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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대형은행 ‘DLF사태 제재안’ 힘겨루기

대형은행, 금감원 제재안 이례적 반발...금융당국 영향력 '약화' 우려
금융당국, DLF사태 은행 최고경영자 중징계 방침에 행정소송 추진

 

[퍼스트경제=서연옥 기자] 주요국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대규모 원금손실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가운데 이같은 사태을 일으킨 대형은행에 대한 제재안을 둘러싸고 금융당국과 대형은행간 신경전이 펼쳐져 주목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먄 금융감독원은 최고경영자에게 사태의 책임을 뭍어 최고경영자의 사실상 퇴진을 요구하는 반면 해당 대형은행 측은 과도한 중징계라며 행정소송을 불사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형은행과 금융당국간 갈등이 노골화되는 양상이다. 이처럼 금융기관과 대형은행간 힘겨루기가 노골화되면서 금융당국의 권위와 영향력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하나은행의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법) 위반 사례를 제재심의위원회 안건으로 올리기로 했다. 금감원은 하나은행이 지난해 8월 DLF 전체 계좌 1936개의 금융거래정보를 모 법무법인에 넘긴 내용을 문제 삼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A은행은 고객 민원 발생시 프라이빗뱅커(PB) 들이 법률자문 등을 지원받을 목적으로 최소한의 고객계좌정보를 제공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금융실명법 제4조는 고객의 서면 요구나 동의를 받지 않고는 금융거래 정보를 타인에게 제공하 및 누설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예외 사안에 대해서는 그 사용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은행권에서는 금감원의 제재심 안건 상정 시점이 다소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A은행의 개인정보유출 건을 제재심에 올리기로 결정한 시기는 이 은행이 금감원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후 4일 만이다. DLF 사태와 관련해 중징계를 받은 부회장급 CEO와 A은행은 지난 1일 금감원을 상대로 법원에 행정소송을 냈다.

 

더구나 금감원은 금융위원회에 하나은행의 고객 금융거래정보 제공이 금융실명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유권해석을 요청해 올해 3월 법 위반이 맞다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3개월여 동안 문제가 불거지지 않다가 함 부회장의 소송 후 이슈화가 된 셈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하나은행이 투자자들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것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금융당국에 있다”며 “3개월여 공개되지 않던 사안이 하나은행의 행정소송 후 언론에서 소식이 나오는 것은 분명 금감원이 반격을 가한다는 해석을 내놓을 수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올 2월에는 사건이 발생한지 2년 가까이 지난 B은행 고객 가상계좌 비밀번호 무단 변경 사태도 비슷한 상황에서 불거진 바 있다. 당시 우리금융 이사회는 이사회를 열고 DLF 중징계를 받은 B금융그룹 회장에 대한 연임을 승이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사회 전날 밤 이 문제가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다.

 

이같은 문제가 발생한 2018년에 B은행은 자체 검사로 이를 알아내 조치를 취하고 금감원에 보고했다. 또 금전적 피해 고객도 없었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징계에도 불구하고 손 회장의 연임을 결정하려는 우리금융에 대한 반격을 위해 이 사건을 문제화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최근 금감원은 DLF 사태 등 일련의 사건으로 대형은행에게 철퇴를 휘두르고 있지만 분위기는 예전 같지 않다. DLF 중징계를 받은 두 은행의 CEO 모두 금감원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임기를 유지중이다. 또 A은행과 B은행 등은 금감원이 내린 벌금 및 영업정지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묻기로 한 상태다.

 

과거엔 시중은행 간부의 경우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을 경우 곧장 자리에서 물러는 게 관례처럼 받아들였다. 실제로 김정태 초대 국민은행장(2004년),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2009년),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2010년),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2010년), 김종준 전 하나은행장(2014년),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2014년),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2014년) 등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책경고 또는 직무정지 등의 징계를 받고 중도 퇴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