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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하나 연합군, 글로벌 금융시장 “공격 앞으로”

신한, 글로벌 1위 수성 필요...하나, 부진한 글로벌 금융사업 강화
조용병-김정태 회장, 32년 인연, 친화력·소통경영 등 공통분모

[퍼스트경제=서연옥 기자] 영원한 적군도 아군도 없다. 어제의 적군이 오늘엔 아군이 되고 어제의 아군이 오늘 적군으로 맞붙는 경우가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이같은 법칙은 금융시장도 별반 다르지 않다. 실제로 금융시장에도 최근 '적과의 동침'을 선언한 금융기업이 나왔다. 바로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이다.

 

신한과 하나는 동남아를 거점으로 한 글로벌 금융시장 공략을 위해 연합군을 구성했다. 이들은 최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공동전선을 구축했다. 국내 대형 금융그룹이 글로벌 진출과 같은 특정 사업부문을 위해 업무협약을 맺은 것은 처음이란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 'K-뱅크' 연합작전으로 글로벌 영토 확장=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이 글로벌 연합군을 구성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선 이례적이란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시장 공략이라는 공통분모가 이들 라이벌의 짝짓기를 키웠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금융시장 1위 수성을 노리는 신한금융과 부진한 해외 금융사업을 재건하려는 하나금융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면서 연합군이 출범했다는 분석이 재배적이다. 이번 두 금융간 이뤄진 업무협약은 그간 해외 금융시장에서 국내 그룹들 간의 경쟁 과다로 인해 시장 확대에 한계에 이르렀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진다.

 

신한·하나금융의 연합군 구성은 현재 해외사업 부문에서 차지하는 두 금융그룹의 위치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많다. 신한금융은 현재 해외부문에서 1위다. 여기엔 글로벌 금융사업의 역할이 크다. 신한금융의 작년 글로벌부문 순익은 3976억원으로 1년전보다 23% 급증했다.

 

이처럼 해외에서 잘나가는 신한금융은 ‘독주’체제를 굳힐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 국민은행을 앞세워 글로벌 금융시장내 영향력을 강화하는 KB금융 견제구라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하나금융은 1위 기업인 신한금융과의 협력을 통해 다소 부진한 글로벌 금융사업을 강화혀려는 포석이다. 여기에 우리금융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안정권에 진입하겠다는 의지도 내포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최근 해외법인의 실적이 다소 만족스럽지 못한 실정이다.

 

하나은행은 신한은행에 이어 해외법인 실적 2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2017년에도 하나은행의 해외법인 순익은 1204억원이다. 이는 우리은행의 실적보다 400억원 가량 많은 숫자다. 우리은행을 근소한 격차로 따돌리고 2위를 지키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지난 2018년엔 200억원 이내로 격차가 좁혀지며 2위자리를 위협받는 실정이다. 특히지난해엔 실적이 반토막(693억원) 나면서 우리은행에 2위자리를 내주는 수모를 경험했다. 하나금융이 글로벌 강자인 신한금융과 동맹을 맺은 이유다.

 

◆조용병·김정태 32년 친분 ‘신한-하나’ 연합군 원동력=신한금융과 하나금윰이 글로벌 사업을 위해 적과의 동침에 나선 것은 두 금융그룹의 컨트롤타워인 조용병 회장과 김정태 회장의 역할이 컸다. 조 회장과 기 회장은 금융시장에서 32년에 달하는 오랜 개인적 친분을 갖고 있다.

 

두 회장은 32년전인 지난 1988년 신한은행 영등포지점에서 대리로 함께 일한 '한솥밥 식구' 출신이다. 김 회장이 당좌 담당 수석대리로 조 회장은 외환 담당 말석 대리로 있는 긍 선후배 사이로 1년간 근무한 바 있다.

 

두 사람은 낮엔 업무로 손발을 맞추고 밤엔 술잔을 기울이며 우정을 싹틔웠다. 이들은 시간이 흘러 두 사람은 나란히 신한금융과 하나금융 등 국내 굴직의 금융그룹 최고경영자(CEO)로 자리를 잡았다.

 

두 사람은 요즘도 사석에서 조 회장은 김 회장을 '형님'이라 부르는 등 오랜 우정을 과시하고 있다. 이들은 특유의 친화력과 세심함을 기반으로 현장에서 발로 뛰고 조직의 소통을 중요시하는 CEO라는 점과 서로 닮은꼴 금융인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소탈하고 직원들과도 잘 어울리는 덕분에 삼촌 같은 이미지가 만들어져 ‘엉클 조’라는 별명도 붙여졌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시절 임직원과 회식자리에서 거리낌없이 사발주를 나눠 마시는 등 소통하는 CEO로 유명하다.

 

김 회장은 하나은행 본부장 시절부터 지방 영업점을 포함해 1000명 이상의 직원 이름을 기억하고 경조사를 직접 챙겨 주변을 깜짝 놀라게한 일화를 갖고 있다. 김 회장은 자신의 영문 이름을 따서 ‘JT교주’라고 불리는 등 금융권의 대표적인 형님으로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