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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급매물 실종’...가격 상승세 '꿈틀'

6월 보유세 시행 앞두고 절세형 급매 소진
급매물 소진후 가격 오르고 거래 주춤 등

[퍼스트경제=김근식 기자]  올해 봄부터 내집마련을 위해 급매물 중심으로 매출을 살펴보던 박호성(가명.45) 씨는 최근 마음을 접었다. 6월 보유세 강화 등을 이유로 가격을 1억~2억원씩 낮춰 내놓은 급매물이 많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김 씨는 최근 시세보다 2억원 안팎 낮춘 급매물이 한 두건 나왔다는 뉴스를 보고 송파구 인근 공인중개사를 찾았지만 급매물이 모두 소진되고 오히려 가격이 오름세로 반전됐다는 정반대의 소리만 들고 발길을 돌려야했다.

 

김 씨가 경험한 것처럼 서울지역 아파트 가격이 다시 조금씩 오르는 등 변화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급매물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나타나는 변화의 현상이다. 6월 보유세 시행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등 부동산 관련 세법이 강화되는 시점을 앞두고 급매물이 소진된 뒤 나타나는 변화다.

 

하지만 아파트 가격이 다시 상승세를 타거 있지만 거래는 주춤거리는 모습이 역력하다. 서울 아파트다 정부의 세금 강화 조치를 앞두고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전문가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보유세 등 절세형 급매출 소진...가격 오름세 전환=보유세 과세 기준일이 내달 1일로 임박하고 10년 이상 보유 주택에 대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종료가 내달 말로 다가오면서 서울 강남 아파트값 하락을 주도한 급매물이 대부분 소진됐다.

 

급매물 소진 이후 매도자의 호가가 다시 뛰면서 추격 매수세는 주춤한 상태다. 이중 서울에서도 6억원 이하 저가격 아파트는 거래가 이뤄지며 가격이 오르는 중이다. 강남권 일대 대형이나 고가 아파트 등과는 정반대의 양상이다.

 

서울뿐 아니라 수도권 인근도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거래가 늘어나고 가격도 덩달아 우상향 조정중이다. 실제로 서울 송파구 잠실 리센츠 아파트는 이달들어 양도세, 보유세 등 절세 매물이 잇달아 나오면서 급매물이 상당부문 거래됐다.

 

거래 가격은 리센츠의 경우 전용면적 84㎡가 3월과 5월 초 각각 16억원에 팔렸지만 최근엔 대부분 18억3000만∼19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현재 중층 이상은 19억∼20억5000만원 선이다. 1주일새 호가가 최고 1억원 가까이 상승했다.

 

서울 송파구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아파트 주인은 보유세 부담 때문에 집을 내놨다가 종부세 강화 방침 연기 때문에 매물을 거둬들이는 경우가 많다”며 “호가가 뛰면서 추격 매수세는 주춤한 분위기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재건축 단지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와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급매물이 상당수 소진되면서 호가가 상승했다. 실제로 2∼3월 20억3560만원에 거래됐던 잠실 주공5단지 전용 76㎡은 이달들어 17억9425만∼18억6500만원에 급매물이 팔렸다. 이 아파트 호가는 현재 19억∼21억8000만원이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 호가도 18억5000만∼19억2000만원이다.

 

강동구 고덕동 일대 아파트 단지들도 절세 차원에서 급매물로 나온 물량이 대부분 소화된 뒤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이런 가운데 가격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양천구 목동 일대 경우도 단지내 갈아타기 하거나 일시적 2주택 매물만 일부 있을 뿐 절세 급매물은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서울시의 개발 계획이 발표된 용산 일대도 급매물 중심 거래가 다시 살아나는 모습이다. 가격도 상승세다. 용산구 이촌동 북한강(성원)아파트의 경우 지난 12일 전용 59㎡가 11억3500만원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는 올해 1월 10억5000만∼11억2500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

 

◆소형 아파트 중심 거래 활발..가격 오름세 지속화=저가격을 형성중인 소형 아파트 거래가 꾸준하게 일어나고 있다. 물론 거래가 살아나면서 아파트 가격도 상승세가 뚜렷하다. 소형 아파트 중심으로 거래가 늘어나고 가격이 오르는 대표적인 지역은 구로구 일대다.

 

구로구는 최근 주간 매매가격 변동률 조사에서 0.06% 올라 금천구(0.01%)를 제외할 경우 서울 자역에서 집값이 유일하게 오른 지역으로 이름을 올렸다. 구로 개봉동 현대아파트 전용 59㎡는 이달 초 5억9600만원, 6억원에 각각 거래가 이뤄졌다. 이중 6억원은 해당 평형 신고가다.

 

구로동 구로두산위브 전용 36㎡의 경우엔 지난 15일 4억2000만원에 팔렸다. 이 가격 역시 해당지역에서 최고 기록인 셈이다. 이 아파트의 경우 전용 36㎡는 2월 처음 4억원을 넘긴 후 가격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에 이어 지방도 가격이 저렴한 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강세가 나타나고 있다. 충북 청주시는 이달 들어서만 3주간 0.11%, 0.13%, 0.60%의 상승률을 보였다. 충북 충주시도 0.21%, 0.23%, 0.27%를 기록하며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찍었다.