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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치+]시중에 돈이 넘쳐난다

시중 통화량 3000조 첫 돌파...균형 수준보다 8% 많아
5대 은행 대출 1200조원 돌파...올해만 69조원 늘어

 

[퍼스트경제=김근식 기자] 시중에 돈이 넘쳐나고 있다. 시중에 풀린 유동성 자금이 사상 처음 3000조원을 돌파했다. 균형적인 유통성 수준과 비교하면 8% 넘게 많은 수준이다. 시중에 필요 이상으로 돈이 넘쳐난다는 의미다.

 

유동성이 과도하게 커질 경우 투자와 소비보다는 부동산과 주식 등 투기 부문으로 돈이 몰리는 쏠림현상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시중은행을 통해 흘러나간 대출금도 사상 최고다. 상반기중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원화 대출액은 총 1208조9229억원으로 1200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1년새 69조원이나 급증한 액수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이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린데다 일부 개인들이 은행 돈을 대출받아 부동산이나 주식시장으로 향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통화량 3000조원 첫 돌파...균형 수준보다 8% 많아=통화량이 넘쳐나고 있다. 올들어 4월 말 현재 통화량(M2)은 3018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광의의 통화량이 사상 처음으로 3000조원을 넘어선 셈이다.

 

통화량에는 현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 예금(이상 M1)뿐 아니라 MMF(머니마켓펀드)·2년 미만 정기 예적금 등이 포함된다. 또 수익증권·CD(양도성예금증서)·RP(환매조건부채권)·2년 미만 금융채·2년 미만 금전신탁 등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 금융상품도 같은 범주에 해당한다.

 

지난 4월 한 달만 34조원(1.1%) 늘었는데 이는 사실상 현재의 M2 기준으로 월간 기준 역대 최대 증가폭이다. 좁은 의미의 통화량(M1) 역시 4월 말(1006조3000억원) 사상 처음 1000조원을 돌파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내수경기 악화로 인해 자금난을 겪는 기업과 가계 등이 은행대출을 통해 필요한 돈을 조달하면서 시중 통화량이 급격히 증가했다는 게 한은 츳의 설명이다. 가계의 소비, 기업의 투자 진작 차원에서 단행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정책도 시중의 유동성 확대를 키우는 데 일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실질머니갭률도 1분기 8%를 기록하는 등 크게 상승했다. 실질머니갭률은 특정 시점의 실제 통화량(실질·M2 기준)과 장기균형 통화량간 격차(%)를 의미한다. 실제 통화량이 장기균형 수준보다 많으면 갭률이 0보다 커진다.

 

즉, 지금의 시중 통화량이 균형 수준보다 8% 이상 많다는 의미다. 8%대 실질머니갭률은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통해 이 통계가 정기적으로 공개되기 시작한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19에 따른 비상 상황에서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이 대부분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유동성을 키워 경기 부양을 실행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풍부한 유동성이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으로 몰리면서 우려감을 키우고 있다.

 

◆5대 시중은행 대출금 1200조원 돌파...올들어 69조원 급증=통화량뿐 아니라 은행 대출금도 1200조원을 넘어서는 등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원화대출액은 총 1208조9229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68조8678억원(6.04%) 증가한 규모다.

 

시중은행은 연간 대출 성장 목표금액을 상반기중 대부분 채웠다. 국민은행은 올해 상반기중 6.77% 늘었다. 신한은행 8.17%(목표치 연 5%대), 하나은행 4.30%(연 3∼4%), 우리은행 4.61%(연 5%), 농협은행 6.11%(연 5.2%) 등이다. 이들은 시중은행은 올해 1분기 실적발표에서 연 5∼6%대 성장률을 제시한 바 있다. 상반기중 대부분 연간 목표를 채운 셈이다.

 

연초 코로나19로 기업대출이 급증하고 가계대출도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생계자금과 부동산·주식 투자 목적의 대출 등이 겹치면서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증시 대기 자금으로 불리는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46조1819억원을 기록, 1년새 69%가량 급증했다.

 

수도권과 일부 지방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다시 확산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금융권에서 시중 유동성 급증을 우려하는 이유다. 1분기 기준 시중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14.72%다. 이는 전분기보다 0.54%포인트 낮 비율이다. 반면 5월 연체율은 전달보다 0.02%포인트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