복된 전례가 흔치 않기 때문에 이번 예비 판결은 최종 결정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